[편집자 주] 참된 노동의 가치로부터 일탈된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자체를 스스로 위협한다. 막스웨버가 갈파하였듯 칼빈의 건전한 근로사상이 자본주의의 바탕이 되었음에도 이 시대 자본주의는 종종 악으로 분류된다. 이 시대 자본주의 안에서 노동의 신성함을 찾을 수 있는가?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경영을 하고 있는 김상경 사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본주의 안에서 일상의 신앙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신앙적 생활 속에서 기독교 신앙인의 모습을 실제로 구현하려는 노력의 가치를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의 사업을 토대로 영성공동체 교회를 설립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기도 하다. 안산시 단원구 반월공단에서 그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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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반월공단 공장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는 김상경 대표(좌)와 이인기 편집국장(우). ⓒ사진=베리타스 |
문: 그러면 선교사로 사역을 하시거나 기독실업인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사역을 하려고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김: 아닙니다. 저는 지금 현재 안산지역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시화 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회장으로서 교회들의 선교사역에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요. 그것과는 달리 저는 영성공동체 교회를 설립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요즘 동료 기독교인들에 대해 실망한 분들에게나 기독교의 정수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신앙의 본질을 알려주고 신앙을 회복시키는 길을 알려주는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경기도 일원에 건립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곳은 현대 교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지양하고 기독교의 올바른 지향점을 모색하는 교회, 그 교회 안에서는 기존의 교회에서 느끼는 많은 불편함이 해소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기존의 교회들에서는 물질적으로나 사회지위상으로 서열화되는 경향이 있고 기복적인 성향과 세속적인 습성들이 여러 뜻 있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한 불편한 요소가 제거된 공동체, 신앙이 바르게 정립된 모습을 듣고 보고 배워서 진정한 영성을 회복하게 하는 교회상을 추구합니다.
문: 듣고 보니 수도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비슷한 활동을 하는 공동체인 듯 합니다. 피정과도 흡사할 수 있겠군요.
김: 중세수도원의 장점들과 교회의 장점들을 결합하고자 한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묵상과 수련, 하나님과 깊이 있는 소통, 자아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활동 등을 하는데, 수도원의 고리타분한 면모는 씻어내고 신앙인으로서의 정체를 회복하는 노력을 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만드신 목적을 묵상하고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을 시도하게 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교회에서는 이런 것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교회생활 자체가 도식화되어서 자신을 돌아다 볼 시간적이며 심리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영성공동체 교회에서는 내가 자신과 대면하고 하나님과 대면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딱히 피정과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부지도 마련하는 등, 남은 과제들이 있습니다.
문: 그와 같은 신앙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모태로서의 사업의 포부는 무엇입니까?
김: 저는 사업의 번창을 위해 욕심을 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능력 안에서만 격려하고 목표를 맞추어나가려고 할 것입니다. 그것이 크지 않아도 좋고, 또, 예기치 않고 커져도 좋습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다 맡기는 것입니다. 저의 사업체가 아니고 하나님의 사업체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CEO이십니다. 이 회사를 발전시킬 것인지 유지시킬 것인지에 대해서 그분의 의중을 여쭈면서 저는 이 회사를 경영해 나갈 뿐입니다.
문: 그런 일이 조만간에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김: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회에 이루어가려고 합니다.
회사 내 종교적 차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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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경 대표는 ‘일터에서 드리는 다니엘의 기도’로 일터에서의 하루를 시작한다. ⓒ사진=베리타스 |
문: 다른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직원들의 회사 내 생활과 관련해서 회사 차원의 신앙적인 방침이 마련되어 있는지요? 어떤 경우는 직원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갑을관계에서 강요할 수도 있는 데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김: 저는 모든 신입직원들을 채용할 때 종교적 차별을 하지 않습니다. 종교에 따라 직원을 채용하거나 하지 않거나 하는 일 자체가 기독교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저의 회사로 이슬람교도가 올 수도 있고 불교도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기독교인들인 경우는 기독교인으로서 신앙적 특성이 생활 속에서 드러나도록 생활할 것을 주문할 생각합니다. 일에 대한 열정,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신앙인으로서 특화되는 점이 있도록 하려는 생각입니다. 물론, 제가 솔선할 것입니다. 그래서 회사 전체의 운영방침을 기독교식으로 꾸려가거나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문: 사업으로 성공한 기독교인들의 간증을 들어보면, 회사 안에 기도실도 만들고 회사에서 예배도 드렸다고 하지 않습니까?
김: 그런 일들도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교회 다니는 사람들만 직원으로 받을 수 있고 타 종교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저의 회사에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나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저의 철학입니다. 다만,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단 몇 퍼센트라도 기독교인들이 있다면 그들이 기독교 신앙인답게 생활할 것을 독려하기는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도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강요된 전도보다는 우리가 우리의 삶의 모습에서 진정한 전도의 동력이 나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직원도 채용하지요.
문: 동남아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종교적 배려는 어떻게 하십니다. 이슬람교도인 경우는 시간을 정해놓고 기도해야 하는데 그것도 보장하십니까?
김: 그것은 회사가 보장할 사안은 아닙니다. 다만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요. 그러나 회사가 방해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행위도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 여기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직장인을 위한 다니엘 기도문’은 누구에게 주는 것입니까? 필요한 직원에게만 주시겠군요?
김: 네, 그렇습니다. 요청하는 사람에게만 나누어줍니다. 항상 아침, 점심, 저녁 시간에 이 기도문을 읽으며 기도하게 권합니다. 하지만, 강제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의 회사는 자유롭습니다.
문: 사장님께서 회사를 운영하며 생활 속에서 살아있는 신앙인의 모습을 보이려는 자세가 매우 돋보입니다. 날마다 꾸준히 얼마나 지속적으로 신앙의 열매를 맺는가가 중요한 일이지 않습니까? 사회적으로 큰 기여를 해서 명예를 얻으려 하기보다는 실제 생활 속에서 차근차근 신앙을 실천해나가는 과정이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신앙인으로서의 본을 보이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남들이 이미 우리를 기독교인으로 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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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경 대표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삶 속에서 참 신앙인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그것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남들이 이미 우리를 기독교인으로 보고 있는데 어떻게 함부로 살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사진=베리타스 |
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삶 속에서 참 신앙인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그것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남들이 이미 우리를 기독교인으로 보고 있는데 어떻게 함부로 살 수 있겠습니까?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삶의 현장 속에서 증명되도록 노력하게 되면 그것 자체로도 신앙인으로서의 표상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독교인이라면 맡은 일에 대해 성실하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겸손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향기가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저는 아침마다 직원배치표를 보고 그들을 위해 중보기도합니다. 사업장에서의 안전과 그들의 가정과 그들의 삶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그런 기도의 열매들이 후일에는 우리 회사를 발전시키고 그 분들이 앞장서서 우리 회사를 이끌어나가게 될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 직원들을 만나면 제가 먼저 존댓말을 합니다. 외국인 직원인 경우에는 더 많이 격려해줍니다. 가끔은 직원들에게 자신을 채찍질할 수 있는 말씀들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네가 자기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보았느냐 이러한 사람은 왕 앞에 설 것이요 천한 자 앞에 서지 아니하리라”(잠언 22:29) 등을 알려줍니다. 저는 맡은 일에 충실한 사람들은 신앙에 관계없이 하나님을 대면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 그러한 행동들이 작은 배려이기는 하지만, 직원 모두가 이런 마음으로 일을 하게 되면 동료들과의 상호관계나 일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사장님께서는 한 알의 밀알이 되어서 그렇게 썩어지고 계시는 것이군요?
김: 회사와 동료와 하나님을 위한다면 누구든지 그런 밀알이 될 수 있습니다. 제품을 만들 때, 제품을 통해서 내 가정, 내 회사, 내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제품 하나하나에 열정을 가질 수 있고, 그 자체가 밀알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기독교인들이 생활 속에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작은 행동이라도 진정성을 갖고 행한다면 우리 사회가 엄청나게 변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진성성과 더불어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직원, 가정, 사회,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사회의 변혁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장시간 동안 감사합니다.
“금융자본은 자본주의 파쇄공…칼빈 근로사상 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