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에큐메니컬 운동에 새 바람 일으킬 수 없을까?

NCCK 선교훈련원 26일 제6차 에큐메니컬 심포지엄 개최

혹자는 세계적으로 에큐메니컬 운동이 침체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에큐메니컬 운동 역시 70, 80년대 우리사회를 고도의 민주화 사회로 견인해 주는 역할을 도맡았음에도 여러 요인들로 인해 현재에 이르러 그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빙하기에 접어든 에큐메니컬 운동. 다시금 옛 영광을 되찾을 길은 없을까?

이런 취지 하에 한국교회 에큐메니컬 운동의 역사를 회고하는 한편, 그 나아갈 방향성을 모색하는 포럼이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선교훈련원(원장 이근복)이 26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 대강당에서 ‘에큐메니컬 운동과 한국교회’란 주제의 제6회 에큐메니컬 아카데미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정병준 박사(한남대 초빙교수), 이은영 총무(감청), 최종덕 선생(기빈협 기독교지역선교훈련위원회 훈련팀장), 정진우 목사(목정평 공동대표, 서울제일교회) 등은 각각 발제를 통해 에큐메니컬 운동에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 26일 오후 6시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 대강당에서 NCCK 선교훈련원 제6차 에큐메니컬 심포지엄이 열렸다 ⓒ베리타스

에큐메니컬 운동, 본질부터 바로보자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의 역사’를 주제로 발표한 정병준 박사는 에큐메니컬 운동이 빙하기에 접어 들었다는 데 공감하고, 에큐메니컬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성서와 교회를 통해 교회가 발견한 에큐메니컬 운동은 ▲ 교회의 갱신과 일치 ▲ 정의와 평화를 통한 인류의 일치 ▲ 하나님의 창조세계 전체의 생명을 보전하고 살리는 운동에 참여해 종말론적 하나님 나라의 완성에 동참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정 박사는 이어 에큐메니컬 운동의 신학적 유산으로는 70∼80년대의 정치신학, 민중신학, 여성신학, 통일신학, 1988년 평화통일 신학선언, 90년대의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과 신학, 통일신학, 희년신학, 생명신학, 생태여성신학, 세계화/지구화에 대응하는 경제신학 등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사회참여 신학이 정의와 평화운동에 기여했다면, 토착화 신학은 타종교와의 대화 그리고 동양적 전통에 기초를 둔 생명신학을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에큐메니컬 운동, 교회의 바닥까지 뿌리 못내려

정병준 박사가 주제발제를 하고 있다 ⓒ베리타스

이 같은 흐름 속에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은 ‘민주화·인권운동’ ‘통일운동’ ‘특수선교운동’을 통해 복음을 문화역사 속에 토착화하는 일에 헌신했고, 희생과 섬김과 저항의 영성을 보여줬다고 정 박사는 말했다.

정 박사는 그러나 “에큐메니컬 운동은 교회의 바닥에 깊은 뿌리를 내리는데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고, “에큐메니컬 영성들은 지금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이지 못하고 분산되어 버렸다”며 에큐메니컬 운동에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마치면서 정 박사는 “진정한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의 위기는 우리 내부에 있는 불신과 운동에 대한 냉소주의이다. 역사의 평가는 냉엄하다. ‘영성’이 없는 에큐메니컬 운동은 가장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에큐메니컬 청년운동은 소통의 벽을 넘어서야…

이어 이은영 총무는 ‘에큐메니컬 청년운동과 교회’란 주제의 발표에서 기독청년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선 교회 내 직분 간 그리고 세대 간, 성별 간 소통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무는 “나의 일이든 남의 일이든 동기를 파악하려는 노력은 우리 안의 소통과 화해와 평화를 이뤄나가기 위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독청년운동을 이루는 모든 이들이 한 마음이 되어 평화의 가치를 깊이 있게 내면화하여 그 자체가 빛으로 체질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또 ‘민중선교와 한국사회’란 주제로 발표한 최종덕 선생은 민중교회들의 활동을 에큐메니컬 운동으로 승화시킬 방법을 고안해 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위해 에큐메니컬 민중 선교기관의 활동을 진단하고, 고유한 정체성과 목적 그리고 시대적 사명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에큐메니컬 운동, 관성적 죽은 이념과 결별해야…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와 교회 목회자 에큐메니컬 운동’을 주제로 발표한 정진우 목사는 “에큐메니컬 운동은 기독교의 역할과 관련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고 했고, “(에큐메니컬 운동이)관성적 죽은 이념과의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정진우 목사는 특히 에큐메니컬 목회자 운동의 근거를 한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넘어 신앙고백에서 찾으려 했다. 그는 “에큐메니컬 목회자 운동은 궁극적으로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운동. 그런 점에서 더 든든한 신앙 고백 위에 서야 하며 이를 위한 신앙고백적 언어로 수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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