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인터뷰] “개신교의 아름다움은 가톨릭의 아름다움”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 인터뷰 2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 갤럽이 지난 2월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 1984-2014> 연구조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김근수 소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 소장은 무엇보다 ‘성직자의 자질 문제’를 들었다. ⓒ사진=지유석 기자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세상의 소금’(마태복음 5:13)이라고 했다. 소금은 짠 맛을 낼 때만 소금이다. 그 맛을 잃으면 밖에 버려져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야 만다. 이 같은 예수의 가르침은 제자 본연의 사명을 일깨운다. 그러나 예수의 가르침이 무색하게 개신교는 무참하게 밟히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비단 개신교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 갤럽이 지난 2월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 1984-2014> 연구조사 결과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견이 1984년 68%에서 2014년 47%로 21%p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다. “종교단체가 종교 본래의 뜻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데 동의하는 응답은 1997년 72%, 2004년 68%, 2014년 63%로 꾸준히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통계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가톨릭, 개신교, 불교 등 종교계 전반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왜 종교가 짠 맛을 잃어버리고 사람들에게 밟히는 신세로 전락했을까?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은 성직자 자질 문제를 들었다.  
“갤럽의 조사결과를 접했다. 통계조사 기법이나 정확성, 그리고 분석 툴 등 기술적인 요소와는 무관하게 종교계가 국민들에게 신뢰보다 실망을 많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가톨릭, 개신교, 불교 가운데 어느 종교가 신뢰를 주고 있나 수치로 따지면서 일희일비 하는 건 ‘도토리 키 재기’일 뿐이다. 
이 같은 실망의 근본원인은 성직자의 자질에 있다. 3대 종교 내부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신뢰도나 평판이 좋지 않다. 보다 근본적으로 성직자들이 가난한 이들, 고통 받는 이들의 아픔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사제, 목사, 스님 모두 다른 나라의 성직자 보다 자질 향상에 여러모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톨릭 교회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좋다. 강정 제주해군기지,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세월호 참사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들 민감한 쟁점이 떠오를 때 마다 사제들과 수녀들이 앞장서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사회정의의 대명사로 각인됐다.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더욱 고무적이다. 개혁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착좌 후 개혁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다, 지난 해 직접 한국을 방문해 파격행보를 이어나갔다. 특히 교황은 방한 일정 내내 세월호 참사로 고통당하는 유가족들을 위로해 큰 감동을 줬다. 
주교 자리는 순교에 앞장서야 할 자리 
그러나 정작 꼭대기로 올라갈수록 개혁에 대한 거부반응이 심하다. 최근 조규만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의 발언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조 주교는 지난 2월1일자 주보를 통해 교회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우리 주변에 악의 세력들이 맴돌고 있다”면서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수난 받고 죽음을 겪으셨는데도 세상이 그렇게 바뀌지 않았는데 교황이 다녀가셨다고 교회가 바뀌겠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성직자 그룹의 개혁이 급선무라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상당수 주교들이 사회적 쟁점에 침묵하는 이유가 "순교에서 멀어진데 따른 결과"라며 주교의 자리가 "순교에 앞장서야 할 자리"임을 분명히 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성직자 그룹의 자체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지난 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가서 개혁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그럼에도 가톨릭 교회 내부에서 아무런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변화에 대한 갈망은 신도 쪽에서 더 강하다. 문제는 주교들이 개혁에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신도들은 과감한 변화를 주문하는데, 주교들은 완강한 입장이다. 
조규만 주교의 발언을 살펴보자. 전체적인 맥락에서 악의는 없었다. 단, 오해의 소지는 다분했다고 본다. 조 주교 본인이 이에 대한 뚜렷한 해명 하지 않고 있기에, 주보내용은 글자 그대로 조 주교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이런 주장은 틀렸고, 따라서 받아들일 수 없다. 
개혁에 앞장서야 할 주교가 개혁을 외면하고 오히려 비웃는 태도를 보이는 건 슬픈 일이다. 구체적인 통계 수치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표면적으로 개혁에 앞장서는 주교가 없기에 조 주교 같은 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등 한국 사회의 민감한 쟁점에 대해 침묵하는 주교가 많다. 이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목소리를 내야 한다.”
김 소장은 그러면서 주교의 사명이 ‘순교’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교들이 사회적 쟁점에 침묵하는 이유가 순교에서 멀어진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주교들이 담당해야 할 첫 번째 임무는 그리스도의 이념과 진리를 수호하고, 설명하며 모범을 보이는 일이다. 두 번째는 현실적인 임무, 즉 교회 조직, 즉 돈과 사람을 유지하는 임무다. 그런데 주교들은 두 번째 임무에 책임감과 부담을 끼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갈등의 시기에 예수의 메시지를 따르기보다 교회 조직유지에 치중하는 쪽으로 쏠린다. 주교들이 강단에서 하는 말과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래 주교 역할은 순교에 앞장서는 데 있었다. 주교가 쓰는 붉은 모자는 순교자의 피를 상징한다. 베드로, 바울 등 초대 교회 주교들도 순교에 앞장섰다.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순교했다. 그러나 현대의 주교들은 순교를 두려워한다. 주교가 먼저 순교하고, 수녀가 그 다음인데 주교는 순교에서 멀찌감치 도망갔다. 주교가 순교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아 슬프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순교자 선포에 따라 로메로 대주교의 시복식이 곧 열릴 것으로 본다. 한국 주교들이 로메로 시복을 통해 주교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고, 무엇보다 그를 본받았으면 좋겠다.”
개종에 앞서 자신부터 돌아보라 
다시 개신교로 눈을 돌려보자. 개신교 성도들 가운데 상당수가 교회 내 분쟁이나 천박한 구원교리 등 갖가지 이유로 가톨릭 개종을 고민한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개신교계는 지난 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이 개신교 성도의 가톨릭 이탈을 부채질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과연 가톨릭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진정으로 가톨릭 개종을 고민하는 개신교 성도들이라면 김 소장의 답변을 숙고했으면 한다. 
“자신의 종교의 장점과 이웃 종교의 단점을 비교하면 한 쪽은 영원한 승자로 남는다. 이런 태도는 잘못이다. 종교끼리 비교할 때는 장점은 장점끼리, 단점은 단점끼리 비교해야 한다. 
▲지난 8월 교황 방한 이후 개신교계 일각에서는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의 종교인구 대이동을 우려한 바 있다. 김 소장에게 개종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니 개종을 생각하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볼 것"을 당부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개신교의 아픔과 잘못은 가톨릭의 아픔과 잘못이다. 또 개신교의 장점과 아름다움은 가톨릭의 장점과 아름다움이다. 따라서 가톨릭 개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차이점 보다 공통점이 많다. 아무런 문제없는 종교조직을 찾기 위해 세상을 해매면 지구 밖으로 나가야 한다. 개종에 대한 고민 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개혁을 위해 노력한 일이 있는가?’, ‘나 자신이 개혁대상인가, 아닌가?’는 고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개종은 이런 고민 다음으로 미루기를 조언한다. 마치 쇼핑하듯 종교를 옮겨 다니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 현재 자신이 믿는 종교에서 화해하고, 개혁을 이루는 일이 먼저다. 가톨릭엔 프란치스코 교황이나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같은 분만 있지 않다. 염수정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 같은 사람도 있음을 명심해 달라.”
김근수 소장은 지난 2월28일(토)부터 11월까지 매월 1회 열리는 화쟁문화아카데미 주최 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경계너머, 지금여기>에서 가톨릭을 대표해 참가 중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종교가 신뢰 보다는 실망을 준데 고통스러워했다. 그래서 불교, 개신교, 가톨릭의 개혁성향 학자들이 모여 세월호 참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실망이 아닌 희망을 말하고자 해서, 그리고 희망을 말하려면 종교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모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짜 희망은 부조리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에 대한 저항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다. 그러나 김 소장은 이런 와중에서도 종교의 역할이 전적으로 부정될 수 없다고 본다. 실제, 사회 갈등의 현장에서 종교와 종교인의 활동에 감동해 마지막 희망을 종교에서 찾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김 소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종교가 희망을 주려면, 그리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려면 종교내부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우선 만약 올해 로메로 대주교 시복식이 열릴 경우, 현지로 가서 취재할 계획이다. 무뎌지기 쉬운 신학적 감각을 새롭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단, 영웅주의는 경계하려 한다. 가톨릭의 고질적 병폐 가운데 하나가 영웅주의다. 이를테면 가톨릭의 미래는 교황에게 달려 있다, 혹은 한국 가톨릭의 수장은 누구다 하는 말들이다. 이런 말들 자체가 잘못됐다. 가톨릭 교회의 운명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모든 가톨릭 신도들이 깨닫는 그날까지 노력하려 한다. 
그리고 사회비판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 단, 종교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종교가 사회비판을 하려면 내부 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비판은 가능한데, 종교비판은 안 된다? 이는 모순이다. 향후 강연이나 저술활동에서 종교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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