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국교회연구원, “한국교회, 신앙의 기능장애 빠져”

한국교회연구원 신임원장 취임 기념 심포지엄 열려

▲NCCK 산하 한국교회연구원이 3월19일(목)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국교회연구원 원장 취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사진=지유석 기자

한국교회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주요 원인은 교회재정의 불투명한 운영과 사회적 책임의 방기다. 교회 재정은 담임목사를 정점으로 한 소수가 배타적인 집행권을 행사하고 있는 한편, 교회 전체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교회연구원(원장 전병금 목사, 이하 연구원)은 이 두 가지 병폐를 공론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연구원은 3월19일(목)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국교회연구원 원장 취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박성배 삼덕회계법인 이사와 백종국 경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각각 “교회회계와 재정투명성,” “한국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먼저 박성배 이사는 기독교에 대한 불신과 지탄의 원인으로 재정 문제를 꼽았다. 그런데 박 이사는 “회계의 투명성만으로는 재정 투명성을 보장 받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 이유는 “자금의 집행과정에서 특정인의 의도에 따라 잘못 집행된 사항이 회계처리과정에서 옳은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회계의 투명성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회계처리가 잘못되어 있다고 해서 그 거래가 부정한 거래가 되는 것이 아니고 집행자의 의도가 건전할 때 그 재정도 건전해진다”고 꼬집었다.  
교회의 주 수입원은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 헌금이다. 교회 재산의 법적 성격과 관련, 대법원 판례는 “기독교단체인 교회에 있어서 교인들의 연보, 헌금, 기타교회의 수입으로 이뤄진 재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교회소속 교인들의 총유에 속한다. 따라서 그 재산의 처분은 그 교회의 정관 기타 규약에 의하거나 그것이 없는 경우엔 그 교회소속 교인들로 구성된 총회의 결의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이사는 교회 재산의 법률적 성격을 설명하면서 “재정 운영과 관련해 오늘날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교회 내의 한 사람이나 극소수의 몇몇 사람이 교회내의 모든 문제를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비밀스럽게 집행’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목회자, 장로, 집사의 유기적인 운영의 조화가 그 교회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며 “교회 직분자인 목회자, 장로, 집사는 교회를 질서 있게 운영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동역자로 삼으시는 수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적 책임은 기독교 역사의 일관된 전통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한국교회연구원 전병금 신임원장이 취임식이 있었다. 취임패 전달식에서 김영주 NCCK 총무(좌)와 전병금 신임원장(우)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다음으로는 백종국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다. 백 교수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화두로 꺼내 들었다. 백 교수는 “세상에 대한 교회의 사명은 예배와 양육과 증거의 사역”이라고 규정하면서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믿음에 합당한 삶의 모습을 그 신앙의 증거로서 보여야 한다. 초대교회 이래로 모든 기독교공동체들이 이러한 실천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기독교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 모든 기독교인들에게는 일정한 사회적 책임이 부과돼 있음이 지속적으로 강조돼 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통이 무색하게 한국교회엔 기복신앙과 성공주의가 팽배하다. 백 교수는 ‘이원론적 세계관’으로 인해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진단한다. 이원론적 세계관으로 인해 세속적 직업을 경멸하거나 삶의 실천에 불성실하게 임했다는 것이다. 이에 백 교수는 ‘복음의 역사성’으로 이원론적 세계관의 극복을 시도한다. 백 교수는 “보편적 차원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적 책임은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실천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역사적 차원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구체적 역사에서 나타나는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실천, 즉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모세, 다윗, 예레미야가 구체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방식을 설명했다. 모세는 이스라엘을 가나안으로 인도하는 모습으로, 다윗은 이스라엘 왕국을 건설하는 모습으로, 예레미야는 이스라엘 왕국을 심판하는 모습으로 그리스도를 나타냈다.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역사성을 파악하는 일은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는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어떤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역사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 보편성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가 파악한 사회적 책임의 건전성이 의문시” 되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발제 말미에 “한국교회는 현재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신앙의 기능장애에 빠져 있다”면서 “교회는 시민운동의 담당자로서, 내부적 비판자로서, 그리고 후원자로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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