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종교계 미묘한 파장

기독교계 시선 엇갈려…불교계 불편한 심기 드러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종교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YTN 보도영상 캡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종교계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기독교계 내부에서 이견이 드러나는 한편, 타종교, 특히 불교계는 황 장관의 후보 임명에 경계심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황 후보자는 사법 연수원 시절 수도침례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현재까지 성일 침례교회 협동 전도사로 일해 왔다. 이 같은 이력에 근거해 일부 언론들은 황 후보자를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소개하고 있다. 또 검사 시절 해설서를 쓸 정도로 국가보안법에 정통해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기독교계는 물론 일반 여론이 황 후보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복합적이다. 그의 후보 지명을 반기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은 자신의 SNS 계정에 황 후보자 사진과 함께 “교육전도사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 나는 꿈꾸어 본다”며 지지입장을 밝혔다. 샬롬나비 김영한 공동 상임대표도 “성서 말씀대로 공의에 따라 국정을 운영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보기에 환영한다. 기독교인으로서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황 후보자를 바라보는 일반 네티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페북 아이디 ‘Nam T****’은 “이승만, 김영삼 그리고 이명박으로도 부족하나 보다. 아직도 기독교인들이 말아먹을 뭔가가 이 나라에 남았나?”고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유학 중인 홍신해만 씨는 자신의 SNS계정에 “황교안 총리 후보지명 사태는 한마디로 ‘문창극 시즌2’다. 교회를 배경으로 한 망언과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다수의 교회 사람들, 기독교인(전도사)이란 이유만으로 그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신학자와 목회자들의 모습은 정확히 문창극 해프닝과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법학과 조국 교수의 비판은 더욱 신랄하다. 조 교수는 자신의 SNS 계정에 “그의 책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는 해고된 선교원 유아교사가 교회 상대 부당해고소송에서 승소한 대법원 판결이 부당하다고 비판한다. 교회법 존중의 미명 하에 헌법이 보장한 노동권을 부정한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또 황 후보자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적용을 방해했고, 삼성 X파일 수사팀 지휘자로서 삼성 쪽 인사는 서면 후 불기소한 반면, 이 파일을 폭로한 노회찬 전 의원과 이상호 기자는 기소해 처벌받게 한 사실을 들면서 “그의 행동은 예수가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더러운 것이 가득하다’고 비판한 권위주의적 율법주의자 ‘바리새인’에 가깝다”고 일갈했다.   
불교계, 황 장관에 노골적 반감 표시   
이런 와중에 불교계는 황 후보자의 국무총리 임명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불교계 인터넷 신문인 <법보신문>은 불교계의 우려를 전했다. <법보신문>은 5월26일(화)자 ‘황교안, 공안검사와 종교편향’이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무엇보다 황 후보자의 사상적 편향이 걱정이다.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통괄하는 자리이다. 도덕성은 물론 야당과 소통하고 국민의 뜻을 담아내는 통합적 지도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황 후보자는 공안검사와 골수 기독교인이란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황 후보자는 국정원 선거개입을 수사하는 검찰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전직 대통령에 대해 존칭도 생략한 채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야당은 ‘황교안 카드’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일단 총리의 통합적인 지도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고 적었다. 이어 “불교계는 황 후보자의 지나친 신앙심을 경계하고 있다. 황 후보자는 종교인 과세를 비판하며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재소자는 기독교 정신으로 교화해야 갱생이 된다며 소망교도소 설립을 주도했다. 이런 이유로 불교계는 황 후보자에 대해 ‘빨갱이를 입에 달고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부패한 일부 기독교인들의 고급버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며 황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황 후보자가 협동 전도사로 시무해온 성일 침례교회(담임목사 김정곤) 측은 신중한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회 측의 한 관계자는 “협동 전도사라고 하지만, 성경대학 과정을 맡은 것이 전부”라면서 “황 후보자가 입각한 이후 교회 출석은 해왔지만 전도사 사역은 사실상 손 놓은 상황이다. 게다가 황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 교회 입장에서는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종교관·법학관 논란과는 무관하게 정치권에서는 황 후보자 인선이 청와대의 사정정국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 권석천 사회2부장은 25일(월) “이완구 전 총리가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달이 벌어지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검사 출신 법무장관을 총리 후보로 내정하고 중단 없는 사정을 국정지표로 삼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총리 지명, 인선 발표 자체가 메시지요, 통치행위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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