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계의 표절 병폐를 지적해온 이성하 목사가 표절반대운동의 일선으로부터 물러난 이유를 밝혔다. 제자도 연구소의 황정현 목사가 이 목사의 중도하차와 관련하여 본지에 기고한 글의 내용(http://veritas.kr/contents/article/sub_re.html?no=18355)과는 달리 이 목사는 6월21일(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표절반대 그룹을 닫으며”라는 글(http://blog.daum.net/goodsamaritan2/85)을 통해 그 이유가 자신이 교회를 “세습”한 것을 문제삼는 사람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밝힌 “세습”은 그의 말대로 “형식논리에 따르면 세습”이지만 사회적으로 비난 받는 ‘교회세습’의 범주로 매도되는 것이 부당한 경우이다. 장인이 시무하던 교회를 맡게 되니 세습은 세습인데, 교회가 “70세 이상 노인분들이 절반 가까이 되고, 주일 출석이 40명 정도인 원주 외곽의 시골교회[인데다] 저는 한 달에 130만 원 정도를 받고, 아내가 어린이집을 운영해서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 형편이다. 그리고 이 목사는 이 교회로 오기 위해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청빙해준 대전의 모 교회를 사임해야 했다. 게다가 이런 결정의 배경은 와병중인 장모를 간호해야 하는 아내를 대전으로 데려올 수 없는 사정 때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더 긴박하고 절박한 쪽을 택하기로” 결정하고서 장인의 교회로 가기로 한 것이다.
이 목사는 이 “세습”에 대해서 “교회개혁 운동을 하시는 분”이 문제를 삼고서 공격을 해오면 이전투구의 양상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세습”과는 상관없는 “표절반대 게시판[이] 난장판이 되버리고” 말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표절반대 운동의 원만한 지속을 위해 자신이 그 운동으로부터 “사라지도록” 결정한 것이다. 그는 “교회개혁 운동을 하시는 분”이 “형식논리에 빠진 듯 했다”고 설명하면서, 자신의 상황이 “당신이 비난하는 그런 세습이 아니다. 더 나은 곳에서 더 열악한 곳으로 이동하는 세습이 어디 있느냐. 도망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라며 호소해도 “요지부동이었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그가 요지부동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저만 예외로 하면 제보한 자들이 조롱한다는 것”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회개혁 운동을 하시는 분”은 “큰 교회뿐 아니라 작은교회 세습도 잘못”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열악한 교회를 세습하여 ‘십자가를 지는’ 자녀를 비난할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개교회 목회자 청빙은 단지 개교회 문제만이 아니라 노회/지방회의 관할 하에 있고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 어려운 교회 목회자들이 생활도 못할 정도로 궁핍을 견디도록 하고 그 궁핍함을 자녀에게까지 물려주도록 방치하는 것은 공교회로서 한국교회의 부패와 타락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가난한 교회의 세습을 반대하는 것이 가난의 대물림과 한국교회의 취약한 공공성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제기된 셈이다.
이러한 논란이 세습반대 논리의 확장인지 형식논리의 공고화인지는 알 수 없으나 뜻밖에 한국교계의 표절반대 운동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