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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식의 길위의신학] 모험과 개척

차정식·한일장신대 교수


출처 : 차정식의 신약성서여행 <바로가기 클릭>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베리타스 DB
내가 딸기밭을 조성한 2평 남짓한 땅은 본래 썩은 잡목과 대나무 뿌리가 뒤엉킨 황폐한 곳으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었다. 내가 여기에 딸기밭을 만들겠다고 나서니 별 생각도 안 해보고 주변에서 말렸다. 더러운 땅에 헛고생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 열매농사는 까다롭다는 게 막연한 반대 이유였다.
나는 묵묵히 홀로 곡괭이질을 수십 번 하여 대나무 뿌리를 캐냈고 더러운 잡목 부스러기들을 모아 태워버렸다. 영양 높은 거름을 부어 토질을 높였고 교회 장로님이 주신 십여 모종을 심은 뒤 열심히 잡초를 뽑아주었다. 최근엔 한약 달이고 남은 찌끼를 얻어다 보약을 먹였다.
처음 모종을 심은 게 3월 하순이었는데 이제 5월 하순이 된 지금 이 딸기밭의 식물들은 꽤 많은 열매를 생산한다. 비닐하우스의 딸기에 비해 육질이 단단한 편이고 당도도 높다. 그윽한 맛이 난다. 날 만류하던 이들도 내 허락 없이 슬슬 이 딸기를 따먹는다. 오늘도 채소밭에 물을 주다 10개나 따먹었다.
만류하고 반대하는 이들은 기질인지 습관인지 늘 반대한다. 내가 작년 가을 메주를 쑤어 슬로우 푸드로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자고 했을 때도 반대하더니 지금 햇된장의 묘미는 별 군소리 없이 잘도 즐긴다.
내가 거름더미 곁에 참외 수박을 심으려 할 때도 쌍수를 들고 반대했는데 막상 심어놓으니 심은 모종의 넝쿨이 씩씩하게 잘 뻗고 있다. 시장에 파는 것처럼 크고 때깔 좋은 열매가 맺히지 않더라도 내가 먹을 만한 수준으로 몇 개라도 달리면 족하다.
긍정의 힘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그것을 이데올로기화하여 무조건 그 틀에 우리 삶을 때려맞추려고 하니 무모해지고 사악해지는 것이다. 우리 생의 미지의 영역을 모험하거나 맨땅에 달려들어 개척하려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긍정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맨날 비판과 냉소를 입에 달다시피 하며 살 수 없다. 툭하면 부정 먼저 해버리는 관성 따라 일을 도모하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 빠르고 세상이 너무 급하다. 뭔가 소박한 대안이라도 하나 찾아 몸을 부리고 땀을 흘려 자기 생의 열매를 내놓은 뒤 그것을 당당히 향유하며 더불어 나누는 관용의 지혜가 증폭되어갔으면 좋겠다.
삶의 현장성은 우리가 반대하고 만류하는 고개 넘어 있지 않다. 그것은 삶의 냉소적 저 편이 아니라 작은 일에도 용기를 내는 소박한 이 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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