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히로시마 원폭투하 70주년 정의·평화 순례

▲정의와 평화의 순례단이 히로시마 세계평화기념성당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 Paul Jeffrey/WCC

원폭투하 70주년을 기념하여 일본의 히로시마에서 8월6일(목) 진행된 “정의와 평화의 순례”에서 7개국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원폭피해 생존자들의 증언을 청취하고 자국의 핵무기 의존 정책에 대해 투쟁할 결의를 새롭게 다졌다. 7개국은 미국, 독일, 한국, 일본, 노르웨이, 파키스탄, 네덜란드이며 현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미국의 핵우산 아래 살고 있다. 이들은 닷새간의 순례 일정을 시작하기 전 도쿄에서 일본 기독교 지도자들과 협의를 가졌고, 이어 군비통제와 군축을 담당하는 외무성 관리에게 핵무기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메어리 앤 스웬슨 미국감리교 감독은 이날 히로시마 가톨릭 세계평화기념 성당에서 거행된 에큐메니칼 기도회에서 설교하면서 “우리는 과거의 참혹한 파괴를 기억하고 인정하며 ‘두 번 다시는 안 돼’를 외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이 성당은 1950년대 초에 원폭피해 생존자들이 그 지역에서 만들어진 벽돌로 건축했으며 성당의 종들은 세계2차대전에서 사용된 무기들을 녹여 독일에서 주조한 것이다. 
스웬슨 감독은 히바쿠샤(원폭피해 생존자를 일컫는 일본어)의 증언을 청취하는 것이 순례단뿐만 아니라 평화에 관심있는 모든 신앙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히바쿠샤는 이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의 피해자들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핵무기로 고통을 당하는 모든 사람들, 즉 유전적 변형 때문에 신체가 기형이 된 사람들, 핵실험으로 토양과 바다가 오염된 지역의 사람들, 원전 폭발로 농장과 도시가 오염된 지역의 사람들, 광산과 발전소에서 일하면서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녀는 이어 “생명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방식으로 원자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물을 오용하는 죄악”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제는 군비확장과 에너지 사용의 문제를 하나님의 창조물과 사람들에 대한 영향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할 때이다. 이제는 물질적 위안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우리의 욕망이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원천과 총량에 대한 염려를 차단하고 있다고 고백할 때이다. 이제는 핵무기를 유지하려는 모든 지원 정책을 포기할 때이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대량살상하는 것이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합법적 형식이라고 용납하던 것을 거부할 때이다”라고 강조했다. 
세계교회협의회의 <국제문제에 관한 교회위원회> 위원장인 피터 프루브 박사에 따르면, 순례단은 매우 중요한 시기에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 그는 “70년 전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들이 투하되었다. 그 당시 참사의 생존자들이 최근 들어 이 무기들을 철폐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억압되어왔다. 그들의 세대가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이 그들의 요청을 이어받아서 핵무기를 효과적으로 종식시켜 두 번 다시 사용되지 않게 할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순례단이 이곳에 온 목적이다. 인도적 관점에서 핵무기를 철폐할 것을 요청하기 위하여, 국가간 법률적 간극을 메우고, 현상유지를 의도하거나 비협조적 태도를 은폐하려는 핵무기 비확산 정권들의 가면을 벗겨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핵무기 비확산 조약 회담의 공식적 절차 바깥에 다른 움직임들도 있다. 우리는 새로운 기획을 실행하고 있는데, 현재 전 세계 대다수의 국가가 찬성하고 있는 ‘인도주의적 서약’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대량살상 무기를 법적으로 금지할 단계로 진행할 것을 원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대량살상 무기, 즉 집속탄, 지뢰, 화학무기 등은 법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핵무기도 금지된다. 안 될 게 무언가? 현재 대다수의 국가들이 이러한 법적 금지 조처에 찬성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방해가 되는 것은 현재 핵무장을 하고 있거나 핵무기 보유국에 의존하고 있는 극소수의 국가들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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