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에 처해 있던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신속하게 세계교회에 기도를 요청한 일은 교회연합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적절히 실행한 사례에 해당한다. NCCK의 요청에 따라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지난 8월21일(금) 남북한 정부에 대화를 통해 긴장국면을 해소할 것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는 아시아교회 800여명의 지도자들에게 한반도의 긴박한 상황을 알리고 기도를 요청했다. 세계개혁교회연맹(WCRC)도 회원교회에게 긴급 서한을 보냈다. 이 밖에도 많은 해외의 교회들이 한반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어떤 이유에서라도 무력사용을 통한 문제해결은 기독교신앙에 배치됨을 강조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같이 결집된 기도 운동을 불러일으킨 NCCK의 적절한 조처는 25일(화) 새벽 남북 고위급회담의 합의성사라는 보상을 받았다.
이번 일로 교회연합기관이 개별교회의 영역을 넘어서 이 땅에 평화와 복음이 편만해지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당위가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평화를 만들어내는 자‘들’”(peacemakers, 마태5:9)은 평화의 복음이 하나님으로부터 유래한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에게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NCCK가 촉발한 전 세계교회의 연대 표명은 남북한 당국자에게 압박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하고 효율적인 영적 세력의 뒷받침을 형성한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연대가 뒷받침된다면, NCCK는 앞으로 DMZ한반도생태평화벨트 조성, 평화협정 체결, 5.24조치 해제 등의 사안에 대해서도 국내외의 여론을 시의적절하게 환기시키는 역할을 해봄직 하다. 마침, 세계교회가 ‘정의와 평화의 순례’를 강조하고 있으므로, NCCK가 상기처럼 생태적, 정치군사적, 민간교류상의 정의와 평화를 이루어낼 기획들에 대해서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활동계획과 일정을 수립하여 실행하면, 세계교회의 순례에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일은 NCCK가 세계교회에서 스스로의 위상과 역할을 제고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위상과 역할의 제고는 지배력의 확장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흔쾌한 연대를 창출할 만한 실천역량의 축적을 지시한다. 우선, NCCK는 향후 교회 연대의 수혜자이자 주도자로서 보다 더 적극적인 논평과 지원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전통이 어우러져 있는 세계교회로부터 이번과 같은 연대가 도출된 데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대한 공감이 동력원이었지만 그간 세계교회의 활동에 혼신을 바쳤던 NCCK 선배들의 사회 정의에 대한 실천적 몸부림과 2013년에 개최된 WCC 부산총회에 대한 기억도 중요하게 작용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NCCK는 이러한 전통과 활동의 범주를 유지하고 선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NCCK 내의 위원회들을 통폐합해서 ‘정의와 평화의 순례’가 의미 있는 결실을 맺도록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신학적 검토를 거친 뒤 교회연합기관만이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기획들에 집중하고 그 이외의 기획들은 과감하게 개별교단이나 개별교회로 이양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기도의 영성을 강화해야 한다. NCCK가 세계교회에 기도를 요청한 것은 기도의 중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에 보인 반응이다. NCCK의 모든 사업들이 하나님의 일이라는 자부심으로 활동하는 만큼, NCCK는 기도의 영성을 강화함으로써 현실대응력을 축적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교회의 활동에 선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그 실천역량을 선양할 때, NCCK는 호소나 요청을 통해 세계교회의 연대를 유도하는 단계를 넘어서 유사시에 세계교회가 자발적으로 흔쾌한 연대를 구축하도록 할 수 있게 된다. 그 실천역량은 신앙과 관련하여 적절한 논평과 실질적인 지원을 도모하고, 교회연합기관으로서의 견고한 신학적 토대 위에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기획들을 개발하고 집중적으로 실행하며, 모든 일을 기도의 힘으로 진행하려는 자세를 갖춤으로써 구축된다. 그 과정에서 그간 총무 인선을 둘러싼 내홍과 재정적인 핍절의 경험도 유익한 지혜로 전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