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훈련기구가 공개한 위성사진, UN훈련기구는 이 사진을 근거로 IS가 팔미라의 벨 사원을 파괴했다고 결론내렸다. ⓒ사진출처= 영국 <가디언>지 |
이슬람 수니파 급진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문명 파괴행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UN훈련연구기구(UNITAR)는 현지시간으로 8월31일(월) 시리아 고대도시 팔미라에 있던 벨 사원이 IS에 의해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벨 사원은 셈족이 벨 신을 숭배하기 위해 기원전 32년 건축을 시작해 기독교가 전해지기 직전인 기원 후 2세기에 완성된 고대 유적이다. 이 신전은 이후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들이 번갈아 가며 교회와 회당으로 사용해 왔다. 벨 신전은 이런 내력으로 인해 팔미라에서 가장 중요한 고대 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IS가 이 유적을 파괴한 것이다.
IS의 고대 유적 파괴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IS는 지난 해 7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선지자 요나의 무덤을 훼손하는가 하면 올해 2월엔 점령지인 이라크 모술의 박물관 유물을 닥치는 대로 파괴했다. 또 지난 7월엔 시리아 팔미라의 알랏 사자상과 키르쿠크 고대 유적을 부쉈다. 이어 지난 8월 시리아 고고학자 칼리드 알 아사드를 참수하고 시신을 팔미라 광장 유적지 기둥에 매단 영상을 공개했다. IS가 고대 유적들을 파괴하는 이유는 이슬람 교리와 맞지 않는 우상숭배라는 것이다.
최근 IS의 파괴행위는 시리아의 고대 도시 팔미라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팔미라는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240km 떨어진 곳으로 오리엔트 문명과 그리스-로마 문명이 혼합된 고대도시다. 영국의 역사가이자 작가인 톰 홀랜드는 팔미라를 “로마 문명과 페르시아, 다양한 아랍 문명이 독특하게 뒤섞인 곳”이라고 적었다. 이런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UNESCO는 팔미라를 세계 유산으로 등재했다. 시리아 내전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1년 이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매년 15만 명에 달했다.
시리아는 IS의 무차별적 문명 파괴 행위에 대해 외부 지원을 호소했다. 마문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IS와의 싸움은 정치가 아닌 문화 전쟁이다. 모든 이들이 인류의 유적, 그리고 문명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IS의 장악력이 막강한데다 시리아는 4년째 내전을 치르고 있어 현재로서는 IS의 문명파괴 행위를 지켜볼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