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화제의 신간] “당신도 불량 크리스천입니다”

데이브 톰린슨 지음, 『불량 크리스천』(포이에마 刊)

▲『불량 크리스천』 겉 표지.
제목부터 도발적인 책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데이브 톰린슨이 쓴 『불량 크리스천』(포이에마 刊)이다. 수년간 가정 교회 리더로 섬겼고, 현재는 성공회 신부로 재직 중인 저자는 ‘복음주의 르네상스’라는 말이 들릴 정도로 영국에서 복음주의가 부흥하던 1990년대에 이러한 흐름에서 이탈하거나 흐름을 거스르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그들이 마음에 품고 있는 불만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알고자 했다. 1995년에는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The Post-Evangelical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이 책은 출간 즉시 영국 교계에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을 요약하면, 하나님을 믿지만 교회는 안 다니는 사람들, 교리와 형식에 갇힌 종교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 크리스천으로서는 조금 불량해 보여도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안내서다.  
저자는 자기를 처음 만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이 “신부님, 저는 그다지 독실한 크리스천은 아닙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이런 말의 저변에 깔려 있는 죄의식이 불편하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매주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과 그들 사이에 본질적 차이는 아무것도 없다고 단언한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덜 괜찮은 인간인 것도 아니고, 자기 자녀들을 덜 사랑하는 것도 아니며, 인생을 살면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한 노력을 덜 하거나 진심을 덜 기울이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저자가 사는 영국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크리스천’으로 불리기에는 자신이 여러모로 형편없다고 느끼는 사람들, 교회에 출석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교회에 잘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저자는 그런 이들에게 “하나님은 특정 종교나 신자들에게 독점당하지 않고 모든 이에게 속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무엇보다 저자가 이 책을 쓰며 염두에 둔 사람들은 폐쇄적인 교회 공동체나 주류 종교의 밖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가 이전 저작들에서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 다시 말해 교회 안에서 끝없이 갈등하면서도 신앙을 붙잡으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상대로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영적인 것을 추구하되 종교에는 매력을 못 느끼는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 조금 불량해도 괜찮다고, 당신 역시 크리스천이라고 말을 건넨다.   
‘크리스천’과 ‘교회,’ 명사가 아닌 동사
톰린슨은 예수님이 사람들을 부르신 이유는 회원용 배지를 달거나 클럽에 가입하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자기의 본을 따라 사랑을 전파하고 세상을 치유하는 일에 동참하라고 부르신 것이니, ‘크리스천’이나 ‘교회’라는 단어를 명사가 아닌 동사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크리스천’이라는 단어를 명사가 아닌 동사로 사용하면, 사람들은 더 이상 ‘나는 크리스천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고, 그 대신 그리스도의 방식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기독교 신앙이 신앙 체계가 아니라 영성 훈련 혹은 영적 실천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가 설명하는 ‘영적 실천으로서의 기독교’는 첫째로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둘째로 좋은 선택을 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고, 셋째로 자신을 사랑하듯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예수님은 불가촉천민을 포함해 사회에서 분리되고 소외된 자들, 힘없고 사회적 혜택을 받지 못한 자들을 친구로 삼으셨다. 그리고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개념을 완전히 깨부수셨다. 예수님이 계신 곳은 어디든지 사랑의 공동체가 샘솟듯 생겨났다. 다른 종교 전통에 속해 있고 스스로 크리스천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당신도 (불량) 크리스천입니다”라고 끌어안는 저자의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애쓰는 저자의 노력까지 쓸모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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