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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웅의 통일이여](4) 한국 기독인들, 북한을 어떻게 보고 있나?

▲정지웅 ACTS대 교수 ⓒ베리타스 DB
기독교가 분열되면서 북한을 보는 관점이 다른 두 개의 흐름이 생기게 되었다. 하나는 흔히 진보적 입장을 취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이며, 또 다른 하나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다. 한국의 기독인들이 북한을 보는 관점은 자신이 속한 교회나 신학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1. 교리나 신조 수준의 반북과 교류대상으로서의 북한
과거 천주교가 교황의 회칙으로 구 소련을 위시한 공산주의 자체에 대해 반공을 선언하고 사제 서품시에 ‘반공선서’를 하게 한 일이 있으며, 통일교 교주 문선명이 1970년대 초반 반공을 중요한 교리중 하나로 강조한 바 있다(김성수, “함석헌의 생애와 사상에 관한 연구[4],” http://www.ssialsori.net). 그러나 천주교나 이단으로 지목된 교회들 못지않게 반공이나 반북이 거의 교리 수준에 와 있는 교회와 목회자도 상당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인식의 당연한 귀결로 이들은 북한을 어떠한 타협의 대상도 될 수 없고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타도해야 하는 대상으로 본다. ‘원수도 사랑하라’는 기독교적 명제를 언급하며 북한정권의 회개를 기도하자는 주장에 대해 김일성을 우상으로 숭배하기 때문에 원수가 아니라 마귀이며 이는 반드시 타도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반면에 진보적인 교회에서는 북한의 현 체제를 현실로 인정하고 교류를 통해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소위 북한의 당 통제하에 있는 조선그리스도연맹과도 교류해 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고난의 행군시기 이후 북한돕기운동이 전개되었을 때에는 물질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보수교회에서 북한 돕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보수와 진보가 함께 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 북한주민과 정권(regime)의 분리대응, ‘사악한 정권과 박해받는 주민’
이전까지 받아온 공교육 내의 반공교육과 교회 내 설교 등을 통해 행해지는 반공 혹은 멸공 분위기의 영향으로 기독교인들의 인식 속에 공산당과 북한정권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으로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북한을 지원하되, 지원의 대상은 그 정권에서 신음하는 주민들이며 억압하는 정권을 지원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 사회와 교회에는 ‘억압하는 정권’과 ‘박해받고 신음하는 주민’을 분리대응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눅10:30-36 외) 중 북한 주민을 ‘강도 만난 자’에 비유함으로써 은유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북한 정권을 ‘강도’로 규정하고 주민들에 대한 지원의무를 부각시키는 설교와 기고가 설득력 있게 행해졌다. 일례로, 2004년 9월 14일 탈북청소년을 위한 여명학교 개교식 전 예배에서 이철 목사(남서울교회)는 “우리는 강도와 같은 정권을 만나 고통 받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도와야 한다”며 “사마리아인이 강도 만난 자의 상처를 싸매줬을 뿐 아니라 끝까지 책임졌듯, 우리도 탈북과정뿐 아니라 정착과정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www.christiantoday.co.kr). 
그러나 탈북 난민을 지원할 때는 이러한 분리주의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었지만 북한 내 주민에 대한 지원, 혹은 교류협력의 단계에서는 이러한 원칙은 점점 모호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북한의 체제가 남측의 그것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획일적(monolithic)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흔히 남측의 민간조직들이 상대하는 북한의 민간기구는 그들 나름대로는 민간기구이기도 하지만 정권의 하부조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가 머릿속 논리로는 북한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할 수 있지만 실제 북한주민들을 돕는 과정에서는 북한 정권을 통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이러한 주장의 한계이기도 하다.  
3. 북한정권 자체의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한 시각차  
북한 정권이 시도하는 개혁·개방 정책에 대해 다양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교회와 목회자들,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이 ‘북한’이라는 실체를 두고 고정된 시각과 평가를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북한정권을 ‘사탄’으로 규정하면 북한의 어떠한 변화도 변화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된다. 북한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도 나름대로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개혁•개방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그 성과가 미미하다는 입장이 있다. 사실 김정일은 중국 호요방의 개혁•개방 압력에 대해 북한이 중국과 달리 종심이 짧아서 개혁•개방을 쉽게 추진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래서 평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나진, 선봉을 처음 개방하면서 자본주의의 폐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이른바 모기장 이론에 따라 철저히 통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여러 제약이 따랐고 개혁·개방 정책이 더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제한적이나마 북한 당국자들도 남측의 여론에 간접적 영향을 받는 모습이 있다.   
정부 차원의 대북협상에서도 남측 대중들의 여론이 변수가 되며, 민간의 인도적 구호활동에 관련한 남북간 협의에서도 북측의 ‘보여주기 싫은 자존심’이 남측의 ‘모니터링 요구’에 의해 조금씩 열리기도 한다. 남측의 정부와 민간이 북한의 폐쇄성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려면 무제한의 신뢰도 부적절하지만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무조건적, 극단적 반북 역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교류협력’ 혹은 ‘긴장유지’는 상황에 따른 정책적 판단일지언정 교리(敎理)나 신조(信條)는 아니기 때문이다.   
4. 북한 내 인권문제에 대한 시각차  
한국 교회 내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은 2004년 10월 미 의회가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을 가운데 두고 극명하게 갈렸다. NCCK를 중심으로 한 진보측은 “미 정부가 정치 헤게모니를 위해 인권의 가치를 이용한 것”으로 규정했고, 한기총은 “북한 인권 탄압 실상을 공개하며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한기총은 대북지원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으로 입장을 수정하였다(국민일보, 2005.5.31). 이처럼 북한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한국 교계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보수적 입장을 지닌 인사들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정부와 세계가 모두 일치단결하여 강하게 제기하고 북한이 이를 시정하기 전에는 어떠한 지원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인사들은 대북지원과 교류를 통한 개혁·개방의 과정을 통해 경제수준을 향상시켜서 북한 주민의 인권의식을 높이고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이나 민주화 요구는 경제성장과 시민사회의 성장에 기초해서 분출한다는 것이 정치발전론의 정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 밖으로부터의 인권이나 민주화 압력이 특정 국가의 인권향상이나 민주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우리의 민주화 역사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의 군사정권이 외부의 압력으로 민주화된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 북한의 매체가 연일 군사파쇼정권 타도를 외친 것이 남쪽의 민주화에 기여했는지, 그리고 북한의 선동 때문에 남한에서 인권이나 민주화 요구가 일어난 것인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인권문제와 민주화 요구에 대해 외부의 압력이 제제를 동반한다면,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코너에 몰린 지금 상황에서 남한과 미국이 북한의 인권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 체제의 단결에 기여할 수도 있다. 더구나 공산국가의 인권문제는 압박으로 해결된 적이 없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우리 기독인들은 이제 북한 인권문제를 비난의 소재로 삼기보다는 우리 문제로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예수님은 뱀같이 지혜로우라고 하셨다. 또한 원수를 사랑하라 하셨다. 북한의 인권 개선이 구호가 아니라 실효성을 가지려면 남북한의 화해협력과 평화통일 실현이 병행되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전략적 측면에서 민간에서는 북한인권에 대한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또 인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자연스럽게 표출되어 북한에 전달되도록 하되,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뱀 같은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정지웅, PN4N 58호, p. 35).     
특히, 한국이 대북 지원과 남북경협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북·중관계가 유착되고 이는 한반도 통일에 결정적인 장애가 될 수 있다. 무산탄광 개발권이 사실상 중국으로 넘어가고 나진항을 50년 동안 임대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또한 북과의 교류를 중단함으로써 남북간의 긴장이 고조되면 남한경제도 일부 타격을 받고, 우리의 삶 자체가 불안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북한과의 교류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고, 이는 또한 북한 인권문제를 다각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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