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김경호] “약자 입장에 설 때 하나님 볼 수 있어”

※ 1부에서 이어집니다. 
▲들꽃향린교회 김경호 담임목사. ⓒ사진=지유석 기자
Q : 설교를 감명 깊게 한다고 들었다. 설교에서 사회정의, 사법 정의를 많이 언급하는가? 구치소에서 나온 이후 설교가 달라졌다고 보는가?
김경호 목사(이하 김 목사) : 구치소에 들어가기 전부터 설교를 통해 사회정의를 많이 강조했다. 이후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본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라면 이전까지 재소자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구치소 생활이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이들은 복음을 전해야 할 굉장히 중요한 사람들이다. 기독교의 사랑의 정신이 제대로 전달돼야 하는 부류의 사람들이기에, 교회가 재소자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싹텄다. 
Q : 설교를 준비할 때 주제 및 방향 설정에 가장 도움을 주는 신학자나 책이 있는가? 
김 목사 : 민중신학자 안병무 선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남동 교수도 영향을 준 분이다. 두 분은 민중신학의 양대거목이다. 내 신학은 이 두 분의 신학적 토대 위에 서 있다. 목회 역시 민중신학의 연장선상에 자리한다. 
Q :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장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즉, 다른 보수 장로교단처럼 사회 이슈엔 눈감고 성장주의를 추구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김 목사 : 개신교회는 거의 예외 없이 개교회주의다. 그러다보니 각 교회들은 성도와 예산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린다. 이로 인해 사회정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그러다보니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게 됐다. 기장 교단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한국교회의 부흥기는 1970년대였다. 당시 한국교회는 노동·민주화·통일 운동 등등 사회운동에서 선도적 역할을 했다. 지금처럼 시민단체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교회가 나섰고, 이에 일반 국민들은 교회에 정의가 살아 있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민주화 운동을 추진할 통로 역할을 감당했다. 이런 데에는 유럽, 특히 독일교회의 역할이 컸다. 유럽 교회는 한국 민주화 운동을 위해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다가 OECD 가입 이후 이런 지원이 끊겼다. NCCK가 이제 자체 운영을 해야 하다 보니 보수교단을 받아들이게 됐다. 이 과정에서 자금력이 강한 보수 교단의 입김이 커졌고 사회선교에 이전과 같은 관심을 기울이지는 못하게 됐다. 
▲들꽃향린교회 김경호 담임목사. ⓒ사진=지유석 기자

다시 말하지만, 한국교회는 정의로운 역할을 하기보다 개교회 중심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교회 연합기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교회를 대변하지도 않는다. 그저 재력과 많은 인원을 동원한다는 이유로 한국교회의 대변자가 됐을 뿐이다. 이 결과 사회정의에 역행해 시민들의 지탄을 받는 주장을 교회가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개신교가 소위 ‘개독교’라고 지탄 받는 와중에 선교가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존경하고 따르고, 여론이 뒷받침 되어야 교세 확장도 가능하다. 지금은 가톨릭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큰 흐름으로 볼 때 기독교가 사회 정의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발하지 못했고, 기장 역시 후퇴했다고 본다. 구조적으로 다시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이다. 
Q : 개교회 중심주의가 판 치는 한국교회를 갱신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방안이 있는가?
김 목사 : 나는 총회에서 사회 문제를 담당하는 교회와사회위원에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 위원회에서 몇 가지 의미 있는 작업을 마련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사회선교사 제도다. 올해 100회 총회에 사회정의를 세우는 역할을 감당하는 ‘사회선교사’를 세워 파송하는 안을 헌의했다. 해외에 선교사를 내보내듯 사회에 선교사를 파송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해당 한건은 총회 채택이 보류됐다. 총대들 사이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고 더 깊이 연구를 진행하고 공청회나 관련단체들과 협의를 통해 완성된 안을 가져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완벽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회선교사가 조만간 제도화된다면 한국사회의 정의, 그리고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의식이 훨씬 높아지리라고 본다. 게다가 훈련을 받은 전문인력들이 사회선교사역을 감당할 경우 한국교회를 갱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아니겠느냐고 판단한다. 
개교회 목회자들이 사회운동에 모든 시간을 바치기는 어렵다. 자신의 교회 목회를 하며 사회운동에 나서는 실정이다. 그러나 사회 선교는 하나의 쟁점에 대해 전력투구해야 한다. 구조조정이나 세월호 같은 문제들을 보라. 여러 가지 문제들이 겹쳐 있다. 목회자가 따로 한 두 시간 씩 시간 내 참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전적으로 사회적 쟁점에 관심을 갖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사회선교사 제도는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Q : 한국교회의 쟁점 가운데 하나가 성소수자 문제다. 특히 보수교단은 이를 지속적으로 쟁점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에 대해 해법이 있다면? 
김 목사 : 올해 6월 퀴어축제가 열렸다. 당시 보수교단에서 이를 방해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해외에서 참가자들이 많이 왔고, 축제를 얼마 앞둔 시점에서 미국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가 하면,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는 퀴어 축제에 함께 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보수 기독교계의 방해는 묻혀 버렸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100회 총회 때 성소수자 목회지침 마련을 헌의했다. 찬반 입장을 떠나 억압으로 인해 드러내지 않다가 성소수자임을 공개하고 상담을 청하거나, 이 문제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목회적으로 어떻게 접근하고 도울 것인지 지침을 마련하자는 안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 이 안은 기각됐다. 워낙 예민한 문제여서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자는 의견이 대세였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유감으로 생각한다. 
Q : 본지를 위해 덕담 한 마디 부탁한다. 
김 목사 : 한국교회 문제는 사회와 독립해서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라는 큰 틀에서 교회가 어떤 위치이며,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사회 문제는 뒷전이고 직통계시만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나님은 늘 고아, 과부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감싸고 변호하는 분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차원이 아니라 약자의 입장에 설 때에만 하나님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불어난 교세와 재산, 성도수에 취해 약자의 입장을 잊으면 신앙의 본래 자리를 이탈하게 된다. 하나님은 그곳에 계시지 않는다. 이 땅의 고난 받는 사람들, 억울한 일로 눈물짓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 섰을 때 비로소 교회다운 것이다. <베리타스>도 여기에 중심을 잡고 활동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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