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동북아 지역 평화구축을 위한 한-일 교회 역할 ②

대한성공회 교무원장 유시경 신부

※ 1부에서 이어집니다.
▲대한성공회 교무원장 유시경 신부. ⓒ사진=지유석 기자

3. 정의 평화 생명의 신학으로
2013년 한국 부산에서 세계교회협의회 총회가 열렸습니다. 주제는 “생명의 하느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의 길로 이끄소서”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칼하게도 이 시기는 한반도를 포함한 일본과 동아시아에 반정의, 반생명, 반평화의 기운이 넓게 확산된 시기입니다. 세계교회가 관심을 기울인 신학적인 명제는 생명과 평화와 정의였지만, 세상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이후 원전 제로에 이르는 눈물겨운 노력과 성과가 있었지만, 동아시아 전체로 보면 원자력발전소 문제는 수적으로나 내용 면에서나 위기가 더해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사회경제 시스템은 국가간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리고 대다수 민중의 삶의 희망을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개발 신화와 성장의 환상으로 자연과 생명이 파괴되고 위협받고 있지만, 세상은 물론 교회조차도 개발과 성장의 거짓 환상에 기초한 성장주의와 번영주의의 노예가 되어 있는 현실입니다. 통일 위한 한일 교회의 연대와 협력을 믿고 선언했던 도잔소의 기억은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일본 사회가 납치 문제로 시끄러워지고 북일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지만 일본교회도, 한국교회도 이렇다 할 대응도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일본 교회의 목회 현장은, 일부분만을 보고 내리는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지만, 한국 대형교회가 주도하는 승리주의적인 일본 선교의 식민지처럼 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음성을 식별하고 과제를 찾아내고 비평적으로 성찰하면서 성속의 새로운 관계와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 신학의 과제라면, 한일 교회의 재회에서 반드시 우선적이고 동시적으로 해야할 일은 신학적 대화의 심화입니다. 신학적 식견이 부족한 저로서는 한일 교회간의 선교신학적 대화 구축을 역사 인식에 이은 두 번째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면서, 당대의 2명의 신학자의 말을 소개하는 것으로 맺을까 합니다.
세 가지 영역에서 혁신적인 (성공회) 신학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전한 바 있습니다. 첫째는 선교적 교회론의 영역입니다. 일치와 선교가 통전되어 스스로 일치를 이루어 한 목소리로 복음을 전하는 선교적 교회에 대한 비전이 살아나는 그리스도의 교회에 대한 이해, 곧 선교적 교회론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둘째는 변증의 영역입니다. 신앙을 설명하되 우리 문화가 묻고 있는 질문과 관심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설명함으로써, 신앙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사려 깊은 사람들을 신앙의 길로 인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셋째는 공적 신학의 영역입니다. 공동선을 위한 관심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창조자께서 의도하신 대로 인간이 번성할 수 있는 정의롭고 조화로운 사회에 대한 그리스도교 신학의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교회와 신학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The Identity of Anglicanism, Paul Avis. “성공회 신앙의 길” 도서출판 비아 2014, 양권석 역, 9쪽)
선교적 교회론, 새로운 변증의 시도나 공적 신학에 대한 관심 등 세 가지는 이미 양국 기독교교교회협의회의 활동과 소속 교단과 교회연합기관의 활동 속에 녹아들어 있는 내용들이라 보이지만, 한일교회의 공통의 과제로 다시금 확인하고 싶은 내용입니다.
끝으로 전 캔터베리대주교였던 로완 윌리암스의 글을 소개합니다.
사람들은 막연하게 교회의 성격을 ‘예언자적’이라고 말하고, 또 흔히 교회의 예언자적 역할이란 그저 그 시대의 모든 쟁점들에 대해 큰소리를 내고 분명한 태도를 취하는 일인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교회의 예언자적 역할이란 우리 사회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데도 쉽게 간과되는 물음들을 교회가 제기하고 물어야 한다는 훨씬 더 깊은 성격을 지닙니다. 즉 ‘그 일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 일을 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 가는가?’라고 묻는 것입니다.
목적과 이유와 방향을 잘 살피면서, 세상이 들여다보지 않는 곳, 언론이 관심 갖지 않는 일, 사람들의 눈길에서 멀어진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한일 교회가 협력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하느님의 눈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예수가 누구에게 손을 내미셨는지? 성령께서 누구와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고 위로하시는지? 한국과 일본을 떠나 함께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4. 2025년을 향해 ~ 새로운 연대협력의 10년간
지금 2015년 11월입니다. 이번 협의회에서 약속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을 바라보며, 예를 들어 “한일기독교 코이노니아 10개년 실천(Decade of Koinonia between Christian Church of Korea & Japan)”을 선언합시다. 평화헌법 수호 활동을 위해 국회 앞에 함께 가고, 오키나와와 제주 강정의 기도를 함께 하고, 미국의 극동 방위전략 수정을 미국 교회와 정부에 요구하고, 고리 월성과 후쿠시마가 함께 기도하고, 제주 4.3을 함께 기억합시다.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기도를 함께 하고, 일본대사관 수요집회도 함께 합시다. 외국인 노동자의 차별에 함께 항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외침도 함께 듣고 지원합시다. 소수자 권리를 위한 연대도 함께 해야 합니다.
2016년 후쿠시마 5주년을 함께 기억합시다. 2017년 마틴루터 500주년을 함께 기념하면서 교회개혁을 함께 추진하고, 2019년 3.1독립만세운동 100주년을 한일교회가 함께 기념합시다.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와 실천에도 다시 힘을 기울입시다.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시대에 연대와 협력의 실천을 보이셨던 선배들을 기억하면서, 하느님의 새로운 인도하심을 기도하면서, 전후 80주년, 해방 80주년을 준비합시다. ‘스스럼없는 교제’의 관계로 이어져서, 한일 교회의 연대와 협력으로, 치열한 실천으로 2025년에는 한일교회 선교협력과 화해의 80주년, 통일에 한걸음 다가선 80주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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