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한 장면. ⓒ스틸컷 |
2015년 10월21일 수요일. 이 날은 미국은 물론 세계 영화 팬들에겐 남다른 의미를 가진 날이다. 이 날이 바로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SF 영화 <빽 투 더 퓨처2>의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와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가 30년 뒤 미래로 떠난 날이어서다. [현재 표기법에 따른다면 <백 투 더 퓨쳐>가 맞다. 그러나 시간여행 30주년을 맞아 개봉 당시 표기법에 따라 <빽 투 더 퓨쳐>란 타이틀로 재개봉됐고, 이에 그 표기를 따르기로 한다.]
3차원 입체영상이나 지문인식, 벽걸이 TV를 통한 화상대화 등 영화가 예언한 미래상은 대부분 현실로 이뤄졌다. 단 1985년에서 2015년으로, 다시 1955년으로 시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시간여행은 여전히 미제로 남았지만 말이다. 중요한 점은, 실현여부를 떠나 이 영화가 과학에 영감을 준 것 만큼은 확실하다.
이에 전세계 영화팬들은 지난 10월21일을 ‘빽 투 더 퓨쳐 데이’로 정하고 다채로운 이벤트를 벌였다. 나이키는 영화에서 마티가 신었던 ‘나이키 맥(MAG)’을 재현해 주연배우 마이클 J 폭스에게 선물했고, 도요타는 마이클 J. 폭스와 크리스토퍼 로이드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빽 투 더 퓨처’ 데이를 기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빠지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PONTUS)을 통해 마이클 J. 폭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한 장면. ⓒ스틸컷 |
최근 이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처음 봤을 때완 다르게 씁쓸한 느낌이다. 이 영화가 그린 1985년이 흡사 2015년 대한민국 사회상을 예언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빽 투 더 퓨쳐2>에서 악당 비프 테넌(토마스 F. 윌슨)은 마티와 브라운 박사가 타임머신(드로리안)을 발명했음을 간파한다. 그래서 마티와 브라운 박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과거로 날아가 젊은 날의 자신에게 스포츠 연감을 주고 돌아온다.
이 스포츠 연감은 마티를 둘러싼 모든 상황을 단숨에 역전시켰다. 비프는 연감에 등록된 정보를 토대로 모든 스포츠 경기결과를 정확히 맞춰 순식간에 거부로 등극한다. 그는 재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살던 힐 데일을 장악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라이벌이자 마티의 아버지인 조지 맥플라이(크리스틴 글로버)를 총으로 쏴 죽인 뒤 그의 아내 로레인(리 톰슨)을 차지한다. 평화롭던 힐 데일은 1985년에 이르자 온통 무법천지로 변한다. 힐 벨리를 장악한 조지는 엽색 행각에 여념이 없고, 거리는 폭력과 약탈이 횡행한다. 이러다보니 마티가 다니던 학교 선생님마저 중무장을 한 채 자신을 지켜야 할 지경이다. 2015년에서 돌아온 마티는 이 광경을 보고 경악한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한 장면. ⓒ스틸컷 |
마티는 비뚤어진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1편에 이어 또 다시 1955년으로 되돌아간다. 1955년으로 돌아간 마티는 비프에게서 스포츠 연감을 빼앗는데 성공한다. 이러자 마티의 아버지는 지도자로 복귀하고 1985년 힐 데일은 평온을 되찾는다. 결국 누가 마을 지도자인가에 따라 힐 데일의 분위기가 180도 뒤바뀌는 셈이다.
<빽 투 더 퓨쳐 2>가 그린 1985년은 놀랍게도 30년 뒤인 2015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정치인들과 재벌들은 평범한 국민들의 지갑을 털 궁리 하느라 여념이 없고, 비정규직 혹은 해고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앉았다. 공권력은 가진 것 없는 국민들에게 가혹하기 이를 데 없고, 이에 국민들은 각자도생의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지옥도는 지도자를 잘못 선택한 탓이다.
연출자인 로버트 저메키스가 어떤 의도로 1985년을 그렸는지 그 내막을 알 길은 없다. 다만 영화가 묘사한 지옥도가 2015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정확히 내다본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