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웅 ACTS대 교수 |
북한사람들은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해방 직후부터 반종교 선전 교육을 강화해 왔고, 이는 학교교육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어 왔다.
“우리 공화국에서는 이미 종교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조선에서는 종교를 믿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조국이 통일된 다음에 우리 사람들이 남반부에 나가서 종교와의 투쟁을 잘하도록 하려면 학생들에게 종교의 본질과 그 해독성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알려주어야 합니다.”(김일성, “학생들을 사회주의, 공산주의 건설의 참된 후비대로 교육교양하자”, 『김일성저작집22』 [평양:조선로동당출판사, 1983], 52.)
북한주민들이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통해 습득하는 종교적 지식, 특히 기독교에 대한 이해는 무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은 공산주의의 종교관인 마르크스의 종교와 기독교에 대한 정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종교는 단순히 아편과 같으며 비과학적이고 미신이라고 믿고 있다. 기독교는 ‘제국주의 침략의 앞잡이,’ ‘식민지 침략의 사상적 도구’ 등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여러 종교를 비판하지만 불교와 유교에 비교하여, 특히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여 왔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북한 청소년들은 기독교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교육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북한에서 기독교에 대해, 미제국주의자들이 한국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머리를 마비시켜야 하고, 기독교가 바로 머리를 마비시키는데 이용된다. 선교사들은 미국 CIS에서 교육받은 북파공작원으로서, 지하실로 탈북자를 유인하여 장기를 빼다가 팔아먹기 위해 죽인다고 들었다. 나중에 목사님과 대화를 하면서 속았음을 알았다.”(ㄱ○○ A [면담자: 정지웅, 신효숙 / 면담일자: 2006.9.22.]. *60대 여성, 2001년 탈북-2003년 입국)
“종교에 관해서 입에 담아본 적도 없어, 북한 사는 동안. 성경도 읽어본 적도 없고. 그런데 저는 천주교, 기독교, 개신교라는 걸 몰랐어요. 중국에 와서부터 알았어요. 여기 와서까지도 정확히 갈라선 건 몰랐어요. 왜 몰랐냐면 북한에선 수녀를 다 붙잡아갔어요. 그래서 수녀는 없는 거고 그래서 난 봉수교회 그거는 외국 관광용이고 세계여론에 의해서.” (김석향, 『남북한 주민 간 갈등 양상과 기독교인의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서울: 기독교북한선교회, 2006], 76 재인용.)
주목할 만한 사실은 북한주민들이 기독교에 대해 극히 적대적이지만 실제 기독교의 이해는 무지하다는 것이다. 북한주민들은 “예수를 믿든지 불교를 믿든지, 그것은 본질에 있어서 미신을 믿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그간의 북한당국의 선전에 힘입어 기본적으로 종교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탈북자들이 목사나 신부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았다든가, 예수나 부처라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으며, 종교는 “정신나가고,” “얼빠진” 사람이나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다. 평양시민들이나 북한의 안내원들 가운데도 평양에 교회와 성당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천주교와 천도교를 구분하지 못하고, 신부와 스님, 목사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김병로, 『북한 종교정책의 변화와 종교실태』 [서울: 통일연구원, 2002], 64).
교육의 영향은 지대하다. 특히 북한사회처럼 어려서부터 죽을 때까지 학교교육을 통해서, 직장생활과 조직생활을 통해서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생활하도록 강요받은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북한의 주체사상 교육의 영향에 대해서 한 새터민은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흔히 남한사람들이 ―주체사상을 믿는― 북한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는데, 이해 못할게 없어요. 북한 사람을 한국의 기독교를 믿는 사람을 보고 생각하면 된다. ‘김일성 종교에 빠진 사람, 민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교육의 영향으로 지금도 누가 김일성, 김정일 욕하면 싫다. 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김일성 부자를 욕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진다. 해외 경험이 없는 북한지식인이 특히 그렇다.” (ㄱ○○ A)
한편, 북한의 주체사상이나 종교현상을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은 주체사상의 조직체계나 생활방식이 기독교적 요소와 너무도 흡사하므로 북한 기독교 선교의 긍정적 가능성을 시사하는 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학교문화에서 살펴보았듯이 주체사상교육과 조직생활이 기독교적 요소와 공통점이 많으므로 북한 사람들이 어느 다른 종교보다도 기독교를 보다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것이다. 김일성 대신에 하나님을, 집단생활 대신에 교회 종교생활을 대체하면 기독교 교육을 이해하고 그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데 수월할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사람들은 김일성 3부자 우상화 생활로 이미 신앙적인 삶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다른 한편에서는 주체사상체계와 기독교의 유사성이 오히려 북한 선교에 부정적일 수 있음을 제시하는 의견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남한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한 새터민의 견해에 따르면,
“흔히 주체사상과 기독교가 유사하므로 김일성 대신에 하나님으로 자리를 대체하기만 하면 되므로, 기독교 선교가 쉬울 것이라 말한다. 내 생각으로는, 북한사람을 기독교인으로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힘들 것이다. 기독교의 조직생활에 거부 반응이 심한데, 이는 북쪽에서 조직생활을 하면서 인간에 의해 철저하게 괴로움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주체사상) 조직생활이 기독교 종교생활과 너무 흡사했는데, 김일성․김정일이라는 살아있는 사람을 믿으면서도 보상받지 못했는데, 보지 못하는 하나님을 믿어 무슨 덕을 보겠느냐는 생각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ㄱ○○ A)
주체사상 체제하에 살던 북한사람들이 기독교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를 그들의 성장과정 및 학교교육과 관련하여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기독교 수용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들이 모두 북한에서의 사상교육 및 반기독교 교육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는 북한 교육에 대한 이해 및 인격 형성 과정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통해 반기독교적인 내용을 불식시키고 효율적인 선교 방안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을 환기시켜 준다(신효숙, “북한의 학교 문화 및 교과서 분석을 통한 선교용 대화 자료집 개발,” 2007년 6월 기독교 북한선교회 발표논문).
한편 최근 북한의 종교관과 종교정책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981년에 간행된 『현대조선말사전』에 비해 1992년 4월에 발간된 『조선말대사전』에는 종교관련 용어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종교와 미신을 동일시하며 무조건 부정적으로 서술하던 논조에서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종교와 미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이를 구별해 종교현상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서술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김병로 69-76). 이러한 변화는 공식 교육과정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지는 않지만 조금씩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기독교 및 기독교선교사를 비판하는 가장 상징적인 대명사였던 “미제승냥이”라는 내용이 1990년대 개정 국어교과서에서 삭제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또한 1990년대 출판된 김일성의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에 기독교와 관련된 일화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진술하고 평가하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