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세상의 어두운 곳을 비춰야 한다. 그게 교회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교회나 세상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교회가 세상 보다 더 암담하다.
지난 8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항간의 구설수에 올랐다. 집권여당이 마련한 연찬회장에서 건배사로 “총선 필승!”을 외쳤다는 이유에서였다. 행정자치부는 선거를 관할하는 주무부처다. 또 마침 내년엔 총선이 치러진다. 그러다보니 주무부처 장관이 이런 발언을 대놓고 하는 게 적절한지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언론은 앞 다투어 정 장관 발언 논란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고, 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정 장관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여당은 정 장관을 감쌌다. 대변인이 나서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것도 아니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덕담 수준의 건배를 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논란은 좀처럼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정 장관은 끝내 백기를 들었다. 정 장관은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깊이 유념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행정자치부는 선거지원 사무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선거중립을 엄정히 준수 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여 말씀드린다”고 약속했다.
이젠 교회 차례다. 예수사랑교회 김진하 목사는 지난 11월22일(일) 홍대새교회 노회가입 감사예배에 참석해 설교했다. 김 목사는 설교를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선포했다.
▲지난 22일(일) 평양노회장 김진하 목사가 설교를 통해 드러내놓고 전병욱 목사와 홍대새교회를 감싸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사진출처= 홍대새교회 동영상 갈무리 |
“우리 한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홍대새교회를 공격하고 전병욱 목사를 공격하지만 우리 평양노회는 보호할 것입니다.”
김 목사는 예장합동 평양노회의 장이다. 그리고 평양노회는 전 목사 면직 관할권을 가진 노회다. 상위기관인 교단 총회는 이미 지난 9월 총회를 통해 평양노회가 전 목사 면직을 다룰 재판국을 꾸릴 것을 결정했다. 결국 면직 재판권을 가진 기관의 장이 전 목사를 감싸겠다고 아예 대놓고 선언한 셈이다.
세상만도 못한 교회 자화상
김 목사의 설교가 ‘관객들’ 비위 맞춰주기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김 목사 스스로 “자신은 노회장 자격으로 여기(홍대새교회)에 왔다”고 밝혔으니까. 김 목사가 두뇌회전이 잘 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다른 인사들의 경우,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논란이 불거질 경우 빠져나가고자 지위를 모호하게 남겨 놓는데 김 목사는 지위를 당당하게 드러냈으니 말이다.
김 목사는 노회장 자격으로 “전 목사와 홍대새교회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꾸려질 재판국 결과는 더 볼 것도 없다. 평양노회는 지난 6년간 전 목사를 따라다녔던 ‘성추행’ 꼬리표를 떼어줄 것이 분명하다.
상습 성추행의 경우 세상에선 즉각 법정 구속이다. 제자들을 상습 성추행했던 서울대 강 모 교수의 사례를 보라. 그러나 교회는 다르다. 재판권을 가진 관할 노회장이 대놓고 성추행 목사를 감싸겠다고 선언하고, 성추행 목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목회활동을 벌인다. 이런 교회가 어떻게 세상의 어둠을 비출 수 있을까?
소금은 짠 맛을 낼 때야만 소금이다. 빛은 어둠을 비춰야만 빛이다. 그러나 지금 교회는 짠 맛을 잃은지 오래고, 세상의 어둠을 비추기는커녕 세상보다 더 암담한 지경이다.
이런 교회가 구원을 말할 자격이 있을까? 아무래도 교회로부터 인간을 구원해 내야 세상이 밝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