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월) 혜암신학연구소 제4회 공개강연회가 종로 5가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
목회자가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이른바 ‘교권주의적 횡포’는 한국교회의 가장 큰 병폐 가운데 하나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사상은 크게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는다”는 ‘이신칭의,’ 그리고 ‘만인사제론’으로 요약된다. 특히, ‘만인사제론’은 한국교회에 만연한 목회자의 교권주의를 반박하는 이론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총신대 총장을 지낸 바 있는 정일웅 박사는 12월7일(월)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혜암신학연구소 공개강연회에서 ‘만인사제론’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우선 교권주의와 이에 맞서는 반교권주의가 이원론적 사고를 조장할 수 있어서다. 정 박사의 주장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에서도 발생되는 교권주의와 반교권주의의 대립관계를 올바르게 판단해야 할 필요를 가진다. 즉, 평신도의 신분을 지나치게 무시하고 목사의 신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성직주의 사상인 교권주의적 사고는 비판되어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나 반대로 목사의 직을 지나치게 비판하고 무시하는 반교권주의적인 사고도 극복돼야 한다.”
정 박사에 따르면 루터의 ‘만인사제론’은 하나님 안에서 평신도를 재발견하게 해준 교리였다. 정 박사는 이렇게 역설했다.
▲정일웅 박사(총신대 전 총장)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만인제사장 교리는 평신도의 의미를 당당히 하나님의 택함 받은 거룩한 백성으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믿음과 세례 안에서 구원의 은총을 경험한 자들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도록 부름 받은 존재들이며, 동등한 하나님의 백성 됨을 확인시켜 준 교리인 것이다. 그리고 평신도들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당히 하나님과 교제하며, 그의 뜻을 헤아리며, 세상에 나아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며,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도록 하는 일에 사명을 부여 받은 자들이라는 점이다.”
만인사제론의 실천신학적 의미
만인사제론은 실천신학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먼저 이 교리는 “역사적으로 제사장직분의 교회내적인 일들이 소수에게 한정되었던 역할을 뛰어넘어 모든 기독신자들이 제사장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신분역할의 개방성의 의미”를 갖는다.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를 국가종교로 받아들이면서 수직화·계급화된 교회의 직분구조를 개혁하고 직분의 동등성의 의의를 밝혀주기도 했다. 또 제사장직분이 갖는 공간성의 의미를 전지구로 확대했다. 이와 관련, 정 박사는 “제사장으로서 목사직의 의미는 교회 내적인 공적 직분 수행에 제한되지만, 평신도의 직분은 근본적으로 교회에 뿌리를 두면서도, 대 사회적이며 세상일들과의 관계에서 매우 개방적인 글로벌의 공간 확대 의미를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결론에서 이러한 평신도의 역할을 1) 지역교회 섬김이 2) 복음전파 3) 이웃을 향한 사회봉사 4) 사회윤리적 책임 5) 교회연합운동 등으로 제시했다.
논평에 나선 최순양 박사(이화여대 외래교수)는 교권주의의 폐해에 대해 “목회자 스스로 자각해야한다”고 꼬집었다. 최 박사는 교권주의가 횡행하는 상황은 “평신도에게 책임이 있다기보다 목회자들의 잘못된 신학과 목회방향설정에 있었던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심각하게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의 맘몬주의, 번영신학, 목회자의 성윤리 문제 등에 대해 문제를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꾸기 위한 개혁운동은 평신도도 중요하지만 목회자들의 스스로의 자각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신도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하나님나라 운동, 교회연합운동을 권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회자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시각교정도 필요하다. 진정으로 만인제사장 교리에 근거해서 평신도와 목회자들은 계급상의 차이가 아니라 직분으로만 구별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기 위해서는 평신도들 스스로가 목회자들을 어떻게 관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