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민주주의가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2015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예배 호소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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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박종덕 사령관(구세군대한본영)

2015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예배의 호소문이 발표됐다. 호소문에는 무엇보다 민주주의 정신이 퇴색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긴 세월에 걸쳐 힘겹게 정착된 이 땅의 민주주의가 대통령의 아집과 독선으로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며 "국민으로부터 온 권력, 약자를 지키라 준 힘이었건만 법(法)은 기득권 세력의 전유물이 된 탓이다. 망국적인 지방색을 되살려 기득권을 공고히 했고 소수 대기업을 대변했으며 친일, 반공주의자들을 편들고 있으니 그 죄가 하늘을 찌른다"고 호소문을 밝혔다.

호소문은 또 "정부실책을 탓하며 약속을 지키라 항변했던 농민을 뇌사상태에 빠뜨렸고 수많은 노동자들을 고공망루, 사지(死地)로 몰아 세웠으며 법집행이란 이름하에 수많은 민주열사들에게 돈 폭탄을 통해 고통을 줬으니 민주주의가 실종된 결과"라고 했으며, "허접스런 종편을 통해 백성들 귀와 눈을 어지럽혔고 북한을 주적삼은 공안 통치에 능했으며 부자들 편들어 권력연장만을 꾀했기에 이 정권에게 민주주의와 인권은 허울뿐 결코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니었다. 조/중/동 신문으로도 모자라 인터넷 언론조차 통제, 감시하는 반민주, 파시즘의 망령을 부추기고 있을 뿐"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호소문은 "이에 세상을 이긴 예수께서 내년 총선을 통해 반민주 세력을 추방시켜 이 땅을 옳게 지키라 하신다"고 했다.

한편, 2015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예배는 12월 25일(목) 오후 3시 시청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날 성탄절 메시지는 박종덕 사령관(구세군대한본영)이 맡는다.

아래는 2015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예배 호소문 전문.

담대 하라, 내가 세상을 이겼노라(요16:33)

-어둠 짙은 한국사회 및 교회를 향한 2015년 성탄절 메시지-

2015년 올해도 옛적 목자처럼 하늘의 빛, 구세주 탄생을 절실히 염원하며 하늘 쳐다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세월호 유족들, 물대포를 맞은 농민, 망루위의 노동자, 거리로 내몰린 수많은 노숙인, 정신대 할머니 그리고 북녘 땅 주민들이 바로 우리 시대의 목자들입니다. 달라진 세상을 기대했건만 역사를 되돌려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권 탓에 오히려 억울한 눈물이 이 땅에 흥건해져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미래 없는 나라의 징표들 역시 속속 들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법을 앞세운 권력자들은 진실을 가리고 빛을 삼키고자 민주주의를 부정하며 역사를 왜곡합니다. 하지만 옳고 바른 세상을 바라는 민중, 시민들의 절실한 뜻이 파시즘의 그림자를 걷어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세상을 이긴 예수께서 우리들에게 담대 하라(요16:33)말씀합니다. 2016년을 위해 저마다의 가슴 속에 세상을 이긴 예수가 잉태되길 소망합니다.

무엇보다 긴 세월에 걸쳐 힘겹게 정착된 이 땅의 민주주의가 대통령의 아집과 독선으로 뿌리 채 흔들리고 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온 권력, 약자를 지키라 준 힘이었건만 법(法)은 기득권 세력의 전유물이 된 탓입니다. 망국적인 지방색을 되살려 기득권을 공고히 했고 소수 대기업을 대변했으며 친일, 반공주의자들을 편들고 있으니 그 죄가 하늘을 찌릅니다. 정부실책을 탓하며 약속을 지키라 항변했던 농민을 뇌사상태에 빠뜨렸고 수많은 노동자들을 고공망루, 사지(死地)로 몰아 세웠으며 법집행이란 이름하에 수많은 민주열사들에게 돈 폭탄을 통해 고통을 줬으니 민주주의가 실종된 결과입니다. 허접스런 종편을 통해 백성들 귀와 눈을 어지럽혔고 북한을 주적삼은 공안 통치에 능했으며 부자들 편들어 권력연장만을 꾀했기에 이 정권에게 민주주의와 인권은 허울뿐 결코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니었습니다. 조/중/동 신문으로도 모자라 인터넷 언론조차 통제, 감시하는 반민주, 파시즘의 망령을 부추기고 있을 뿐입니다. 이에 세상을 이긴 예수께서 내년 총선을 통해 반민주 세력을 추방시켜 이 땅을 옳게 지키라 하십니다.

한국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들어 낸 4.16 세월호 참사, 그 사건이 일어난 지도 벌써 600여일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직까지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선체인양과 미수습자 대책 등 그 무엇 하나 옳게 시행된 것이 없으니 이것이 국가인지 다시 물어야 하겠습니다. 본 참사를 목도한 수많은 국민들이 우리 사회의 전적 변화를 갈망했으나 오히려 현 정권은 백성들에게 더 큰 절망을 안겼습니다. 특별조사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며 진상규명을 위한 대내외적 활동을 방해하는 것도 부족해서 유족들마저 종북자로 내몰았던 것입니다. 모두가 동의하듯 4.16참사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입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그에 터한 총체적 변화 없이 한국사회는 한발자국도 내닫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진실을 덮고자하는 한, 현 정권의 실책과 오판은 역사에 크게 기록될 것입니다. 우리 역시도 세상의 약자들과 사회적 불의에 둔감했던 죄악을 씻어내야 마땅합니다. 세상을 이기신 예수께서 억울한 세월호 유족들의 눈물을 씻기라 명하시며 정의로운 공동체를 세우라 하십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죽었다 여겼던 과거의 망령들 역시 다시금 소생하고 있습니다. 유신 독재체재로의 회귀를 통해 국가주의적 폭력을 정당화할 목적에서 입니다. 따라서 현 정권은 친일과 반민주세력, 독재체제를 옹호했고, 미화시켰으며 공공연한 사실로 만들고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꾀했습니다. 이는 역사해석과 교육을 국가가 통제 하겠다는 것으로서 독재적 야욕의 명백한 실상이라 할 것입니다. 대다수 역사학자들이 글쓰기를 거부하며 시민들 다수가 저항하는 시점에서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대형 교회들과 성직자들로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고 치욕스럽습니다. 군부독재 권력에 침묵하며 애완견 역할을 자처했던 지난 역사를 반성치 못한 결과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내가 세상을 이겼다 하시는 예수 말씀을 따라 이제 교회는 다시 깨어나야 옳습니다. 예와 아니오를 명백히 하여 역사의 시비를 밝히는 일이 우리들 기독교인의 몫인 것을 세상에 천명합니다.

목하 한국사회는 불평등의 심화로 갈등이 극에 달한 위험사회로 치닫고 있습니다. 자본의 이윤추구는 무제약적으로 보장했으나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에는 무관심, 방치했던 탓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죽음에 이른 노동자들의 수가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6배가 넘는다 하니 노동자의 삶이 얼마나 사지로 내몰렸는지를 가늠합니다. 더구나 전체 노동인구의 절반이 비정규직 상태에서 동일한 일을 하고도 적은 임금에 시달렸고 상시적 해고 위협까지 받고 있으니 일상적 삶 자체가 위태롭습니다. OECD 국가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이 바로 위험사회에 이르렀다는 구체적 지표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현 정권의 노동정책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했고 성과 차등임금제를 만들었으며 비정규 사용연한을 연장시켰고, 파견대상을 확대시켰으니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개혁이 아니라 재앙이라 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들 기독교인들은 자본의 횡포와 맞서 노동인권을 지키는 것이 이 땅에 생명을 위해 오신 예수정신이자 하나님 일이라 믿고 노동자들 곁에 머물 것을 선포합니다.

남북 간 평화통일은 한반도에 사는 백성들 모두가 풀어야 할 가장 중대한 과제입니다. 남북 간의 대결과 갈등 자체가 국가적 주권을 제약했고 민주적 권리를 억압하는 요인이었으며 동아시아의 안정을 파괴시던 까닭입니다.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긴장을 야기하는 미국 패권주의에 편승했고 그 구도를 악용하여 한국 사회 내의 다양한 민주적 열망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이 그토록 저항했으나 청정한 강정지역을 군사기지로 내군 것이 구체적 실례가 될 것입니다.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종북몰이' 역시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실종, 유린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 하겠습니다. 이에 우리 기독교인들은 체제의 유지, 강화를 위해 남북 간 긴장을 야기 시켰던 남북정부 모두를 향해 예수의 평화를 선포합니다. '상호 막힌 담을 헐고 절단된 줄을 이으라'고 말입니다.

이런 막중한 과제들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땅의 교회역시 어둠을 뚫는 한줄기의 빛이 되지 못했습니다. 광복 70년을 맞았으나 '세상의 빛'되지 못했기에 어둠 짙은 우리 사회를 방치하고 말았습니다. 아니 우리 교회들 스스로 눈뜨지 못했기에 세상을 옳게 이끌 수 없었습니다. 세상을 이길 만큼 담대 하라 했건만 교회는 사적(私的) 공간이 되었고 하나님 백성들은 세상을 버리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개혁의 주체였던 교회들이 어느 새 개혁의 대상이 되었고 세상은 우리들 주는 물에 목말라 않고 있습니다. 종교개혁 500년이 눈앞임에도 자신과 밖을 향해 저항할 것이 무엇인 지를 묻지도 않습니다. 세상의 복음화 보다 교회의 복음화가 시급한 과제가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2015년 성탄을 맞아 성직자를 포함한 기독교인들 모두는 사회 뿐 아니라 하나님 몸을 타락시킨 죄악을 회개합니다. 세상의 뭇 약자 곁에 서지 않고 자본주의적 성장에 혼을 빼앗긴 지난 세월을 통회합니다. 한반도에 산적한 문제들을 위해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보탤 것입니다. 교회의 복음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하나님과 세상에 약속합니다.

2015년 성탄을 맞는 한국교회는 밀양의 눈물역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송전탑을 통해 우리는 '전기가 전선만이 아니라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송전탑이 원자력 발전의 가시적 들어남이란 것도 자각했습니다. 하나님 피조물 일체를 죽음의 공간으로 만드는 원자력이 하느님 신앙에 적대하는 것임을 세상에 선포하십시다. 예수는 이렇듯 어둠 짙은 세상, 한반도 땅에 다시 태어나셨습니다. 2015년의 예수는 역사를 왜곡하며 거짓으로 진리를 묻는 사회와 맞서 싸워, 이기라 하십니다. 성탄의 힘으로 우리 모두 새로운 한해를 열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힙시다.

2015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에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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