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박종화 목사 은퇴...교계 통일운동 이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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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제공= 크리스천투데이)
▲경동교회 박종화 담임목사가 27일 은퇴했다. 박종화 목사가 은퇴기념예배를 마치고 참석한 교우들과 악수를 하며 친교를 나누고 있다.

박종화 목사가 27일(일) 경동교회를 정년(70세) 은퇴했다. 박 목사는 지난 1999년 12월부터 16년간 이 교회를 담임하면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이" 성경말씀을 악보삼아 교인들과의 소통으로 화음을 조율해 왔다. 이러한 '지휘자'로서의 이력은 원로라는 경륜과 어울리며 더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길 기대하게 한다.

또한 내홍과 갈등을 겪으며 지도력 부재 현상으로 고심하고 있는 교계에도 원로로서의 조율이 적용되기를 기대하게 한다. 특히, 한 교회의 담임자로서의 책임을 내려놓은 시점에 박 목사가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남북통일 분야에서의 조율이 더 활발해질 것에 대한 기대는 단순한 희망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박 목사는 지난 4월에 기자와의 면담 자리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가 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남북통일과 관련된 중요 사항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편집자 주]

1. 북한주민은 이미 일당독재체제에 길들여져 있어서 상명하달의 체계가 선교에도 효율적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가톨릭이 선교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톨릭은 신도들을 계도하는 입장에서 신부들이 기도도 대신하고 복도 대신 빌어주기 때문에 상명하달의 의식체계에 적응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반면, 기독교는 개별주의적 신앙관을 강조하는데 이는 북한주민의 의식체계와 맞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사고하고 자발적으로 회개하며 자발적으로 소통할 것을 요구하는 신앙생활의 습관이 뿌리내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고, 그 기간 동안 기독교는 적어도 물량적인 지원을 계속할 수 있어야 북한선교의 결실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이런 면에서는 몇몇 대형교회나 북한선교를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 북한주민들은 국가에 충성하는 의식이 없고 오로지 당에 대한 충성을 교육받았고 그렇게 세뇌됐다. 그런데, 당은 실질적으로는 지배층만을 위하여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개인이 어떻게 살아남느냐의 문제만 주민들의 의식 속에서 중요한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애국, 애당은 선전적인 문구에 불과하고 자기개인만 중시하는 것이 그들이 품고 있는 가치관의 핵심이다. 그래서 자비, 희생, 헌금 등의 가치가 설득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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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3. 북한주민은 창조적인 발상이 애초 불가능할 정도로 지시에 따라 순응하는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선의의 지배를 실행할 권위가 필요하다. 권위에는 복종하지만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고안하고 그 일에 스스로 매진하는 일은 그들의 가치관에 자리잡고 있지 않다. 세금도 내지 않고 배급을 받아서 생활해온 습속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일 뿐 하나님에 대한 자발적 신앙의 열정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즉, '위에서 아래로' 방식의 신앙생활은 가능하나 '아래로부터 위로'의 방식은 어렵다. 그래서 십일조를 해야 하는 이유를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4. 한국의 국방비는 북한 국방비의 35배이다. 그리고 북한의 총무역규모는 4조원 정도로서 충청도 예산으로 북한의 살림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정권안보 차원에서라도 핵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핵을 사용하지는 못한다. 공멸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당독재를 하며 지배계층을 구성해왔기 때문에 그 기득권을 포기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5. 북한주민들이 고난의 행군을 견뎌낼 만한 저력은 김정일 시대보다 더 약해져 있다.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중국과의 교류와 음성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시장경제적 시스템의 영향으로 이데올로기의 장악력이 약해졌다. 북한주민들의 불만이 쌓이게 되면 지배계층에서 그 불만을 대변하여 지배계층의 자중지란이 일어나게 되고 정권이 망할 가능성이 있다.

6. 북한정권이 망하더라도 중국이나 한국이 흡수통일을 바로 할 수가 없다. 북한도 유엔에 정식으로 가입된 단일국가이기 때문에 유엔 감독 하에 투표를 실시해서 통일 등의 문제가 결정되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엔의 신탁통치가 실시될 수도 있는 것이다.

7. 개성공단과 같은 공단을 북한에 10개만 설치해도 통일은 더 수월해진다. 자본주의와 자유의 개념이 북한 전역으로 스며들게 되기 때문에 전쟁이나 여타의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거나 굳이 통일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교류가 가능한 두 개의 체제가 될 수도 있다. 통일은 그 다음 문제일 수 있다.

8. 통일 이후에는 2등 시민의식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면 정당도 소외된 자들의 당과 누리는 자들의 당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비록 이러한 생각들이 현 정세나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이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는 하지만, 원숙한 '지휘자'는 필요할 경우 자신의 생각도 고치면서 향후 남북통일에 대한 교계의 대응책을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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