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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 난민의 이야기: 시리아로부터 프랑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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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제공= Sean Hawkey/WCC)
▲아자드(아랍어로 ‘자유’라는 뜻, 본인의 요청으로 실명을 이렇게 바꿈)는 난민 수용소인 ‘정글’에서의 생활에 대해 “힘들다”고 말했다.

숀 호키(Sean Hawkey)는 영국의 신문기자이며 작년 12월말에 3일 동안 '정글 수용소'에서 난민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 경험을 담은 글을 WCC Press에 기고했다. 다음은 기고문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아자드는 시리아 알렙보의 북부지역 출신 난민이며 현재 프랑스 깔레의 '정글 수용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이곳 생활은 힘듭니다"라고 말한 뒤 한 동안 입을 다물었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추위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는 비좁은 숙소 바닥에 발을 꼬고 앉아 있었다.

수용소에는 거의 7천명이 수용되어 있다. 그들은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수단,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등지로부터 전쟁과 억압과 경제 몰락과 기후변화를 피해서 이곳으로 왔다.

그는 이어 말했다: "우리는 기억을 삭제해야 했습니다. 죽은 자는 다시 회생할 수 없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시작, 다른 미래, 시리아에서의 전쟁 종식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새해에 바라는 전부입니다."

아자드는 숙소의 바닥에서 다른 네 명의 남자들과 함께 잔다. 그들은 서로 엉겨서 잠을 잔다. 공간도 좁지만 춥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의 상황은 수용소에서 특이한 경우가 아니다. 거의 모두가 어렵사리 시리아를 탈출했다. 그 뒤에 터키를 거쳐 불안한 고무보트를 타고 에게해를 건너서 유럽으로 왔지만 한 번도 안전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고 환영받고 있다고 느껴본 적도 없었다. 그 과정은 수 주일이 걸렸으며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다녔고 많이 수척해졌다.

아자드는 그 일을 회상하면서 "비록 프랑스 경찰이 폭력을 가하고 진흙투성이에다 추위와 굶주림, 그리고 비위생적인 환경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이곳이 알렙보보다는 나아요. 터키보다 더 낫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고향에서는 오늘도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이 총에 맞고 미사일이나 로켓의 공격을 당했습니다. 거기가 바로 알-누스라 전선입니다. 그 소식을 뉴스에서 봤습니다. 언제나 그 전투가 끝나게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만일 ISIS가 저를 붙들었다면 저는 즉시 참수 당했을 겁니다. 무엇보다 저는 야지디족인데다 쿠르드 출신이거든요."

깔레에서는 난민들에 대한 적대감이 증가하고 있고 경찰의 야만적인 폭행도 잦으며 지역 우익단체들은 난민들을 돕는 자원봉사 차량들의 타이어에 구멍을 뚫고 있다. 많은 난민들이 경찰에게 구타당하며 경찰견에게 물리고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수용소의 자원봉사 간호사들은 매일 수백 건의 부상과 옴 및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런 질환들은 과밀인데다 추운 환경에서 발생한다.

배수구가 없어서 비가 오면 수용소는 진흙탕으로 변한다. 집도 없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막 안이나 방수포 아래, 혹은 작은 목재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화장실도 부족한데다 급수탑도 모자란다. 그나마 이 시설들은 <국경 없는 의사회>가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정부가 가장 기본적인 위생시설을 공급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도록 요구한 소송에서 승리한 뒤에 설치된 것들이다.

영국 정부는 영국의 도버 항구로부터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는 깔레로부터 난민들이 탈출하지 않도록 울타리를 세우는데 7백만 파운드를 썼다. 깔레의 광범위한 지역이 현재 날카로운 칼날이 박힌 높은 이중 철망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수천 명의 경찰들과 경찰견들의 감시를 받고 있다. 지역의 호텔은 프랑스 전역으로부터 동원된 경찰들로 넘쳐난다.

수용소에서는 누구도 일을 할 수 없다. 불법적인 난민에게는 직장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저축해온 돈을 쓰고 있다. 저축한 돈도 없는 사람들은 기부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의 합법적이며 인가 받은 난민수용소에는 정부, 유엔난민고등판무관, 옥스팜 및 크리스천 에이드 등의 비정부기구 등으로부터 식량과 숙소가 공급된다. 하지만, '정글'과 같은 가설 수용소에는 대부분의 비정부기구들이 정부로부터의 재정지원에 영향을 받을까봐 지원하기를 꺼리고 있다. 그 결과, 난민들은 시민들과 비공식적인 자선단체들 및 교회들이 제공하는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아자드는 "폭력을 피해 달아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살해당하기를 기다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폭력사태가 끝나면 난민 유입도 끝날 것이고 우리들은 되돌아갈 것입니다. 현재 난민들에 대한 해결책이요? 그것은 더 쉽습니다. 정치적 결정만 남지 않았습니까?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치인들이 알기라도 한다면, 그들은 우리를 도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정부가 우리를 돕기를 원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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