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입에 담기조차 힘든 '야훼'…남용되진 않는가”

11일 ‘갈리리복음 성서학당’ 두번째 강의

11일 늦은 오후 삭개오작은교회 예배당에서 ‘갈릴리복음 성서학당’ 두번째 강의가 열렸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삭개오작은교회 전도목사)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청강자들이 몰렸다.

이번 강의의 주제는 ‘이름없는 하나님과 이름있는 하나님: 야훼 이름 바로알고 말하기’였다. 우리는 신앙생활 중에 성경을 봉독할 때나 기도할 때 야훼 하나님의 이름을 통상적으로 사용해 왔고, 그 사용함에 있어 당연시 해왔다. 그러나 3천 여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당시 하나님의 통치를 믿고 따르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겐 입에도 올리기 힘든 이름이 바로 ‘야훼 하나님’이었다.

▲ 11일 오후 7시 삭개오작은교회에서 열린 ‘갈릴리복음 성서학당’에서 김경재 교수가 야훼 하나님을 설명하고 있다 ⓒ베리타스

김경재 교수는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은 구약 성경을 읽어 내려가던 중 야훼 하나님의 이름이 나올 때면 그걸 굳이 야훼로 부르지 않고, 주라는 의미의 히브리어로 불렀다”면서 “그 만큼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야훼 하나님은 입에 담기 조차 두렵고, 어려운 궁극적 실재였다”고 말했다.

앞서 김 교수는 사물과 사건 그리고 인물과 신적존재에게 이름을 붙이는 이유로 ▲ 분별하여 지시하는 기능 ▲ 언어가 지닌 근원적 힘과 축복신앙 ▲ 이름과 실재의 동일성을 전제 등을 꼽았다.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중에서도 세번째 언어관을 가지고 있었다. 즉, 부르는 이름 그 자체가 실재라는 말이다. 하나님이란 이름이 곧 실재를 가리키므로 그 이름 말하기를 매우 어려워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워했던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관계는 어떠했을까? 김경재 교수는 “구약성경의 기본적 고백에 의하면, 이스라엘 백성과 야훼(여호와)신과의 관계는 고대에 흔한 혈통적 관계가 아니고, 계약적 관계라고 고백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적으로 야훼신이 이스라엘 편이 되어주는 민족신, 국가신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김경재 교수는 “떠돌아다니던 이름 없는 무리들과 에집트 종살이하던 노예들의 울부짖음에 궁휼심과 자비심을 신적 속성의 본질로 지니신 야훼신이 개입하고 선택해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는 것(신명기26:5∼11)”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야훼 하나님을 그들의 민족신, 국가신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늘 비판적으로 저항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야훼라는 신의 이름은 어디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구약성경에 의하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 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신은 ‘엘’(EI)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섬기던 하나님은 고대 중동지역의 강렬한 신으로 숭앙되던 ‘엘’이었던 것이다.

김경재 교수는 그러나 출애굽 사건을 계기로 모세를 통해 자기를 계시하신 야훼(YHWH) 신과의 점진적 동일시를 통해 엘신앙은 야훼신앙으로 융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야훼라는 신 이름의 계시와 그 이름의 의미를 해석했다.

“구약성경 출애굽 3장에 의하면, ‘불타는 떨기나무’의 종교황홀과 거룩한 체험이 동반된 소명기사 속에, 모세를 택해 이집트왕 바로에게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모세를 메신저로 보내는 신이 누구인지를 계시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모세는 고대사회에서 신적 소명을 받은 진실성과 권위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를 부르고 보내시는 신의 이름을 알아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모세에게 계시한 이름이 ‘나는 스스로 있는 자’.(영어번역본: I AM who I AM, 독일어번역본: Ich werde sein, der ich sein werde) 김경재 교수는 특히 여러 번역본 중에서도 영문인 ‘I AM who I AM’. 즉 ‘나는 나’란 표현이 가장 적합한 표현이라고도 했다.

이것을 히브리어로 말하면 YHWH.(야훼) 히브리학자들의 주장을 인용해 김경재 교수는 이 야훼(히브리어 발음: 에흐에)의 어원이 의미하는 것이 “스스로 존재하시며 만물을 존재하게 하며 고통받은 피조물에 대한 자비와 궁휼심을 말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야훼라는 신명이 지닌 신학적 의미를 풀이해 갔다.

▲ 삭개오작은교회 전도목사인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는 야훼 하나님을 인간의 필요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이 아닌, 스스로 현존하시는 절대 초월적 자유를 지니신 주권자로의 하나님이라고 했다 ⓒ베리타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고대사회 제사종교에서 흔히 당연하듯이 여기던 것처럼, 일정한 제물을 차려놓고 일정한 제문과 주문을 사제가 반복하면 당연히 제사현장에 출현하는 피동적 제사 응답신이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 현존하고자 하는 때와 장소에 절대초월적 자유를 가지고 임재하는 주권자로서 하나님이었다.

김경재 교수는 “야훼라는 신의 본질적 속성은 고통받는 피조물에게 궁휼과 자비를 참지 못하는 ‘궁휼의 하나님, 은혜의 하나님’이라는 신체험이요 고백이다”라며 “야훼 하나님은 통치계급의 이데올로기로서 복무하는 왕족들의 하나님이 아니라, 고난받고 울부짖는 사람들을 구해내고 그들을 해방시키는 ‘자비와 공의 하나님’이었다”라고 했다.

이런 야훼 하나님을 부르는 것에 김경재 교수는 또 “종교생활에 있어서, 이름을 지닌 구체적 하나님을 부르고 모신다는 것은, 현실적 신앙인이 필요로하는 신앙대상의 구체성과 살아계시는 현실성을 충족시키는 ‘신앙의 역동성’을 담보하는 장점이 있다”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그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구체적·역동적 신체험의 표현으로서 ‘신이름 부르기’를 배타적 독점의식으로 가진다면, 그는 ‘이름 붙일 수 없고 규정할 수 없는 영원하신 하나님’을 제약하고 우상화시키는 위험아래 언제나 노출된다는 사실을 명심함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그 때문인지 참 이스라엘 신앙인들은 ‘신 이름 야훼’를 망녕되게 부르는 것, 함부로 부르는 것, 남용하고 욕망충족의 방편으로 오용하는 것을 엄정하게 경고하고 금지시켰다는 것이다.

김경재 교수는 특히 한국교회의 집회 행사 등 각종 종교행사에서 남용되는 ‘야훼 하나님’에 대해 “입에 담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두려운 그 이름을 (집회 행사 등에서)입에 달고 사는데 야훼 이름이 가진 속성을 알고 마음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지적하며, 종교 행사장에서 뜻도 모른채 불려지는 ‘야훼 하나님’을 걱정하기도 했다.

김경재 교수는 마지막으로 야훼 신이름 계시의 신앙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1) 야훼(하나님)는 제사호출에 피동적 출현신이 아니다
2) 야훼(하나님)는 절대자유와 주체적 자기계시의 하나님이다.
3) 이스라엘 민족, 유대종교, 셈종족, 백인문명에 예속된 신이 아니다.
4) 그 신적 속성은 궁휼심과 자비심을 본질로 갖는 신이다.
5) 특정장소나 성소에 머물지 않고 사건 가운데 현존한다.
6) 약하고 억눌린 피조물의 울부짖음에 응답하여 해방시키는 하나님
7) 약하고 눌리어 넘어지는 자를 붙들어 세워주시는 자이다.
8) 존재하는 것들을 있게 하는 자이다.
9) 거룩하심, 정의로움, 신실함, 자유와 사랑, 평화와 생명을 중히여긴다.
10) 야훼 이름을 경망하게 남용하여 욕망충족 방편으로 부름 엄중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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