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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칼럼] 주기도문(Vaterunser) 해설(III)

김영한(기독교학술원장)

kimyounghan
(Photo : ⓒ베리타스 DB)
▲복음주의 신학자 김영한 박사

VI.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하나님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마 6:11)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신다. 우리의 육신은 오늘 하루를 사는 데 필요한 양식을 요구한다. 출애굽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무 양식도 준비하지 못한 채 급박하게 출발했으나(출 12:39) 하나님께서는 40년 동안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셨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서 양식을 비 같이 내리리니 백성이 나가서 일용할 것을 날마다 거둘 것이라"(출 16:4b). 하나님은 광야 길을 행하는 이스라엘에게 메추라기와 만나를 주셨다(출 16:32; 시 78:24). 하나님은 자신을 경외하는 자에게 양식을 주시는 분(시 111:5)으로 체험되었다. 양식이 끊이지 않고 풍부한 것은 하나님의 축복(사 51:14)을 의미하며, 양식이 없는 것은 하나님의 징계(겔 4:16)를 나타내기도 했다.

예수님은 갈릴리 바다 건너편 산에서 무리들에게 설교하신 후에 빌립에게 이르신다: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이겠느냐?"(요 6:5b). 예수님은 군중들에게 복음을 증거하신 뒤 이들이 시장한 것을 아시고 허기를 면하도록 먹을 것을 주라고 하셨다. 5천 명이나 되는 군중을 먹이는 것은 2백 데나리온(1 데나리온은 신약 시대에 일군의 하루 품삯에 해당하며 로마인들이 발행한 은전[銀錢]이다)의 떡도 부족하다고 빌립은 대답한다. 5천명을 배불리 먹이려면 일꾼의 2백일치 삯에 해당하는 떡이 필요하다. 그런데 예수와 제자들은 방랑 전도자들이기 때문에 먹을 것이 준비되지 않았다. 가진 것이라곤 한 어린 아기가 가져온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이었다.

2. 5병2어의 기적은 사랑의 기적

이에 예수님은 아이가 가져온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요 6:9)를 축사하시어 오천 명을 먹이신다: "예수께서 떡을 가져 축사하신 후에 앉아 있는 자들에게 나눠 주시고 물고기도 그렇게 그들의 원대로 주시니라. 그들이 배부른 후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하시므로 이에 거두니 보리떡 다섯 개로 먹고 남은 조각이 열두 바구니에 찼더라"(요 6:11-13). 우리가 가진 양식은 주변의 가난한 자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작은 분량일지라도 주변에 먹지 못하는 자들이 있을 때 이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예수님은 우리와 무관한 기적을 일으키시지 않고 우리의 관심과 사랑의 몫을 요구하신다. 예수님은 어린 아이가 가져온 지극히 작은 분량의 양식을 축복하시어 5천명이 풍족히 먹고 열두 바구니가 남도록 하는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 예수님은 어른도 아닌 한 어린 아이의 한 끼 식사를 축복하시어 5천명의 사람들이 배불리 먹도록 사랑의 기적을 일으키셨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메시야가 우리에게 가져다주시는 기적이다. 5병2어의 기적이란 남을 놀라게 하는 마술적 기술이 아니라 5천명이라는 군중들이 돌아가는 도중에 쓰려질까 염려하여 사랑과 연민에 기초되어 작은 분량의 떡과 물고기를 축복하여 일어난 사랑의 기적이다. 진정한 메시야가 가져다주는 기적이란 마술이 아니라 관심와 배려와 공감과 연민에 기초한 것이다.

3. 예수님은 생명의 떡

5병2어의 기적을 일으키신 후에 예수님은 가버나움 회당에서(요 6:59) 자기에게 나아오는 군중들에게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에 대하여 가르치신다: "썩을 양식을 위하여 일하지 말고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을 위하여 하라 이 양식은 인자가 너희에게 주리니 인자는 아버지 하나님께서 인치신 자니라"(요 6:27). 예수님은 "우리가 어떻게 하여야 하나님의 일을 하오리까" 묻는 군중들(요 6:28)에게,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니라"(요 6:29)라고 이르신다. 그리고 예수님은 이스라엘 조상들이 광야에서 40년간 먹었던 만나를 모세가 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늘에서 내려 주셨다고 말씀하신다. 이제 예수님은 하늘에서 내려 세상에 생명을 주는 하나님의 떡(요 6:13)을 소개하신다: "모세가 너희에게 하늘로부터 떡을 준 것이 아니라 내 아버지께서 너희에게 하늘로부터 참 떡을 주시나니 하나님의 떡은 하늘에서 내려 세상에 생명을 주는 것이니라"(요 6:32-33). 군중들은 예수에게 "주여 이 떡을 항상 우리에게 주소서"라고 간구한다. 그러나 군중들은 예수께서 말씀하신 떡이 육의 양식이 아니라 영혼을 살게 하는 신령한 양식인 줄을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있다.

하나님의 떡을 달라는 군중들에게 예수님은 그 자신이 생명의 떡이라는 사실을 증거하신다: "내가 곧 생명의 떡이니라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어도 죽었거니와, 이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떡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먹고 죽지 아니하게 하는 것이니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떡이니 사람이 이 떡을 먹으면 영생하리라 내가 줄 떡은 곧 세상의 생명을 위한 내 살이니라 하시니라"(요 6:48-51). 유대인들은 "내 살을 먹어라"는 예수의 말에 대하여 곡해(曲解)하여 이의를 제기한다: "이 사람이 어찌 능히 자기 살을 우리에게 주어 먹게 하겠느냐?"(요 6:52). 수군거리는 유대인들을 향하여 예수님은 성만찬의 신비를 말씀하신다: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 생명이 없느니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의 안에 거하나니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시매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 같이 나를 먹는 그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리라"(요 6:53-57). 예수의 이 말씀은 영적 신비, 즉, 그리스도와의 연합(unio cum christum)을 가르치는 복음적 진리의 핵심인 것이다. 따라서 예수의 이 진리는 육신적 의미의 피와 살로 이해하지 않고 영적인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4. 종말론적 메시지: 생명의 떡

예수님의 이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제자 중 많은 무리들이 떠나갔다: "그 때부터 그의 제자 중에서 많은 사람이 떠나가고 다시 그와 함께 다니지 아니하더라"(요 6:66). 수많은 군중들은 정치적 메시야를 요구했다. 군중들은 세상에서 번영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세상에서 정치적 메시야에 의한 왕국을 건설하는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수님은 이러한 요구를 묵살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그들이 와서 자기를 억지로 붙들어 임금으로 삼으려는 줄 아시고 다시 혼자 산으로 떠나 가시니라"(요 6:15). 이제 열두 제자들만 남았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생명의 떡 교훈은 종말론적 메시지다.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은 하나님께서 인치신 인자가 준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종말론적 메시지다. 이는 예수님 자신이 인자로서 하나님의 인치심을 받은 자로서 영생을 주시는 이 세상의 구세주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고 육신의 생명을 유지했다. 이는 옛 만나다. 이제 예수님은 자신이 주시는 새 만나를 약속하신 것이다. 새 만나는 생명의 떡이신 인자, 즉, 예수를 구주로 믿는 것을 말한다. 이스라엘 조상들이 광야에서 먹은 만나는 옛 언약을 상징하며, 이제 인자이신 예수님께서 주실 생명의 떡이란 새 언약을 상징한다. 이는 하나님의 아들을 믿고 영생을 얻는 복음의 언약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요 6:54-55).

5. 신자유주의의 세상 경제 질서에 대한 대안: 사회적 자본주의

우리의 육신은 일용할 양식을 필요로 한다. 예수님은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아시고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신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풍요한 양식이 아닌,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고 가르치신 것은 오늘을 사는 인류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가르침이다. 20세기 후반기부터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가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세계는 더 가진 나라와 덜 가진 나라 사이의 불균형이 생기게 되었다. "세계 체제(World-System) 분석"의 선구적인 업적으로 잘 알려진 미국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 1930-)에 따르면, 근대 세계 체제의 주된 특징은 여러 국가와 다양한 민족이 점차 자본주의 경제 체제 속에 하나로 여지없이 편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미와 북서부 유럽과 일본이라는 중심부가 반(半)주변부나 주변부 국가들을 자신들에게 종속시키고 있다. 세계가 발전하지만 많이 가진 국가그룹들이 덜 가진 국가그룹들을 지배하고 있다. 개인뿐 아니라 국가의 관계에서도 탐욕과 욕심이 지배하고 있으며, 갑-을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경제가 발전하나 진정한 세계의 갈등은 해결되기 어렵고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1년 10월 전 세계 82개국 1500여개 도시에서 "1%의 탐욕에 맞선 99%의 저항" 시위가 전 세계의 도시를 뒤흔들었다. 10월 15일 가장 먼저 아침을 맞은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시작으로 서울과 도쿄 등 아시아 도시를 비롯해 런던·베를린·마드리드 등 유럽 도시, 뉴욕 월가와 맨해튼 등 아메리카 대륙에도 분노한 99%의 '보통사람들'의 외침이 거리로 쏟아졌다. 실제 다양한 요구를 지닌 시위대를 결집시키는 것은 "1%의 탐욕에 맞선 99%의 저항"이란 구호다. 영국 런던의 한 시위자는 "이젠 충분하다. 우리는 대기업과 은행 시스템의 이해에 기반하지 않은 진짜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외쳤다. <뉴욕 타임스>는 언어와 지형, 규모 등이 다 다름에도 시위대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빈부격차에 대한 좌절로 '뭉치고 있다'고 주목했다(이정애, 박태우, 이본영, 권태호, "'1%위한 사회 바꾸자' 세계 동시시위," 한겨레, 2011년10월16일).

한국에서도 최근에 기독교 기업으로 알려진 이랜드 사태가 불거지자 기독교도 싸잡아 함께 욕을 먹었다. 현재 자유방임적 자본주의(Laissez-faire capitalism) 사상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우호적으로 볼 수 있는 신학 논리가 매우 빈약하다. 소외자와 약자에 대한 권리를 시장 논리로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가진 자들이 덜 가진 자들을 배려하고 이들과 나눔으로써 상생하도록 하는 사회적 자본주의(social capitalism) 이론이 요청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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