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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야곱의 우물과 진리의 샘

2016년 2월 7일 새길교회 주일예배 설교자 김경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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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숨밭아키브)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1. 종교화합과 평화에 관한 UN총회 결의문의 의의(意義)

1945년에 국제연합(UN, United Nations)창설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세계사적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오대양 육대주를 아우르며 전체 지구촌 국가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국제적 기구가 창설된 것은 인류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의 주권국가 거의 대부분인 193개국이 회원국으로 되어있는 UN은, 강대국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해도, 분명히 인류의 양심과 지성과 희망을 대표하고 견인하는 유일한 국제기구 이다.

대부분 한국인이 이해하기는, UN 이라는 국제기구 설립목적은 국가간의 무력충돌을 막고 평화안전을 도모하는 정치군사적 임무가 주목적이라고 이해하지요. 거기에 약간 더하여 무역분쟁이나 후진국 문화교육사업을 돕는 보조임무등 뿐이라고 알고있는 형국이다. 그러므로, 최고 의결기구인 UN총회에서 「세계 종교간 화합과 평화에 관한 UN총회 결의문」을 지난 30여년동안(1981-2015) 13개나 채택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전혀모르고 있습니다. 매해 2월 첫째주간을 종교간 화해평화행사주간으로 지키기로 UN총회가 결의한 중요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오늘 한국 땅 새길교회에서 그 호소에 응답하는 예배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것은, 최초로 인류의 집단지성체로서 유엔대표단들이 생각하기를, 지구촌의 정치, 군사, 경제, 인종 분쟁보다 더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종교간의 협력과 평화'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종교평화와 협력없이 세계평화와 협력이 없다"(한스 큉 교수 & 리챠드 바이체카 전 독일 대통령)는 엄연한 현실을 인류에게 강력하게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의문들을 관통하는 UN총회의 핵심정신을 2가지로 압축 할 수 있다.

'기본원칙'은 "종교와 신앙에 근거한 모든 형태의 비타협적 태도와 종교차별은 금지 제거 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보다 적극적인 '심층원칙'은 "종교들의 다양성과 차이가 주는 가치와 축복에 대하여 인류는 눈 떠야 한다"는 멧시지입니다.

기본원칙과 심층원칙을 밑바탕에 깔고있는 13차례의 UN총회 결의문이 강조하고 지향하는 바를 풀어 말하면 다음같은 4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모든 종교는 인간의 '궁극적 관심'으로서 특별한 열정과 헌신을 동반하므로 귀중하기도하고 위험하기도 하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둘째, 지구촌 모든 종교들은 구체적인 '역사적-문화적 삶의 토양'에서 자라난 '큰 나무'

와 같으므로, 역사적-문화적 특징과 제약성을 지닌다는 진실에 정직해야 한다.

셋째, 그러나, 세계의 구체적 개별종교들은 역사적 상대성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우주종교'기능을 담당할수 있는 것이므로, 개별 종교들의 특성과 고유한 진리체험의 증언들은 존중되어야하고 보존되어야 한다.

넷째, 성숙한 선남선녀들은 '역사-문화적 종교들의 다양성과 차이'를 기회와 축복으로 인지하여 서로배움으로 자신들의 영성이 더욱 성숙 풍성하도록 하는 열린 종교가 되어가야 한다.

2. 요한복음 4장 수가성 담론이 주는 생명의 말씀 앞에서

인류가 UN이라는 광장에 모여 깨닫고 다짐하고 결의한 앞서 말씀드렸던 그 정신이 놀랍게도 우리주님이 수가성 샘터에서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 속에서 가장 명료하고 심원하게 말씀하셨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절감하게 된다.

사마리아 수가 샘터에서 주님과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속에서 우리가 오늘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특히 두 가지입니다.

첫째, 여인이 예수께 단호하게 하는 말 "우리조산 야곱이 이 우물을 우리에게 주셨고, 또 여기서 자기와 자기아들들과 짐승이 다 마셨는데 당신이 야곱보다 더 큼니까?라는 항의성 질문입니다.

둘째, 예수께서 여인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 우물의 물을 마시는 자는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고 그 속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된다.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하나님께 예배하는 자는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는데 곧 이때 지금이다는 말씀입니다.

2.1. 야곱의 우물의 고귀성과 구체성

사마리아 여인이 비록 비천한 신분의 여인이요 많이 배우지 못한 여인이었을 지라도 그녀의 확신에 찬 발언엔 많은 진리가 함축되어 있다.

첫째, 살아있는 종교는 추상적인 종교철학 유희가 아니고, 아주 구체적인 것, 생명적인 것이라는 진실입니다. 그 진실이 '야곱의 우물'이라는 말로 표현되어 있다. 우물은 팔레스타인 지리기후적 조건에서는 생명의 유지와 번성과 직결되어있는 것이다. 좋은 우물은 한 종족과 가문의 흥망성쇄가 달린 문제였다. 아스라이 먼 조상 야곱할아버지께서 샘터를 잡아 풍성한 물을 자신과 그 후손과 가축들이 오늘까지 마시며 살게한 생명의 샘이라는 사실적 주장 입니다. 동시에 [야곱의 우물]이라는 우물이름이 말하듯이 길고긴 전통과 권위를 상징합니다.

사마리아여인이 주장하는 말에 진실이 담겨있듯이, 지구촌에는 알고보니 여러개의 '야곱의 우물'이 있다는 것을 20세기 들어와서야 인류가 절실하게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인도에는 '싯달다의 우물'도 있고, 중국에는 '공맹의 우물'도 있고 땅이 넓고 인구가 많아서 '큰 우물 하나만으로 부족하여 '노장의 우물'이라는 꽤 물맛이 시원한 샘도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런 우물샘터보다는 비교적으로 뒤늦게 발굴하여 13억이나 되는 사람들이 마시는 '모하멧우물'이라는 샘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20세가 되기 전에, 기독교문명권 유럽사람들은 아시아지역과 중동지역에서 사람들과 짐승들이 모여 마시는 물이 나온다는 그 샘들은 깊지도 않고 수량과 수질도 형편없는 샘이라고 단정했던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 '베드로와 바울의 우물' 이외는 건강에 치명적 불순물이 많이 함유되어있기 때문에, 가급적 그 샘터를 폐쇄시키고, 깨끗하고 정화된 정수물 '기독교 물'로 모두 대체시켜야 한다고 확신 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지구촌이 열리고,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여러 가지 샘터의 샘물의 화학성분을 객관적으로 조사해보니, 그들 샘들이 수질이나 수량이 작은 것도 아니고, 더욱이나 그들 샘물속에 건강을 해치는 불순물이 있다는 소문이 전혀 터무니 없는 오해이거나 낭설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발표의 공식적 발표문이 온세계 사람들에게 공적으로 알려진 사건이 1962-65년 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였던 것입니다.

더욱이 인류가 깨닫게 된 것은, 지구촌 곳곳에 존재했던 위대한 종교적 샘들은, 해당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야곱의 우물이 그랬던 것처럼, 아주 자랑스러운 그들의 긍지요 그들이 자기정체성의 근거가되고, 그들의 날마다 생명을 이어가게하는 생명의 물이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물맛도 조금씩 다른 것은 샘이 존재하는 지질구조상 당연하다는 깨달음을 갖게되었다는 점입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UN총회의 종교간 협력평화결의문을 관통하는 원칙이 '나와 다른 종교에 대한 차별, 배타, 폄하, 억압'을 용인해서는 않되며 이웃종교들에 '관용, 열린마음, 대화, 상호배움'을 강화하라는 결의문을 통해 강렬하게 호소하는 것입니다. <야곱의 우물>이 사마리아 여인에게는 유대인들의 <예루살렘 우물> 못지않게 귀중하기 때문에, 각종교문화의 고유한 특징과 전통의 특징을 존중해야하고, 섣부른 획일적 종교통합을 시도해서는 않된다는 것입니다. 줄여말하면 종교적 배타주의와 종교적 획일주의를 동시에 경고하는 것입니다.

2.2. 예수님의 말씀의 참 뜻을 숙고함

그러면 예수님의 말씀의 참 뜻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의 말씀요지는 각각의 샘들이 갖는 우열성을 말하거나, 다른 종교의 샘물을 마시면 독이된다는 그런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그렇게도 자부심을 갖는 <야곱의 우물> 물을 예수자신도 한그릇 얻어마시기를 요청하십니다. 다만 이 우물 의 물 곧 <야곱의 우물>을 마시는 사람은 누구나 하루하루 해갈을 하고 생명유지는 되지만 "다시 목마르게되는 것이고, 그 사람 속에서 샘물이 솟아나는 경험을 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야곱의 우물> 만 그러는 것이 아니고, 지구상에 출현한 모든 역사적 종교들의 한계성과 역사적 상대성을 지적하는 말씀입니다. 물론 이 말씀하실 때 기독교라는 역사적 종교는 아직 출현하지 않았지만, 역사적 종교로서의 기독교도 예외는 아닙니다.

유대교, 불교, 이슬람교, 유대교, 도교, 그리스도교, 천도교, 원불교는 모두 진리를 가르키는 손가락들이요, 안내원들이요, 문화-역사적 상징 옹달샘 속에 비춰진 하나님의 희미한 얼굴이라는 말입니다. 그것들은 위대합니다. 그러나, 진리자체 혹은 하나님 자체와 동일시하려할 때, 그 종교는 우상화 됨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역사적 종교들의 절대주장을 극복하기를 요청하시면서 말씀하시기를 "사마리아인 성전이 세워져있는 이 산 그림신산 에서도 말고, 유대인 성전이있는 예루살렘에서도말고, 영과진리로, 영과 진리안에서 예배해야한다고 하셨고, 하나님은 그런 사람을 기다리신다는 말씀입니다. 요즘말로하자면 바티칸의 로마, 에큐메니칼 본부 제네바, 불교성지 룸비니와 붓다가야, 라마단 순례지 멕카, 선불교 조계산, 등 역사적 종교들의 성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영과 진리로서 예배, 문자적으로 직역하면 영과 진리안에서 예배, en pneuma kai aletheia, In Spirit and Truth>는 어떤 예배이며, 어떻게 가능할가요?

20세기의 위대했던 신학자 폴 틸리히는 기독교와 세계종교간의 만남이라는 강연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살아있는 개별종교들의 깊이에는 각각의 종교들이 중요시하는 특성들을 극복하게하는 어떤 빈 공간이 있다. 마치 태풍의 눈과 같은 그 빈 거룩한 공간의 한점은 개별종교의 특수성을 돌파하여 진리를 찾는 진정한 구도자들 마음을 영적자유에로 고양시킨다.

예수께서 "영과 진리로 예배드림"이라는 경지가 그런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영'은 곧 하나님의 영인데, 성령은 인간을 자유하게합니다. 역동적이게 합니다. 창조적이게 함니다. 자기중심적 이기심을 넘어서 자기초월적이게 하고 사랑하게 함니다. 시간 속에서 영원을 맛보게 함니다. 그래서 영은 바람으로 상징되거나 대지를 적시는 단비로 상징되거나, 옛것을 태워버리는 불로서도 상징됩니다.

성경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고 말합니다. 진리는 빛으로 상징됨니다. 빛이 비추면 어둠과 혼란은 물러가고 밝음과 명료함이 드러남니다. 그러므로 <영과 진리안에서 예배드림>이란 <참된 자유의 은총의 빛 안에서 감사, 찬양, 자유, 사랑의 헌신으로 예배>드리라는 말씀입니다.

다시 구체적으로 생각해봅니다. 틸리히가 마지막 강연에서 말하는 저 모든 역사적 종교들의 중요성과 특수성을 존중은 하되 거기에 메이지않게 하고 돌파하게하는 그 힘은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는가? 야곱이 광야에서 사닥다리 꿈꾸던 브니엘체험에서 체험한 <하늘문>은 인생 여정에서는 어디인가?

들에 핀 작은 들꽃속에서 하나님의 예술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 고난당하는 민초들의 삶의 고통과 한숨 속에서 하나님의 아픔을 느끼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 비우고 정결하게 된 각자 마음의 지성소에 홀연히 하나님의 임재하시는 미세한 느낌을 감지하는 사람, 바로 그 때와 장소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수의 삶과 고난과 죽음과 부활의 생명안에서, 모든 역사적 종교들을 돌파하고 온전케하는 '영과 진리'를 맛보았고, 그 능력안에서 살려고 다짐하는 신앙의 순례자들인 것입니다. <야곱의 우물>을 돌파하여 <진리의 샘>으로 나아갑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마태25장 최후심판 비유에서 왕이 묻는 것은 무슨 종교를 가졌었느냐 어느교파 교회에 다녔느냐가 아니라, 작은 소자에게 냉수 한그릇 이라도 진실한 맘으로 주면서 살다가 왔느냐를 묻고 확인하신다는 점입니다.

종교는 이론이나 교리가 아니라 진실한 삶이요 사랑의 실천입니다. 평화를 실현하는 매체요 길이지 종교자체가 목적은 아님니다. 그점이 바로, UN총회가 지키기를 권고한 2월 첫째주간 세계종교화합주를 새길교회가 존중하고 지키면서 예배드리는 우리들의 다짐이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온라인이슈팀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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