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성소수자는 우리의 강도만난 이웃입니다”

성소수자 탄압하는 장정개정안 반대 기자회견

methodist
(Photo : ⓒ변영권 목사 제공 )
▲18일 오전 ‘성소수자 배제와 혐오 확산을 염려하는 감리교 목회자 및 평신도 모임’과 ‘성소수자 탄압 장정을 반대하는 감리교 신학생 및 전도사 모임’은 동성애 조항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장정개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전용재 감독회장)가 성소수자에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범과로 규정한 장정개정안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성소수자 배제와 혐오 확산을 염려하는 감리교 목회자 및 평신도 모임'과 '성소수자 탄압 장정을 반대하는 감리교 신학생 및 전도사 모임'은 2월18일(목) 오전 서울 광화문 감리교본부 앞에서'감리교 성소수자 차벌 입법 및 서명운동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두 모임은 이날 '감리교의 성소수자 차별 입법 및 서명운동에 반대한다'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입법과정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한편 해당 개정안이 '개인의 사상적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결의'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예사랑감리교회 변영권 목사는 대표기도를 통해 "이미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인 성소수자들을 교회 밖으로 내쫓고, 그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것조차 금지시키는 교회, 성 소수자들을 차별할 것을 앞에 나서서 요구하는 교회는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몸일 수 없다"며 "감리교회를 사랑하지만 이웃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감리교회가 변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였다"고 기도했다. 이어 "적은 인원이지만 언제나 소수의 편에 서셨던 예수님을 따라 우리도 기꺼이 소수의 편에 서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성명서]감리교의 성소수자 차별 입법 및 서명운동에 반대한다

"성소수자는 우리의 강도 만난 이웃입니다."

지난 기독교대한감리회 제31회 총회 입법의회는 제7편 재판법 제3조 범과의 종류 7항에 '동성애 찬성 및 동조자'를 처벌 대상에 삽입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교리와 장정을 개정하고 작년 12월 30일 공포를 마쳤으며 1월 14일 모인 임시입법의회에서 '동성애 반대 성명'을 채택했다. 이어서 1월 25일 날짜로 발송된 전용재 감독회장 명의의 서신 "동성애 관련법 개정 서명운동에 동참합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 조항에서 '성적지향'에 관한 문구를 삭제 해 달라는 내용의 서명을 각 교회에 요청하고 있다.

우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이하 입법 및 행정 주체가 이미 동성애 반대와 지지자 탄압의 뜻을 명확하게 밝힌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반대 의사를 천명한다.

1. 우리는 입법 과정의 총체적 불투명성을 지적한다.

이번 동성애 관련 개정안은 1년 이상 감리교 체제 개편을 위해 법안을 연구, 준비 해 온 감독회장 산하 감리교개혁특별위원회의 본래 법안에는 없던 내용으로, 장정개정위원회(이하 장개위)에서 일부 위원이 동성애 및 동성결혼 반대를 강력하게 주장해 실랑이 끝에 나온 합의안이다.

정보에 따르면 모 위원은 동성애 반대를 기독교대한감리회 신앙고백인 '사회신경'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다가 "동성애는 이미 교역자 행실에 대한 재판법 제3조(범과의 종류) 제⑬항 '부적절한 결혼 또는 부적절한 성관계(동성 간의 관계 포함)를 하거나 간음하였을 때'와 제5조(벌칙의 종류와 적용) 제②항 '정직, 면직 또는 출교'에 의해 제재될 수 있음"을 지적하는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는 모 의원의 주장에 이 조항을 수련목회자 자격 조건에 원용하는 데 합의하고 논의를 마무리지었다.(최종 개정안에서는 이 조항이 탈락되었다.) 엉뚱하게도 이후 장개위는 교역자 뿐 아니라 평신도까지 성적 지향을 강제하고 나아가 '동성애 지지 및 동조 행위'를 근신, 견책, 정직 등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성안했다. 법안의 도입 근거와 타당성은 장개위원들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설명되지 않았다.

장개위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개정안은 충분한 토론없이 그대로 입법의회에서 졸속 결의되었다. 이에 우리는 이번 동성애 찬성 및 동조 금지 법안이 민주적 절차에 의거해 공정한 성안 및 입안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하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법률안이 성안된 장정개정위원회 회의록의 공개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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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변영권 목사 제공 )
▲18일 오전 ‘성소수자 배제와 혐오 확산을 염려하는 감리교 목회자 및 평신도 모임’과 ‘성소수자 탄압 장정을 반대하는 감리교 신학생 및 전도사 모임’은 동성애 조항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장정개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2. 우리는 개인의 사상적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결의에 반대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9조는 사람의 정신적 활동을 법률로 금지하거나 강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인간 기본권의 하나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된 감리교 교리와 장정은 감리교 목회자와 성도의 동성애 및 동성결혼 '행위'는 물론 이들을 지지하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 또 목회자의 경우 진급과 관련된 상황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제21조와 제22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 될 가능성이 있다.

감리교가 종교단체로서 내칙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가진다 해도 그 성원이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감리회의 장정이 초헌법적 권위를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 더욱이 동성애에 대한 다양한 신학적 입장이 존재하고 여전히 토론되고 있는 현실에서 동성애자 억압이 감리교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교리'로 인정 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장정 개정이 대한민국 현행 헌법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주장하며 전면 무효화할 것을 요구한다.

3. 우리는 기독인 성소수자를 억압하고 퇴출시키는 한국교회의 움직임에 반대한다.

한기총, 한교연, 한장총, 미래목회포럼, 한국교회언론회 등이 소속된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본부장 소강석 목사)는 작년 퀴어축제 반대운동을 기점으로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공포를 조장 및 확산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왜곡하고 있다. 한기총을 비롯한 기독교 단체들은 지금까지 가장 강력하고 노골적인 동성애 반대 운동을 펼쳐 온 세력이며 이들의 혐오주의는 이미 2003년 4월 동성애자이며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육우당의 목숨을 앗아간 바 있다.

한국교회는 그 끔찍한 역사적 과오를 경계석으로 세워 뿌리 깊은 혐오의 사슬을 단호히 끊어낼 책임이 있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교회는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에 대한 몰이해와 목회적 경험 부족으로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탄압할 뿐 아니라 나아가 이들의 소외된 삶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의 강도 만난 자들이다. 이들은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창조된 자신의 모습을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거절 당하고 무수한 배제를 경험하며 폭력적인 편견과 왜곡된 시선에 노출되어 왔다. 더욱이 감리교회는 이번 입법으로 성소수자들이 하나님이 베푸시는 은혜와 자유를 누리는 신앙인으로서 살아가고 성숙해 나갈 기회마저 원천 차단하고 말았다. 이는 인간을 창조하고 구원하며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나님 앞에 크나큰 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먼저 '너도 가서 강도 만난 자들의 이웃이 되라'는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성소수자들과 연대하고 이들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또 동성애자와 성소수자들을 호도하고 배척하는 한국교회의 움직임과 이에 동조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의 최근 입장과 활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돌이켜 성소수자들이 처한 차별과 소외의 현장에 함께 서는 참된 목회적 실천에 나설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이는 예수께서 가르치신 진리와 포용의 길을 벗어나 혐오와 배제의 편에 선 한국교회와 한국감리교회가 그 죄를 자복하고 회복 해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2016년 2월 18일

성소수자 배제와 혐오 확산을 염려하는 감리교 목회자 및 평신도 모임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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