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한 영화 ‘귀향'이 입소문을 타고 흥행몰이 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3월5일(토) 기준 237만 명(누적관객)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학생들은 이 영화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 보았을까? 충남 당진시 합덕여중 2학년에 재학 중인 조현주 학생이 이 영화를 본 뒤 느낌을 적어 보내왔다. 이 학생은 위안부 문제에 무관심했던 데 대해 화났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 가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래는 조현주 학생이 보내온 감상문 전문이다. 편집자 주]
아프고 아팠다. 왜 당시 나와 비슷한 나이또래 친구들이 이런 일을 당해야 했을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영화 ‘귀향'이 만들어지기까지 14년의 시간이 흘렀다. 75,270명의 시민들이 기부에 나서 부족한 제작비에 큰 힘을 보탰다. 그런데, 이때까지 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영화를 보기 전, ‘일본군 위안부'라는 가슴 아픈 역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게 후회됐다. 14년이란 긴 시간 동안 조그마한 도움도 주지 못해 참 슬프고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정말 반성 많이 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TV를 통해 피해 할머니를 조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사무소로 찾아간다. 한참을 머뭇거리며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말해야 하나 고민하던 할머니는 끝내 말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려 한다. 바로 이때 동사무소의 한 남자직원이 다른 직원에게 하는 말을 듣게 된다. 그 말은 이랬다.
"정신대 할머니들이 미쳤다고 부끄러운 과거를 동사무소에 와서 신고하냐?"
이 한 마디에 할머니는 분노 섞인 울음을 터뜨리며 그 남자 직원에게 이렇게 외친다.
"내가 그 미친년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우리들은 직접 겪지 않으면 얼마나 큰 아픔이고 상처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런 우리가 피해 할머니들의 상처에 조그맣지만 약을 발라주고 반창고를 붙여주며 상처를 감싸주고 보듬어 주는 게 그렇게 힘들었을까? 다시 한 번 나 자신이 부끄럽고 한심했다. 나도 다를 바 없었으니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신 후에 일본에게 사과를 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사과를 받을 당사자가 없는 사과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늦지 않게 하루빨리 피해 할머니들의 ‘눈물'이 아니라 ‘웃음'을 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귀향'을 본 후 나처럼 자신이 위안부 문제에 무관심했던 데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껏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이 울었고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준 영화였다. 그래서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