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11일(금)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5주기를 맞는 날이다. 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생명윤리위원회는 '핵없는세상을위한그리스도인연대'와 함께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원자력위원회 앞에서 ‘핵없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란 주제로 제4회 탈핵연합예배를 봉헌했다.
이날 연합예배는 핵 에너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중점을 뒀다. 설교를 맡은 김경태 목사(부산 NCC 총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5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했다. 김 목사 설교 가운데 일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소아 청소년들에게서 소아갑상선암이 20~50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일본 현지 목사님은 갑상선 질환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각종 병증의 빈도가 높게 나타나 어머니들이 공포에 질려있다고 전했다. 이 이야기가 바로 옆 나라 일본의 이야기다. 동해바다라는 작은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둔 바로 이웃나라 이야기다. 이는 곧 우리의 이야기도 된다는 말이다.(중략)
그러나 우리가 더 깊이 생각해보아야 만 할 중요한 사실은 후쿠시마의 눈물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5년이 지났지만 그 아픔과 눈물은 겨우 눈으로 확인되는 몇 가지 사례의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아파하고 눈물을 흘려야 할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단지, 더 큰 아픔과 눈물이 예고되어 있을 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원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원자력 에너지 사용을 줄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반대방향으로 나가는 중이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설교를 통해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날을 세웠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은 보수정권이 집권하고 있음에도 독일 영토내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중략)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2011년 21기이던 핵발전소가 시험운행 중인 신고리 3호기까지 25기의 핵발전소를 가동중이다. 앞으로 2027년까지 10기를 더 건설할 계획이다. 삼척, 영덕에서 그것만은 안된다고 주민들이 아우성을 지르고 그 뜻을 주민투표로 모아줘도 정부는 꿈쩍하지 않는다."
연합예배 2부 '핵없는 세상을 위한 다짐의 시간'에서는 더욱 심각한 증언이 나왔다. 한국원폭2환우회 한정순 회장은 증언을 통해 원폭 피해의 실상을 알렸다. 한 회장은 5~10분의 시간 동안 자신이 겪은 고통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며 아래와 같이 증언했다.
"원폭피해의 특징은 아픔이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원폭 피해자들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평생 스스로 아픔을 감당해 나가야 한다. (중략) 나 역시 뼈가 녹는 아픔을 겪었다. 숨이 붙어 있으니까 살았지 그동안 내가 왜 살아야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건강한 사람들이 언제 원전 피해를 입을지 아무도 모른다."
한편 이날 연합예배에 참석한 김영주 NCCK총무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가 지금 바벨탑을 쌓고 하나님의 명령에 도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며 "겨울의 끝에 드리는 이 예배를 통해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보자"고 권면했다.
연합예배에서는 핵 없는 세상을 향한 염원을 전달하고자 탈핵 메시지를 한반도 지도 위에 꽂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