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집회 참가시민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무엇인가를 빼앗으려 했고, 집회 참가시민들은 빼앗기지 않고자 필사적으로 맞섰다. 결국 경찰은 거센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이선후퇴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사태는 3월21일(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 총회장 최부옥)가 시국기도회를 마치고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농성장을 거쳐 광화문 세월호 광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경찰은 집회참가인원수 부족을 이유로 차도 행진을 저지했고, 이에 맞서 시국기도회 참가자들은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시국기도회 운영진들은 연좌농성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간이의자를 공수해왔다. 경찰과 참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진 건 이때였다. 운영진들이 의자를 가지고 오자 경찰은 갑자기 달려들어 이를 빼앗으려 했다. 이러자 참가자들은 경찰의 처사에 강력히 반발했다.
시국기도회에 참석한 참가자들 가운데엔 고령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기도회 소식을 듣고 그저 거리로 나와 행진대열에 합류했을 뿐이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날은 저물고 있었고 스산한 바람까지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운영진들이 의자를 가져온 건 기도회 참가자들, 특히 고령자를 위한 배려 목적이었다.
반면 경찰은 인도를 벗어난 행진 자체가 불법이라며 시국기도회 참가자들을 사실상 고착시켰다. 그리고 의자마저 빼앗으려 달려들었다. 사실 경찰의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경찰은 지난 해 4월 세월호 1주년 당시 세월호 유가족들을 광화문에 몰아넣고 차벽으로 이들을 포위했다. 경찰은 유가족들이 화장실 가는 것 조차 허용하지 않았고, 이에 여성 유가족들은 임시로 가리개를 만들어 용변을 해결해야 했다. 그리고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대학생들이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칼바람을 마다않고 노숙했을 당시, 경찰은 ‘도로법'을 이유로 천막 반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그저 평화적인 집회만 보장하면 제 소임을 다한 것이다. 시국기도회 참가자들이 손에 쥔 것이라곤 ‘반민주세력 심판', ‘민주주의 회복'이라고 적힌 손팻말이 전부였다. 폭력시위를 위해 쇠파이프나 화염병을 숨긴 것은 더더욱 아니다.
현 정부들어 공권력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국제사회도 이 같은 흐름을 걱정할 지경이다. 올해 1월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UN 한국에서 평화로운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점진적으로 뒷걸음 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고작 의자를 빼앗으려고 시민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공권력의 모습은 현 정권의 민낯이자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위축되는 이 나라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