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권세 있는 교사, 권능의 전인(全人) 치료자, 축사자
성령의 권능(δύναμις)이란 예수께서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고 성령의 권능으로 가르치고 전파하고 병든 자들을 고치며 귀신들을 쫓아내신 초자연적 능력을 가리킨다. 성령을 받는 것은 능력을 받는 것, 권세(έxουσία)를 부여받는 것과 동일하다. 이러한 권세는 귀신을 축출하며 병자들을 치유할 때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사도행전에서 수제자 베드로는 고넬료의 집에 초대되어 말씀을 전할 때 예수께서 성령과 능력으로 기름부음을 받으셨다고 증거하였다: "하나님이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력을 기름 붓듯 하셨으매 그가 두루 다니시며 선한 일을 행하시고 마귀에게 눌린 모든 사람을 고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함께 하셨음이라"(행10:38). 예수의 권능적 사역은 그의 메시아적 사역에 대한 확증이었다. 성령의 권능 안에서 수행된 예수의 메시아적 사역은 성령의 임재로 인한 사탄의 패배, 죄악과 질병과 죽음의 정복으로 나타난 것이다.
나사렛 예수는 오늘날 성령 사역자의 원형이시다. 예수는 그 자신이 권세 있는 교사, 전인 치료자, 축사자였다. 예수는 열두 제자들을 전도하러 내보내시며 권능적 사역을 행하도록 말씀하신다: "가면서 전파하여 말하되 천국이 가까이 왔다 하고, 병든 자를 고치며 죽은 자를 살리며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하며 귀신을 쫓아내되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마10:7-8). 예수의 선교 지상 명령에서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마28:20)이란 "그리스도께서 땅에 계실 때의 가르침, 병고침, 영혼과 마음의 치유, 축사" 등이 포함되어 있는 전인적인 것이다(William Henriksen, New Testament Commentary: The Gospel of Matthew [Edinburgh: The Banner of Truth Trust, 1974], 1002).
1. 성령 안의 권세 있는 랍비
예수는 회당에서(마4:23) 설교와 대화를 통하여 제자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복음과 그 나라의 시민으로서의 윤리의 삶을 살도록 가르치셨다. 마태복음 5장-7장에서 예수의 가르침이 더 정확히 펼쳐진다. 그는 서기관들처럼 단순히 모세의 법을 그대로 답습하는데 그치지 않고 모세 이상의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다. 그는 율법의 정신을 강조하시면서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율법을 온전케 하기 위하여 왔다(마5:17-18)고 말씀하신다. 예수는 "너희 의가 서기관이나 바리새인보다 더 낮지 못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5:20)고 가르치신다. 예수는 살인치 말라는 계명을 더 극단화하여 형제에게 노하고 미련하다고 하는 자는 지옥불에 들어가리라고 경고하시면서 예물을 제단에 드리기 전에 형제와 먼저 화목하고 그 후에 예물을 드리라(마5:21-24)고 가르치신다. 그리고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라는 쿰란문서 등의 가르침에 대하여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5:44),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마5:48)고 가르치신다. 율법의 창시자 모세를 능가하는 이러한 예수의 권세 있는 가르침은 그가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사역자임을 알려준다.
2. 성령 권능에 의한 질병의 치유자
성령 사역자로서의 예수는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자들을 보시고 긍휼히 여기시고 고쳐주셨다.
예수는 갈릴리에서 그의 공적 메시아 사역을 시작하시고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마4:17)하시고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하시고 병자들을 치유하셨다: "예수께서 온 갈릴리에 두루 다니사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백성 중의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 그의 소문이 온 수리아에 퍼진지라 사람들이 모든 앓는 자 곧 각종 병에 걸려서 고통당하는 자, 귀신 들린 자, 간질하는 자, 중풍병자들을 데려오니 그들을 고치시더라"(마4:23-24).
마태복음 8장-9장에서는 예수가 행하신 치유기적들이 기술되어 있다. 나병환자의 치유, 가버나움 백부장 하인의 중풍병 치유, 베드로 장모의 열병 치유, 혈루증 앓은 여인의 치유, 야이로의 죽은 딸 살리심, 눈 먼 사람들, 말 못하는 자의 치유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 치유 사역에 대하여 총괄하면서 마태는 다음같이 기록하고 있다. "예수께서 모든 도시와 마을에 두루 다니사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마9:35).
예수께서 이렇게 그에게 고침을 받으러 온 모든 사람의 각종 질병을 모두 고치시고 귀신 들린 자들을 모두 고치신 것은 그가 하나님의 아들로서 성령의 충만함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를 성령 사역자의 원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오늘날 성령 사역자들은 모두 예수의 원형적 사역에 기반하는 것이며 예수의 이름으로 고치는 것이다. 예수가 전파하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단지 가르침이나 설교로만 전파되지 않고 능력의 치유로서 전파되었다. 오늘날 교회는 예수의 복음 전파의 모델을 본받아 이러한 치유의 능력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의학이 발달한 시대에도 의학이 고치지 못하는 많은 질병이 있으며 동성애 탐닉자, 각종 심리적 요인에 의한 만성적인 우울증에 사로잡힌 자들, 귀신들린 자들에게 복음 사역자들은 예수께서 행하신 복음의 능력을 그대로 증거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3. 성령 권능에 의한 영혼의 치유자
성령 사역자 예수는 설교하시고 가르쳤을 뿐 아니라 치유자로서 내면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상담하고 치유하였다. 복음서에서 우리는 세 가지 예를 찾을 수 있다.
1) 니고데모와 상담
공의회의 일원인 니고데모가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밤중에 예수에게 찾아와서 예수의 표적을 보아서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온 선생이라고 예수에 대하여 호감을 표시하였다. 그는 예수가 행한 각종 표적을 보면서 그가 신봉하는 율법 종교의 한계를 느끼고 예수를 찾아 온 것이다. 예수는 니고데모에게 말씀하신다.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요3:3). 니고데모는 질문한다. "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날 수 있사옵나이까 두 번째 모태에 들어갔다가 날 수 있사옵나이까"(요3:4).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영으로 난 것은 영이니, 내가 네게 거듭나야 하겠다 하는 말을 놀랍게 여기지 말라.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성령으로 난 사람도 다 그러하니라"(요3:5-8).
예수는 이날 밤 자기를 찾아온 바리새인이요 유대 종교지도자인 니고데모에게 율법종교가 주지 못하는 중생의 비밀을 가르쳐주신다. 그것은 물과 성령으로 중생하는 도리(道理)였다. 중생이란 성령을 통한 회개의 씻음과 새 생명의 부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니고데모는 이 날 밤 중생의 도리를 깨달았고 예수의 제자가 되었다. 성령은 예수의 가르침을 통해서 니고데모의 마음속에 감동을 일으켜 중생을 체험하도록 했다. 요한복음 3장에서 예수 상담의 결과는 기록되어 있지 않으나 요한복음 19장에서 예수의 제자가 된 니고데모를 발견할 수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시신을 수습하게 될 때 제자들이 유대인을 두려워하는 가운데도 아리마대 요셉이 빌라도의 허락을 받아 예수의 시신을 가져온다. 그 다음 날 니고데모는 몰약을 가지고 예수의 시신을 찾는다: "일찍이 예수께 밤에 찾아왔던 니고데모도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온지라"(요19:39). 이 구절은 니고데모가 예수의 제자인 것을 확인해주는 중요한 구절이다. 니고데모가 가져온 근조품은 백 리트라는 약 33킬로그램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으로서 죽은 자의 탁월한 명예를 말해준다. 우리는 이 구절을 통해서 예수와 함께하신 성령은 예수의 말씀과 함께 역사하셔서 그날 밤 율법사 니고데모를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아는 중생의 사람으로 변화시킨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2) 사마리아 여인과의 상담
예수는 갈릴리로 가시는데 사마리아 수가라는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다. 여기에 야곱의 우물이 있었는데 대략 정오(육시) 쯤 사마리아 여인이 물을 길러 오는데 예수께서 이 여인에게 "물을 좀 달라"고 청하셨다. 여인이 대답한다. "당신은 유대인으로서 어찌하여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물을 달라 하나이까"(요4:9).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선물과 또 네게 물 좀 달라 하는 이가 누구인 줄 알았더라면 네가 그에게 구하였을 것이요 그가 생수를 네게 주었으리라"(요4:10). 여인이 질문한다. "주여 물 길을 그릇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어디서 당신이 그 생수를 얻겠사옵나이까"(요4:11).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4:13-14). 여인이 대답한다. "주여 그런 물을 내게 주사 목마르지도 않고 또 여기 물 길으러 오지도 않게 하옵소서"(요4:15). 예수께서 이르신다. "가서 네 남편을 불러 오라"(요4:16). 여자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는 남편이 없나이다"(요4:17a).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남편이 없다 하는 말이 옳도다. 너에게 남편 다섯이 있었고 지금 있는 자도 네 남편이 아니니 네 말이 참되도다"(요4:17b-18).
여인은 자신의 현재의 삶을 지적한 예수를 선지자로 인정하고 예루살렘이 선지자의 경배지라고 대답한다. 이에 예수는 하나님 경배의 새 방식을 가르치신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요4:24). 여자가 이르되 "메시야 곧 그리스도라 하는 이가 오실 줄을 내가 아노니 그가 오시면 모든 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시리이다"(요4:25).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게 말하는 내가 그라 하시니라"(요4:26).
사마리아 여인은 이러한 대화를 통하여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물동이를 버려두고 동네에 들어가 사람들을 그에게로 데리고 온다(요4:28-29). 예수는 그 여인을 처음보자마자 자기가 메시아이니까 믿으라고 하시지 않으시고, 생수라는 현장의 물질을 대화의 소재로 삼아 그 여인에게 다가갔다. 여인에게는 다시 길어와야 하는 그러한 생수가 아니라 배 속에서 영원히 솟아오르는 생수가 필요한 것을 예수는 간파하셨다. 예수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를 언급하시면서 여인이 이것을 원한다면 그녀의 현재의 삶은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권면한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여러 남편이 있었고 지금 남편도 그녀의 남편이 아니라는 여인의 삶을 예언자적 통찰력으로 드러내신다. 여인은 자기의 숨겨진 삶에 관해 알고 계시는 이 분이야말로 선지자라고 말한다. 예수는 참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는 영과 진리로 예배해야 할 것을 가르치시니 여인은 메시아가 오시면 참된 진리를 가르쳐주실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예수는 내가 바로 메시아라고 그 여인에게만은 숨기지 않으시고 메시아의 비밀을 드러내신다.
예수는 성령이 주시는 영감으로 물을 길으러 온 사마리아 여인의 내면성을 아셨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여인에게 주실 성령을 생수로 비유하시며 그녀와의 대화의 문을 여셨다. 여인이 예수에게 갈하지 않는 생수를 달라고 요청했을 때 예수는 네 남편을 데려오라고 그녀의 삶이 변화되어야 할 것을 암시하신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마음은 성령의 조명을 받았고 그녀는 자신의 불륜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남편이 없다고 예수 앞에 토로하고 새로운 삶의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여기서 대화 가운데 말씀으로 조명하는 성령의 역사가 그녀에게 임한 것이다. 이는 성령사역자로서의 예수의 권능 있는 대화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3) 간음한 여인을 정죄하지 아니하심
예수께서 감람산에 가셨다가 다시 성전으로 돌아오셔서 백성들을 가르치는데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간음 중에 잡힌 여인을 끌고 와서 모세의 율법대로 이 여인을 돌로 쳐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예수를 곤경에 빠뜨리고자 했다. 예수가 평소에 가르친 대로 자비와 사랑을 주장하여 처벌의 금지를 명한다면 모세의 율법을 어기는 것이다(신22:22-24). 반대로 모세의 율법에 따라서 처형하라고 하면 로마 총독부가 가진 사형의 판결권과 집행권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이에 예수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8:7) 하신다. 고소인들이 이 말씀을 듣고 양심에 가책을 느껴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오직 예수와 그 가운데 섰는 여자만 남았다(요8:9). 예수께서 일어나사 여자 외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시고 이르신다: "여자여 너를 고발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요8:10). 여인이 대답하되 "주여 없나이다"(요8:11a) 예수께서 이르신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요8:11b). 예수는 여인을 돌려보내면서 말씀하신다: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예수는 간음이 죄라는 것을 인정하셨다. 그러나 예수는 이 여인을 잘못대로 율법에 의해 처형하도록 내버리지 않으시고 용서의 기회를 주셨다. 분명히 이 여인은 용서의 은혜를 받고 새로운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복음서는 기록하지는 않지만 성령론적 해석의 관점에서 예수는 성령의 능력으로 여인을 용서하시면서도 이 여인이 다시는 죄를 범하지 않도록 새 사람으로 변화시키시고 돌려보내신 것으로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