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이 교리를 전파하듯이 무신론자들이 무신론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며 기독교를 위협하는 시대가 왔다고 미 버클리 연합신학대학원 테드 피터스 박사가 주장했다. 그는 16일 성공회대에서 성공회대 과학-생태신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학술포럼에서 ‘진화하는 세계 속의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16일 성공회대 과학-생태신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학술포럼에서 미 버클리 연합신학대학원 테드 피터스 박사가 '진화하는 세계 속의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고 있다.ⓒ이지수 기자 |
그는 이러한 새로운 무신론자들을 ‘Evangelical Atheists’(복음주의적 무신론자들)이라고 표현하며, “여기서 ‘Evangelical’은 기독교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복음을 전파하듯 공격적으로 무신론을 전파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복음주의적 무신론자의 대표주자로 <만들어진 신>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신은 위대하지 않다>의 저자 크리스토퍼 히친스, <종교의 종말>의 저자 샘 해리스 등을 꼽았다.
피터스 박사에 의하면, 새로운 무신론자들은 ‘과학’을 그들 주장의 근거로 삼을 뿐만 아니라, 과학으로 종교를 밀쳐내려 한다. 피터스 박사는 “그들은 전통적으로 종교가 차지해 온 영역에 과학을 두고 싶어 하는데, 지금까지 어떤 무신론도 이렇게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새로운 무신론자들은 “그들 과학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주장한다”는 데서 위험성이 크다. “자연과학이 자기들의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하며, 그것에 출입금지 표지판을 세워놓고 종교적 신앙인들이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피터스 박사는 무신론자들의 이러한 주장에 반박한다. “과학적 탐구 추구가 지식에 굶주린 인간 영혼을 배부르게 해준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과학에 들러붙어 있는 물질주의와 같은 불필요한 이데올로기에는 반대한다”는 것. 과학은 ‘지식적’인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하지, ‘이데올로기적’ 차원에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또 무신론자들이 자신들만의 방법론에 함몰되어 오류를 낳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인격적 언어로 묘사되어야 하며, 그러한 언어는 문자적 언어가 상징적 언어다”며 “그러나 도킨스는 자연 과정들에 있어 하나님의 역할을 문자적으로 서술하기 원한다. 그는 방정식 안에서 하나님을 찾다가 하나님이 거기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하나님이 없다고 결론 내려버렸다”고 말했다. 피터스 박사는 이러한 도킨스의 방법론 실패를 두고 “도킨스는 일이 잘 되지 않는 날을 보낸 어부처럼 보인다”고 말하고, “방정식에서 하나님을 찾았는데 찾지 못하자, 하나님은 어느 곳에서도 발견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피터스 박사는 무신론자들에 대한 종교인들의 대처법을 제안했다. 첫째, “진화에 대한 다윈의 모델을 종교인들도 조건부로 수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윈주의가 지식의 발전에 있어 유용하다면 포용할 가치가 있다”며 과학은 과학대로 받아들이기를 제안했다.
둘째, “자연세계에서 하나님은 제 1차적인 원인이고, 반면에 자연은 제 2차적인 원인들에 따라 작동한다”는 견해를 제안했다. 그는 “과학은 1차적인 인과론이 아닌 2차적인 인과론을 연구한다”며 “그러므로 “과학은 법칙들의 근원(신)을 스스로 인식하거나 그러한 것들 안에 있는 신의 행위를 인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셋째, “하나님은 자연에 대한 목적을 갖고 있는데 과학자들이 자연 안에서 그것을 볼 수는 없다”는 견해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예를 들어 눈은 보기 위해 설계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우주의 전체성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설계의 증거(목적)를 제공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그 목적을 알기 위해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의 특별한 계시에 의존할 필요를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하나님이 약속한 새로운 창조는 현재의 창조에 대한 목적을 제공한다’, ‘창세기의 (창조기사)는 과거에 이미 끝난 사건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를 포함하는 하나님의 창조적 활동들에 대한 온전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견해 등을 주장했다.
강연 내내 과학과 신앙의 분리를 강조한 피터스 박사는 마지막으로 “무신론자들은 다윈에 대한 전매특허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다윈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