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하루 앞둔 4월15일(금)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들러 헌화하는가 하면, 분향소 바로 옆에서 열리고 있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사진전을 관람하며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려 했다.
기독교계는 이날 두 개의 행사를 마련했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교회에서는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와 가족을 위한 기도회'(기도회)가 열렸다.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가 ‘미수습자 귀환을 위한 공동기도'를 집례한데 이어 여의도 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설교를 했다. 김 주교와 이 목사는 기도회를 마친 후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렸다.
한편 6시 광화문 광장에서는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주관으로 개신교 금요기도회가 봉헌됐다. 설교를 맡은 정의평화사제단 장기용 신부는 ‘공감' 그리고 '기억'이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기도회 설교 가운데 한 대목이다.
"예수의 기적은 공감에서 시작됩니다. 예수께서는 기적을 요구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런 기적을 베풀지 않으셨습니다. (중략) 단지 기적만을 바라는 사람들은 이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형제의 죽음 앞에서 통곡을 하는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단지 예수에게서 기적만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죽은 이, 그리고 죽은 이로 말미암아 애통하는 사람들과 한 입장이 되고 그들의 마음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공감이 기적을 이뤘습니다."
"이 시대 우리의 무덤은 망각입니다. 잊고 싶어 하는 마음입니다. 절규하는 한을 망각이라는 무덤 속에 가두려고 하는 모든 시도입니다. (중략) 이제 우리는 세월호라고 하는 한의 무덤, 망각의 무덤에서 우리 자신을 나오게 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을 칭칭 감아 놓은 비정함과 개인주의를 풀어야 합니다. 공동체 의식과 형제애로 우리 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합니다. 그것은 기억에서 출발합니다."
앞서 열린 기도회에서도 ‘기억'이 화두였다. ‘미수습자 귀환을 위한 공동 기도' 가운데 일부다.
"주 하느님, 어둡고 차가운 바다 밑처럼 냉혹한 세상은 이제 그만 아홉 생명(세월호 미수습자)을 잊으라 말하나, 주님께서는 언제나 그들과 함께 세월호에 계시나이다. 우리가 주님의 고통을 기억하듯이 그 아홉 생명을 기억하게 하시고 그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게 하소서."
세월호 참사 발생 2년을 맞이했지만, 진상 규명은 요원하다. 그동안 진상규명에 미온적이었던 정치권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4.13총선 결과 집권여당은 의회 과반의석을 차지하는데 실패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원내 제1당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더민주 지도부는 16일(토) 예정된 세월호 2주기 집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세월호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학생의 엄마 이금희 씨는 간절히 호소했다.
"미수습자 가족은 인간으로서 겪지 말아야 하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아픈 사람들이다. 단 한 명의 실종자도 나오는 일 없도록 기도해달라. 731일 전에는 우리가 미수습자로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인양은 미수습자가 가족을 만나는 일이다. 미수습자를 찾아 주리라 믿고 기다리고 있겠다."
2년 동안 세월호 참사를 부른 원인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고, 미수습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외쳤건만 시계는 2014년 4월16일에 계속 멈춘 듯 보인다. 세월호 2주기를 맞이하면서 '기억'을 붙잡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