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주민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가 4월26일(화) 언론에 공개됐다. 영화엔 그동안 TV뉴스로 잠깐 잠깐 보여졌던 평양 시내의 모습과 주민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연출자인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이날 언론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제작에 얽힌 뒷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만스키 감독과 제작진은 원래 북한과 러시아 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8살 소녀 ‘진미'를 중심으로 평양 주민들의 생활상을 담고자 했다. 만스키 감독은 이를 위해 1년 간 진미와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그런데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이 철저하게 당국에 의해 조작되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북한 당국의 과도한 개입도 감독을 부담스럽게 했다. 이에 감독은 당초 계획을 수정해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드러내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이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북한 당국은 감독에게 매일 촬영분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감독은 비밀리에 복사본을 만든 다음 70%가량을 삭제한 분량을 당국에 제출했다. 만스키 감독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는 24시간 두려움에 떨었다. 몰래 촬영했다는 사실이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나뿐만 아니라 제작진 모두가 위험에 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비교적 경미한 일에 대해서도 10년에서 15징역형을 부과한 바 있다. 난 북한 감옥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 같은 위험부담에도 만스키 감독이 촬영을 강행한 이유는 북한 주민에 대한 연민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의 삶을 보면서 깊은 연민과 슬픔 말고는 느껴본 적이 없다. 이 영화를 찍은 이유는 북한에서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자유와 삶에 있어서 큰 행운을 누리고 있는지 알게 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북한에서 반인륜적인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이 지구상에 알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북한을 이해한다면 목적은 달성된 셈이다."
만스키 감독은 그러나 폭력을 동원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을 바꾸려 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의 말이다.
"난 정직하게 말하는데 익숙하다. 내 생각을 말하겠다. 북한 주민들의 삶을 전쟁 같은 폭력으로 바꿔서는 안 된다. 북한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폭력을 동원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난 북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과정은 오랜 기간 참을성을 갖고 조심스럽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스스로 국민들을 국제사회에서 단절시킨 상황에서 우리가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태양아래>는 오는 27일(수)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