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이 쟁점으로 불거지면서 해당 제품 제조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특히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이 와중에 불똥은 구호기구에게까지 튀었다. 옥시의 모기업인 영국 레킷벤키저가 세계적인 아동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을 오랜 기간 후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로 인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해묵은 과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제자도연구소 황정현 목사는 이 문제를 교회로 끌어온다. 교회가 성도들의 헌금은 환영하면서도 정작 그 출처를 묻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다. 황 목사는 이 같은 문제제기를 통해 교회가 성도들에게 자본의 흐름과 헌금의 문제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 목사의 양해하에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국제적인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이번 가습기 살균제 파동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옥시의 모기업 레킷벤키저로부터 후원을 받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최근 NGO의 세계적인 추세를 볼때 글로벌기업에게 후원 받는 일을 문제삼을 수 만은 없다. 그렇다 치더라도 깨름직한 마음이 남는건 어쩔 수 없다.
기성권력의 후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 응당 단체의 선명성은 무뎌질 수 밖에 없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밝히듯, 레킷벤키저와는 2003년부터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해왔다. 둘 다 한국에도 지부가 있는 단체로서 과연 가습기 살균제 파동을 몰랐다 할 수 있을까?
단호박 같은 얘기, 아무 돈이나 받아선 안 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러기 어려운게 문제다. 그래도, 어렵다고 그냥 넘겨선 안 된다는 것 또한 우리는 알지 않는가.
교회로 눈을 돌려보자. 바로 헌금이다. 헌금을 받을 때 어떤 돈인지 알고 받아야 한다. 교회가 어떤 곳인가? 우리 사회의 빛이요, 소금 역할을 하겠노라 자처하는 기관이다. 그러니 세상의 온갖 더러운 물이 흘러들어오도록 허용해선 안 될 일 아닌가.
작년 세간에 떠돌던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의 경우가 그렇다. 사건은 기획사 연예인과의 메신저가 공개되면서 시작됐으나, 관심은 무기거래와 그가 출석하는 교회로까지 옮겨졌다. 교회의 경우 장로인 이 회장이 예배당 건축을 해줬다. 그런데 이 교회가 기업 비자금이 오고간 돈세탁 창구로 활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 회장과 목사의 관계(목사가 이회장 측근의 친형)를 볼 때, 애초부터 기획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강하다. 그런데, 사실 한국교회 어디를 보더라도 들어오는 헌금의 출처를 확인하진 않으니 문제의 소지가 여전하다. 현실적으로 신도에게 헌금의 출처를 따져묻기도 그렇고, 재정 위축도 예상되니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그렇다고 교회를 사회악에 휘둘리도록 내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배임이란 개념을 넓게 적용해 본다면 몰랐다고 순진하게 봐 줄 수 만도 없다.
가능만 하다면 교회로 들어오는 목돈은 기부자(신도)에게 출처를 물어야겠고, 기회가 닿는대로 우리사회 자본의 흐름과 헌금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겠다. 헌금설교라면 노상 돈내라는 얘기로 그칠게 아니라,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 즉,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혹시 그게 세상을 더 어둡게 하는 ‘고리'의 역할을 하는건 아닌지 가르쳐야 한다.
비록 그 반대의 경우보다 수익이 적더라도 정당한 노동과 정당한 대가에서 비롯되는 소중한 가치를 가르쳐야겠다. 예수께선 과부의 두렙돈이 많다 하셨다. 그분은 우리처럼 헌금 액수를 문제삼을 분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