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哭聲)'의 나홍진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성서 모티프를 적극 활용한 것이 신에 대한 그의 믿음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곡성'이 초청된 나홍진 감독은, 프랑스 칸 현지에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종 의문에 답하면서 신에 대한 그의 믿음을 고백했다.
'예수의 부활을 의심하는 구절'로 영화가 시작하는 것에 대해 나 감독은 먼저 "어려서부터 성경을 읽으며 자랐다"며 "영화의 주제를 표현하는 분명한 길을 보여 주기 위해 성경을 인용했다"고 전했다.
나 감독은 영화 속 인물 '무명'에 대해서는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관객들은 무명이 '선이냐 악이냐', '사람이냐 귀신이냐'를 논의하실 것 같은데, 이러한 질문들은 결국 신에 여쭙고 싶은 질문 아닐까"라며 "'도대체 당신은 선입니까 악입니까? 존재는 하시는 겁니까? 존재하신다면 왜 방관만 하십니까?'를 물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일종의 신정론에 대한 감독의 고민을 담고 있는 캐릭터였다는 설명이다.
나 감독은 이어 '무명'에 투사된 그가 믿는 신에 관한 이야기를 풀었다. 그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쭈그려 앉은 무명의 초라함, 외로움의 느낌이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게 신의 모습이 아닐까"라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더 필요한 게 신이 아닐까, 신이 있다면 좀 더 인간미 넘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무명은 신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며 "인간의 존재 이유는 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니 신께 '하나님, 당신의 선과 존재 이유가 의심을 받고 있네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단 성경에 기반한 신은 아니고, 한국적인 신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무명'이 한국적 정서에 기반한 신의 현전이라는 묘사다.
앞서 나 감독은 자신의 종교에 대해서는 "기독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 텐데, 지금은 '곡성'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모든 신을 믿는다고 할 수 있다"며 "이 영화는 신을 믿지 않으면 준비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모든 종교를 다 경험하고 알고자 했더니 내가 처음 접해 보는 신들에 대해서도 믿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