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가 2일 오후 자신의 최근 펴낸 저서 『신앙과 이성』의 주제의식에 겹치는 '신앙과 이성'이란 제목의 강연을 했다. 경동교회(담임목사 채수일)에서 열린 이날 강연에서 그는 기독교신앙의 난점으로 치부되었던 양 극단, 즉 신앙과 이성 사이를 잇대려는 시도를 전개했다.
길 교수는 먼저 "기독교는 진리의 보편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런 시도의 당위성을 확인했으며,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기독교신앙의 과제들로는 "여전히 '역사적 계시'의 특수성과 보편적 진리의 관계다. 즉 역사적 계시와 철학적·과학적 이성, 혹은 계시와 이성, 초자연과 자연, 신학과 철학, 성과 속, 종교와 문화, 교회와 국가 등의 관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 교수는 "(기독교신앙이)보편적 진리의 광장에서 진리를 추구하고 공유해야 한다"며 "종교다원주의는 아니라도 종교다원적인 신학은 필수이고, 이것이 최소한의 시대적 요청이다. 이는 결코 한 종교의 특수성을 무시하거나 도외시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진리와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길 교수는 특히 무신성이 한껏 드러나는 지점이 역사적 계시, 즉 성경에 등장하는 여러 기적 사건 그리고 악의 문제를 꼽았다. 먼저 성경의 기적 사건에 대해 길 교수는 "신앙주의(fideism)의 입장"이라며 "신의 자유와 행위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지만 기적은 입증될 수도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악의 문제에 대해서는 목적론적으로 악을 수용하는 기존 악에 대한 해석을 부정했다. 길 교수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믿는 한, 하나님은 모든 악에 대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악을 통해 더 큰 선을 이룬다는 잔인한 하나님을 믿기보다는, 차라리 유한한 힘을 지닌 하나님이지만 전적으로 선하신 사랑의 하나님을 선택할 것이다. 신은 악에도 불구하고 선을 이루지, 악을 통해 선을 이루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길 교수는 "역사적 계시에 입각한 성서적 신앙의 편협성을 극복하기 위해 동서양의 형이상학적, 그리고 과학적 통찰 및 이성과 조화를 이뤄 서로 양립 가능한 신학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