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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기윤실 주최로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모범안’ 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조성돈 실천신학대학교 교수(맨왼쪽)가 발제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6월10일(금)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모범안'(아래 모범안) 발표회를 가졌다. 모범안은 한국 교회 풍토에서 ‘을'일수 밖에 없는 부교역자들의 고용 보장과 인권보호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해 5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자신들의 삶을 종/머슴/노예라고 대답한 이들이 10.8%였고, 계약직/비정규직/인턴/일용직/임시직이라 대답한 사람이 8/1%, 소모품/부속품이라고 하는 이가 5.2% 등으로 자신을 교역자나 성직자, 또는 목회자로 보는 사람은 없다"며 "부교역자 사역계약사는 부교역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직장으로서의 안정된 사역을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역계약서가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부교역자는 궁극적으로 담임목회를 염두에 둔 훈련과정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개척은 여의치 않고, 담임목사 자리도 얻기 힘들다. 이에 대해 조성돈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실제적으로 부교역자를 20년 넘게 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50대가 되어서도 부교역자를 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부교역자로 은퇴를 하겠다고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부교역자가 담임목사로 나가기 위한 임시 자리가 아니라 평생직장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교역자도 평생사역, 평생직장으로 일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부교역자 지위 명시한 교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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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모범안’ 발표회에서 발제 중인 강문대 변호사. 오른쪽은 강남동산교회 고형진 목사.
현재 한국교회는 목회자를 근로자로 보는 시선을 불온시 여긴다. 그렇다고 부교역자의 지위가 딱히 정해진 것도 아니다. 주요 교단 가운데 헌법에서 부교역자 항목을 별도로 마련해 지위를 규정한 교단은 없다. 무엇보다 부교역자의 지위는 교회 현실에 따라 다르다. 독립성을 갖고 활동하는 수임자형의 부교역자가 있는 반면 지배종속 관계에 놓인, 사실상의 근로자와 다를 바 없는 부교역자도 존재한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모범안은 부교역자의 지위를 명확하게 정하지는 않았다. 강문대 변호사는 "이번 사역계약서가 근로자인지 수임인인지 사전에 전제하지는 않은 대신 부교역자가 권위와 존엄을 잃지 않고 본분의 사역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소의 기준을 설정해 놓은 것"이라고 요약했다.
강 변호사는 이어 "법원은 실제 근로실태를 본다"며 "각 교회가 부교역자를 근로자로 평가받게 하지 않으려면 실제 실태를 그렇게 운용해야 한다. 즉 부교역자를 수임인으로서 상당한 재량을 가진 사람으로 대하고 그 지위를 보장하며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교역자 사역계약서에 처음 서명한 고형진 강남 동산교회 담임목사는 "지금보다는 앞으로 나타날 사회적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동역관계를 제시하는 시도"라고 긍정하면서도 "사역계약서가 부교역자를 위한 것이지만 잘못하면 담임목사가 교역자 사임을 위한 근거 자료로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고 목사는 이어 "담임목사인 ‘동'이 부교역자인 역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동시에 담임목사가 부교역자를 마음대로 부리겠다는 의도가 있다면 문서화하지 않을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면서 "이번 모범안이 고용안정을 위한 것임을 계약자 스스로가 인식해야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