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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신들의 전성시대

DAUM
(Photo : ⓒ해당 화면 캡처)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서 “느님”이란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첫 페이지에 나오는 뉴스들.

가히 신들의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언제부턴가 TV 등의 언론 매체에 아이돌이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예능의 신,' 'O느님'으로 불리는 연예인들도 생기고 '식신'에다가 이제는 '신의 목소리'까지 심심찮게 들린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스포츠계나 증권업계에서도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 급기야 이미지 조작의 조짐까지 보이며 우리 사회와 그 '숭배자들'은 신들의 번식 체제를 가동할 듯 보이기도 한다. 물론, 어떤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높여서 부를 수는 있다. 하지만 과거에 기껏해야 '왕,' '신과 같은,' 혹은 '신기에 가까운' 정도의 형용구가 최고의 찬사로 주어지던 수준을 넘어 그를 아예 신과 동일시하는 은유의 화법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처럼 신들이 '양산'되는 것을 볼 때,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나 신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그 말의 종교적 무게에 대해서 아무런 의식 없이 그 말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그런즉 너희가 하나님을 누구와 같다 하겠으며 무슨 형상을 그에게 비기겠느냐"(이사야 40:18)라는 이사야의 외침을 의식 속에서 되뇌고 있는 신앙인으로서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물론, 지금 이런 일반의 풍조를 두고 신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면 시대착오적인데다가 선병질적인 기독교인의 과민반응이라 간주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신들이 넘쳐나고 있는 사태가 종교적으로나 사회학적으로 병리적인 현상일 수 있는 점은 염려스럽다.

사실 그 신들은 모두가 인간적 성취의 표상들이므로 그들을 '숭배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투사된 존재들에 다름 아니다. 그 신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 모두 돈과 명성의 좌대에 앉아있다. 즉, 오늘날의 인간들의 삶에서는 돈과 명성이 신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돈과 명성으로 현현한 신이 완성된 바벨탑 위에 앉아 있는 셈이다. 이러한 욕망의 투사는 결핍이나 직접적 성취의 한계 지점에서 시도되는데(여기서 심미적인 이유는 논외로 하자) 우리 사회에서 빈익빈부익부, 가난의 대물림, 양극화 등의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돈과 명성이 숭배의 대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반증한다. 이제 신을 돈과 명성의 관점에서 이해하게 된 것이다. 돈과 명성이 신이 된 사회에서 그 만큼 인간의 욕망은 가일층 물질화되어가고 있다. 이런 신들의 번식이 진행되다 보면, 우리 사회는 신의 능력이 파기된 사회, 신이 더 이상 경외의 대상이 아닌 사회, 신이 역사의 주관자가 아닌 사회, 인간이 신을 대리하는 사회가 되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의 뒤에는 사회학적인 동기들도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인생의 목적이 돈과 명성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주의적 세계관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혹시,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환경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현실의 답답함을 대리해소할 통로가 필요했기 때문은 아닐까? 정의나 진리의 이름이 돈이나 명성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현실의 먹먹함을 탈출할 해방구가 필요했을 수도 있겠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 그래도 무언가를 이루어낸 사람들을 자신과는 다른 존재, 즉, 신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 발상은 아닐까? 아니면, 신을 참칭하는 무리들이 준동하기 때문에 신의 이름 자체가 희화화되는 경향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외의 다른 이유들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추정된 이유들의 공통분모는 실체가 상실된 삶에 대한 반성이다. 사람들이 가치판단에 있어서 돈과 명성을 우선하면서 삶의 진실한 목적이나 방향성이 흐려지거나 소실되었다. 특히, 하나님을 섬긴다는 사람들이 돈과 명성을 좇아 성공한 행세를 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기독교인들도 실체가 상실된 삶을 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기 영광을 풀 먹는 소의 형상으로 바꾸[어버린]"(시편 106:20)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행위가 "이 세상의 신이 믿지 아니하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하게 하여"(고린도후서 4:4) 신들을 만들어내는 풍조를 정당화하게 했을 수도 있다. 하나님을 믿는다 하더라도 "육신을 따르는 자는 육신의 일을 ... 생각하게"(로마서 8:5) 되어 있다. 그러므로 "영을 따르는 자는 영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마태복음 6:33) 사람들이 많아져야 영적 환경이 정화되어 세상 신들의 번식이 진정될 것이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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