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예정지로 선정된 성주 군민 2,000여 명이 21일(목)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첫 상경 시위를 벌였다. 무엇보다 군민들은 정부가 아무런 소통 없이 자신들의 고향을 사드 레이더 배치 예정지로 선정한데 서운함을 표시했다. 김항곤 성주 군수는 이렇게 말했다.
"배치 예정지는 성주읍 바로 앞이다. 자고나도 보이고 안뜰 윗뜰에도 보이는 위치에 있는 곳에 사드를 배치한다니,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느냐? 왜 우리 군민이 거세게 반발하는지 정부는 직시 해야한다."
사드 반대 목소리는 격앙됐지만, 집회 자체는 이렇다 할 잡음 없이 진행됐다. 군민들은 자체적으로 질서유지 요원을 조직해 현장을 통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른바 ‘불순한' 외부세력 논란 때문이다.
'불순한' 외부세력 논란, 이 시점에서 타당한가?
지난 15일(금)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 군청을 방문했다 군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발이 묶인 이후 일부 친정부 성향의 언론은 외부세력을 부각시켰다. 상경시위가 있던 날 오전엔 대통령까지 나서서 "불순 세력이 (사드 반대 시위에)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성주 군민으로서는 자신들의 행동이 ‘순수함'을 입증해야 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쟁점 현안이 불거질 때 마다 진영논리가 끼어들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좌파로, 불순한 정치적 의도로 해석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집회에 참여한 성주 군민들의 표정은 절박했다. 자신들이 나고 자란 고향이 사드 배치가 몰고올 안보 불안의 최전선에 서는데다, 사드 레이더가 고향 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 이런 절박함에도 어김 없이 진영논리가 개입했다.
최근 화제의 영화 <곡성> 속 대사가 유행이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이 말 처럼 논점을 흐리는 진영논리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따져보아야 할 때다.
다시 사드로 돌아가서, 사드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 미묘한 파장을 몰고올 중대 현안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성주 군민들의 반대 투쟁이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성주 군민들의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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