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총장을 둘러싸고 불거진 한신대학교 학내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특히 학교 측과 학생 측의 입장차가 첨예하다. 21일(목) ‘한신대 공동대책위원회를 준비하는 학생모임'(이하 학생모임)은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에 학내 갈등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대해 학교 측은 ▲ 학생들이 경찰에서 보았다는 자료가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학교가 직접 경찰에 학생활동에 대한 자료를 준적은 없다 ▲ 가정통신문은 학교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고 걱정하는 차원에서 보내진 것이다 ▲ 학보사 기자에 대한 학교의 협박은 없었으며, 해당기자는 현재 기자직을 유지하고 있다 ▲ 학생 검찰 송치건에 대해서 학교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현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노력을 진행할 것이다는 입장을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에게 전했다.
그러나 학생모임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학생모임의 양해를 얻어 반박성명 전문을 싣는다.
1) "학생들이 경찰에서 보았다는 자료가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학교가 직접 경찰에 학생활동에 대한 자료를 준적은 없다."
경찰이 학생들에게 씌워진 ‘업무방해' 혐의에 관해 조사할 때 쓰인 자료가 있습니다. 조사 받은 모든 학생들에게 경찰이 "학교에서 제출한 자료입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보여 준 자료에는 학생(구체적인 이름까지)들이 몇날 몇시에 어디서 모였고, 해산했는지, 어떤 내용의 선전물을 배포했고, 어떤 시위용품을 사용하였으며, 학생자치활동인 학생총회에서는 어떤 안건이 올라왔고 몇 명이 참여했는지도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학생들을 직접 찍은 사진과 페이스북 등 SNS에서 가져온 사진도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경찰의 수사 자료에 쓰였기 때문에 추후 검찰의 조사에서도 혐의입증을 위해 언제든 등장할 자료입니다. 자료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학교가 ‘직접' 주었든, ‘누군가 빼갔든' 학생활동과 신변에 관련해 중요한 자료가 유출되었는데 고작 학교당국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우리는 직접 준 적이 없다." 뿐입니까? 그것이 만약 유출되었다면 왜 학교당국은 대응하지 않습니까? 직접 주지 않았다면, 누가 가져갔습니까? 직접 주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누군가의 외압이나 지시로 빼돌린 것입니까?
학교당국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하십시오.
첫째, 학생사찰일지를 어느 부서, 누가 작성했는가?
둘째, 학생사찰일지 작성에 누구, 어느 부서, 어느 단위의 명령과 지시가 있었는가?
셋째, ‘직접' 넘긴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경찰에 넘어가게 되었는가?
위 세 질문에 대한 답을 받아낼 때까지, 모든 의혹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할 때까지 학생모임은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이는 학교당국의 명백한 인권유린, 직무유기로서 교육기관으로서의 자격과 양심을 스스로 내팽개친 일입니다.
2) "가정통신문은 학교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고 걱정하는 차원에서 보내진 것이다. "
가정통신문을 받아 본 부모님들의 답장을 학교당국은 읽어보지 못했습니까? 모든 부모님들이 이를 협박과 조롱으로 느꼈습니다. 부모님들이 과잉 반응한 것입니까, 아니면 가정통신문을 쓴 학생처장의 부족한 글 솜씨 때문입니까? 부모님들은 답장뿐만 아니라 직접 학교에 총장서리와 학생처장을 만나기 위해 방문까지 하였습니다. 이 분들의 분노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으십니까? 학교는 아직까지도 부모님들에게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학부모를 대하는 태도입니까? 이렇게 학부모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에서 어떤 가정통신문이 나올지 알만하지 않습니까? 학생처장의 명의로 된 가정통신문이 읽는 당사자로 하여금 충분히 분노하게 했으며 조롱과 협박으로 읽혀졌고, 생업을 놓고 학교로 방문까지 하게 하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학교당국은 가정통신문과 관련해 학부모님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여야 하며, 관련 책임자를 처벌해야 합니다.
3) "학보사 기자에 대한 학교의 협박은 없었으며, 해당기자는 현재 기자직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당국에 묻습니다. 총장후보자 공청회 내용을 보도한 한신학보 호외호를 전량 회수할 것을 지시한 적이 없습니까? 학교당국은 ‘특별호'를 새롭게 발행하게 함으로서 총장직무대행을 위시하여 편집권에 개입한 적이 없습니까? 또한 학보 편집국장은 주간교수실에 매일같이 끌려 다닌 적이 없습니까? 해당기자를 학보 내에서 해임하는 것을 논의하는 과정에 학교당국은 조금도 개입하지 않았습니까? 학보 내에 중요 보직 처장 등이 참여하는 편집위원회가 버젓이 존재하는데 기자의 인사 등에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이 모든 것에 대해 답하십시오. 또한 학교당국이 기자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그 해당기자는 현재 ‘대기발령' 중입니다. 밉상인 기자 데스크 한 쪽에 밀어 넣고 ‘아직 해고시키지 않았으니 감사해 하라'고 말할 수 있는 그 권력을 쥔 것은 학교당국이 아니고 누구입니까?
학교당국의 현재 태도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에 세월호 관련 보도에 개입을 하는 것을 두고 "통상 업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학내언론의 자유를 탄압하지 마십시오. 한신대는 이 땅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일궈낸 자랑스런 역사를 가진 학교입니다. 언론자유는 그 핵심입니다.
4) "학생 검찰 송치건에 대해서 학교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현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노력을 진행할 것이다."
아닙니다. 학생 검찰 송치 건에 학교당국은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학생들을 처벌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성실히 작성해 넘겨 준 학생사찰일지, 그리고 학생들이 조사를 받으면서 증거자료로 쓰인 각종 동영상과 사진 등은 학교와 관련이 없습니까? 학교당국은 이번 사건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기 보다는 처벌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지난 4월 1일, 학생들보다는 이사님들 안위를 더 생각하며 몸을 사리지 않던 학교 직원들의 태도, 4월 15일, 한신학원 이사장을 보위하기 위해 수많은 학생들에게 가한 폭력행사 등을 보면 학교당국의 말은 믿기가 어렵습니다. 안타까워 할 필요 없습니다. 학생들이 처벌 받지 않도록 탄원서든 반성문이든 쓰는 것이 학교의 당연한 임무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요구를 드립니다. 학교는 학생을 보호하십시오.
한신대 학교당국의 학생들에 대한 인권유린, 자치활동 탄압 등을 멈추고 그간 사건들에 대한 한 치의 의혹도 없는 해명과 사과, 그리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합니다. 학교는 저희에게 "가만히 있으라."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2016.7.21
한신대 공동대책위원회를 준비하는 학생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