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느닷없는 소식에 여론은 들썩였다. 먼저 금요일 소식, 하버드대 출신으로 유명세를 타던 현각이 "한국 불교를 완전히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서툰 한국어로 이렇게 적었다.
"주한 외국스님들은 오로지 조계종의 장식품이다. 이게 지난 25년간 경험이다."
"한국 선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했던, 누구나 자기 본 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기복 종교로 만들었다. 왜냐하면 ‘기복 = $(돈)'. 참 슬픈 일이다."
현각의 고백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불교가 ‘기복 종교'로 전락했다는 대목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각의 지적은 뼈아프지만 깊게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다. 먼저 불교를 비롯해 기독교 역시 기복신앙이나 물신주의는 예외가 아니어서다. 여기서 기독교라고 함은 개신교와 가톨릭을 아우르는 의미이고, 특히 개신교는 맘몬주의가 이미 대세로 굳어진지 오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각 자신에게 있다. 현각은 일정 수준 불교의 상업주의에 편승해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그의 출판기념회는 늘 고급 호텔에서 이뤄졌고, 출판사 측은 이 자리를 각별히 챙겼다. 기념회를 마친 뒤 비싼 식사는 빠지지 않았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은 따르면 3만 원 이상 식사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게끔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 법을 소급 적용하면, 현각의 출판기념회에서 제공된 식사는 위법이다.
사실 상업주의 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근본적으로 불교계의 부패가 잘못이다. 현각이 한국에서 이름을 알리던 시절에도 한국 불교는 안에서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한국에서 수행하면서 유명세를 누리는 동안 불교, 특히 조계종의 부패는 현각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가? 물론 뒤늦게 실상을 직면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분명 돈에 물든 불교계에서 일정 수준 이득을 취해왔고, 적어도 폭탄선언을 하려면 이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의 선언에서 자성의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었고 따라서 그의 질타하는 점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요약하면, 현각의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다. 단, 그의 이야기를 무슨 메시아적 경고쯤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는 말자.
학내 갈등 해결 못해 공권력 불러들인 이화여대
이제 이화여대 차례다. 방학 중에 학생들이 학교 본관에서 농성하는 일은 무척 이례적이다. 그러나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학교 내에서 학교와 학생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고, 결국 이런 입장차는 공권력 투입으로 이어졌다.
사태의 발단은 학교가 ‘미래라이프대학'이라고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였다. 언론 보도를 검색한 결과 ‘미래라이프대학'은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의 고졸재직자 혹은 30세 이상의 무직 성인을 대상으로 4년제 대학 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했다. 이화여대는 이달 초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와 함께 사업대상으로 선정됐고, 2017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려고 했다.
취지 자체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학생 측 입장은 "‘미래라이프(평생교육)' 단과대학의 역할과 중복되는 특성화고교 졸업자 대상의 ‘기회균등전형-특성화고교전형', 평생교육을 위한 ‘평생교육원'이 존재함에도 4년제 학사 학위를 수여한다는 점 등에서 볼 때 미래라이프 사업은 ‘학위 장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경험칙에 기대 보자. 유감스럽지만 고려대, 한양대 등 기존에 이 제도를 도입한 학교들이 취지와 무색하게 말 그대로 ‘학위장사'를 해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위바겐세일'이라며 반대하고 나선 건 수긍할 만 하다.
문제는 문제 해결 ‘방식'이다. 경찰이 투입된 시점은 학생들이 본관 농성에 돌입한지 3일째 되던 날이었다. 학생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학교 측은 ‘3박 4일 동안이라도 대화하자'며 학생들과 소통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학교가 돌연 공권력 투입을 요청한 것이다. 투입된 병력 규모만 21개 중대 1,600여 명이다.
학내 갈등은 어느 학교에서든 불거질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문제는 문제 해결 ‘방식'이다. 학생들이 중무장한 것도 아닌데 꼭 공권력 투입을 요청해야 했나? 학생들이 방학인데도 3일 동안 농성을 벌였는데 학교는 그동안 학생들에게 어떤 대답을 내놓았나?
학생들이 반발하는 중요한 다른 요인은 ‘불통'이다. 이화여대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은 성명을 내고 "학교 본부는 단과 대학을 새로 개설하는 중대한 사안에 있어 학내 가장 주요한 구성원인 학생들의 의견을 단 한 번도 수렴하지 않았다"며 불통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어떤 입장을 내놓았을까? 학교 측은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다른 의도를 갖고 이번 기회를 이용하는 외부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외부세력?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낱말이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 민감한 쟁점 현안이 불거질 때 마다 정부는 ‘외부세력'을 언급하며 엄단 방침을 밝혔다. 이런 진부한 레퍼토리를 학교가 답습하고 있으니, 도무지 학교가 학생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모르겠다.
더욱 심각한 건, 학내 갈등을 대화로 풀지 않고 공권력을 불러들인 학교측 처사다. 학교에 공권력이 발을 들이는 건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일이다. 당시는 학생들이 시국현안에 목소리를 내던 시절이어서 공권력은 얼마든지 명분을 만들어 학내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소통과 대화에 앞장서야 할 학교가, 그것도 기독교 정신을 담은 이화여대가 학내갈등을 내부에서 해소하지 못해 공권력을 불러 들였으니 이번 사태의 파장은 단순히 이화여대에만 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미 비슷한 일을 겪은 ‘한신대 공동대책책위원회를 준비하는 학생모임'은 31일(토) "이사회 총사퇴와 총장재선출, 그리고 한신대의 민주적 공동체 회복을 위해 싸우는 한신대 학생모임 소속 학우들은 7월 30일 이화여대에서 일어난 경찰의 폭력진압 사태를 이 땅의 양심과 지성의 전당인 대학공동체 성원 모두에 대한 탄압으로 생각한다"며 연대를 표시하고 나섰다.
현각의 폭탄선언과 이화여대 공권력 투입 사태는 개별 사건이지만 뿌리는 하나다. 즉, 이 시대의 타락이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지표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