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록도 한센인 마을 관심...'신앙지도' 이름으로 한센인 억압

#한센인 #소록도 #격리

sorokdo
(Photo : ⓒ공동취재단)
▲소록도중앙교회의 모습. 위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소록도 한센인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져 한센인과 이들이 거주하는 소록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한센인 치료를 목적으로 개설된 요양원에서 있었던 한센인에 대한 억압 그리고 이에 대한 반발 등 한센인 역사를 다룬 자료들이 새삼 이목을 끌고 있다.

한센인 신앙지도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던 개신교에서는 손양원 목사의 헌신적 사랑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여수애양원이 그 중에 하나다. 최근 이 요양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몇해 전 최병택 공주교대 교수는 새문안교회(담임 이수영 목사) 언더우드교육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역사학회(회장 한규무) 제280회 학술발표회에서 '한센병 요양소를 통한 의료선교 활동의 전개-여수애양원의 사역을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1909년 광주 제중원장직을 맡고 있던 윌슨(Robert Manton Wilson)은 당시 10여 명의 한센병환자들을 모아 수용했는데, 이것이 한국 최초의 한센병원인 광주 나(癩)병원의 시작이었다. 1936년, 명칭이 여수애양원으로 바뀌었고 요양원 내 애양원교회를 목회했던 손양원 목사가 환자들과 함께 순교한 곳으로 유명하다.

최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해방 이후 기독교 계통 한센병 치료 기관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었으나 이 분야의 한 선구적 연구가는 다소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며 ▲기독교 선교사들이 한센병 환자에 대한 치료책으로써 격리주의를 그대로 수용함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전혀 문제시되지 않던 한센인을 '타자화'하고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한센병 환자에 대한 기사와 그들의 활동을 오버랩시켜 결과적으로 한센병 요양소 운영 사업을 기독교 선교 활동에 이용했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그들의 격리주의 원칙이 이후 조선총독부가 설립한 소록도 갱생원의 방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보았다.

최 교수는 "이러한 시각에 공감하지만 기독교계 한센병 요양소가 추구한 목적과 그 영향은 일제가 정책적으로 내세운 한센병 대책과 어느정도 분리하여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기독교계 한센병 요양소가 환자를 '타자화'하는 시각을 견지했지만 그 타자화는 물리적 폭력과 배제의 형태로 구현됐다기보다는 그 반대의 모습으로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즉 "애양원 사역에 종사한 선교사들은 한센병에 편견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한센병 환자들을 죄로 인해 병을 얻은 것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병을 통해 복음을 접하게 된 '선택된 자'로 보았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애양원 환자 수용 방침은 외적으로는 '격리'의 방침을 취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방법, 환자의 퇴원 허용 여부 등에 있어 소록도 갱생원의 이른바 '절대적 격리주의'와는 상당히 달랐다"며 "애양원의 격리 방침은 환자가 외부인을 접촉함으로써 병을 옮기지 않도록 하는 그야말로 전염병 예방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애양원의 긍정적인 모습 이면에는 환자들로 하여금 수동적인 자세로 신앙을 수용케 했던 애양원교회의 부정적 한 단면도 있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최 교수는 "1930년대 초반까지 애양원교회는 강력한 신앙지도를 통해 환자들의 생활을 통제했고, 이에 대한 반발이 상당히 큰 편이었다"며 "1930년대 후반 손양원 목사의 부임과 함께 세대주의적 전천년설 등의 강력한 보수적 신앙관이 자리잡게 된 후 애양원교회는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병이 완전히 치유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방식으로 환자들로 하여금 신앙생활에 더욱 전념하도록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환자 구역 내 자치조직이 교회 장로들을 중심으로 운영됨에 따라 일상적으로 교회의 권위를 느끼며 살지 않을 수 없게 됐고, 그 결과 애양원교회 신도들은 상당히 수동적이면서도 보수적인 신앙 색채를 유지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애양원을 통한 한센병 환자 구료 사업이 수용된 환자들을 자선과 전도의 대상으로 '대상화' 했고, 그 결과 환자들은 다소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형태의 신앙관을 지니게 됐다는 것이 애양원에 대한 최 교수의 비판적 시각이다.

최 교수는 "구한말 이래 전개된 선교사들의 의료선교는 분명 근대적인 의료체계를 도입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현실과 밀착된 주체적 수용자들의 입장에서 신앙을 받아들이기보다 피동적인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주입된 신앙을 받아들인 계층이 많아졌고, 현센병 환자도 그러한 집단 중 하나였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과거 의료선교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현재 진행 중인 기독교 선교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데도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강조했다.

이지수 freedo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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