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수녀가 로마 현지시간으로 4일(일)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이날 오전 프란치스코 교종은 로마 바티칸 광장에서 테레사 수녀 시성식과 시성 미사를 집전했다.
테레사 수녀의 시성은 선종 19년 만의 일이다. 시성까지 길게는 수 세기가 소요되는 관행에 비추어 볼 때 테레사 수녀의 시성은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이 이뤄진 셈이다.
새삼 테레사 수녀가 이 생에 남긴 발자취를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생전에 많은 존경을 받았고, 수녀로서는 아주 이례적으로 대중적 인기도 누렸다는 점만 지적하면 족하겠다.
단, 비판론에 대해 몇 자 적고자 한다. 테레사 수녀는 인기만큼이나 논란을 몰고 다녔다. 특히 비판론자들은 그녀가 빈곤을 양산하는 구조적인 문제는 도외시하고 오로지 자선사업에만 몰두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주장을 테레사 수녀의 명예에 흠집 내려는 비방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사실 테레사 수녀의 선행은 부도덕한 방법으로 재산을 형성한 부자들에겐 신분세탁의 창구로서 안성맞춤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이 그가 이 땅에 남긴 발자취를 깎아내리지 못한다.
세상엔 로메로 주교도 필요하고 테레사도 필요하다
사람마다 다 하나님에게서 받은 달란트를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엘 살바도르의 오스카 로메로 주교처럼 부도덕한 군부독재자를 향해 예언자적 메시지를 전하는 이들이 필요한 동시에, 테레사 수녀처럼 당장 먹을거리와 잠자리가 필요한 이웃을 돕는 이들도 필요하다.
조금 과한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육군은 육상의 임무에만 충실하면 된다. 육상 임무에 특화된 육군이 바다까지 지킬 수 없지 않은가? 바다 방위 임무는 해군에게 맡기면 된다. 테레사 수녀도 자신이 하느님께 받은 소명에 충실했다고 본다.
무엇보다 하나님 나라는 특별한 달란트를 받은 어느 한 사람이 특정한 시기에 전지전능한 능력을 발휘해서 이루는 게 아니다. 그보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각자의 달란트에 충실하면서 서로 합력해서 이루는 나라가 하나님 나라다.
로마 교황청에 부탁이 있다. 지난 1980년 엘 살바도르에서 빈민들을 돕던 미국 수녀 네 명이 강간 후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친군부 게릴라의 소행이었는데, 이들이 좌익에 기울어졌다는 게 살해 이유였다. 당시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군부정권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군부와 친군부 게릴라는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온갖 잔혹행위를 자행했다.
교황청이 로메로 주교를 순교자로 공식 선포하고 복자 지위를 부여한 만큼, 이 네 명의 수녀의 죽음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주리라 기대한다.
테레사 수녀의 시성을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