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희망원 #형제복지원 #종교 억압
대구 희망원의 인권 유린 실태가 고발된 가운데 형제복지원 사건도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대구 희망원이 천구교 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복지시설이라면 형제복지원은 부산 ㅅ교회 장로 출신 원장이 운영하던 시설이다. 종교인이 운영 주체라는 점에서는 결을 같이한다.
형제복지원은 박정희 정권 때인 1975년 내무부(현 행정자치부) 훈령 410호가 공포되면서 설립됐고, 이어 전두환 정권이 거리 '정화'를 명분으로 일반인들을 부랑아 취급하며 마구잡이로 수용했다. 반면 대구 희망원은 1980년 전두환 정권 시절,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해당 시설의 운영권을 넘겨 받았다. 이들 시설은 독재 권력의 그늘 아래 종교성을 강하게 띤 주체로부터 누구의 감시와 통제도 받지 않은 채 시설을 폭압적으로 운영했다는 점에서 공통적 성격을 갖고 있었다.
군 하사관 출신이자 개신교회 장로였던 형제복지원 원장은 조직을 군대식으로 편성하고, 폭행, 강간, 강제노역 등 온갖 인권침해 행위를 자행했다.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졌던 가혹행위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수준이어서 국내 공중파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자주 다뤄졌고, 지난 4월엔 미AP 통신이 탐사보도로 실태를 전하기도 했다.
형제복지원에 수용되었던 한모 씨는 수용 시설에서 생활할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120명의 소대원들은 새벽 4시에 기상해서 30분 동안 세면한 뒤 5시에 일조 점호를 받아야 했다. 그동안에 복지원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찬송가가 흘러 나왔다. 박인근 원장은 일조 점호 때 성경에 있는 내용을 물어봤는데 원장은 원생이 제대로 답을 못하면 두들겨 팼다. 소대원들도 단체로 기합을 받았다. 그래서 찬송가와 기도문, 성경 본문을 외워야 했다. 난 성경에 기록된 노아 가족의 족보도 기억한다. 박 원장이 이 내용을 묻기도 해서다."
대구 희망원의 인권 유린 실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8일 SBS 사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인간의 기본권을 빼앗아 무수한 사망자를 낸 대구희망원의 가려진 진실을 들춰냈다. 전 희망 자원봉사자 등의 투서에 의하면 각종 횡령, 시설 직원들의 생활인 폭행 및 사망 사건 등에 관한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급식 비리와 생활인 노동 착취를 언급한 내용도 있었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종교가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 존엄성을 무시한 채 인권을 탄압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 폭로된 것이다. 이들 시설들이 종교의 민낯을 드러내게 시작한 시발점은 공통적이었다. 잘못된 '권력'과의 결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