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중신학회(회장 강원돈 한신대 교수)는 10월13일(목) 오전 서울 수유리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제12차 민중-달릿 신학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주제는 "정의와 평화: 신앙적, 신학적 함의"(Justice and Peace: Implications on Faith and Theology)이다.
이 학술대회는 한국 민중신학자들과 인도 달릿해방신학자들이 지난 20여 년 동안 매 2년마다 양국에서 번갈아 개최해오던 모임이다. 올해는 인도에서 7명의 달릿해방신학자들과 활동가들이 참여했고 한국에서도 다수의 민중신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그동안 그리스도교 신학에서 다루어 온 "정의와 평화"의 주제를 민중과 달릿, 여성과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성찰한 논문들이 15편 발표됐다.
신익상 교수(성공회대)는 "근본주의와 가난: 민중신학의 '민중'과 조르조 아감벤의 '남은 자들'을 연결하여"(Fundamentalism and Poverty: Interconnecting Minjung of Minjung Theology and Remnants of Giorgio Agamben)를 발제하면서, 민중의 '자발적 가난'이 '남은 자들'의 주체적 속성을 재확인하고 선포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민중은 구조적 빈곤에 시달리는 현실 속에서 살아 '남은 자들'로서 자기초월적 주체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들의 자발적 가난은 해방의 능력을 지시한다. 자발적 가난이 이기적 탐욕을 극복하고 다른 빈자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민중은 부정(injustice)에 저항하며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게 된다.
신 교수는 이 자발적 가난을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지지하는 미국의 팽창정책 및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를 극복할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것이 갈등을 부추기며 탐욕과 부당한 현실을 조장하는 근본주의적 세계관으로부터 '일탈'하는 길이며, 탐욕을 내면화하는 신앙과 빈곤을 강요하는 사회적 지배구조를 파쇄하는 길이다. 자발적 가난은 신앙과 사회적 삶을 갈등과 억압의 구조로 재편하려는 근본주의를 해체하며 '남은 자들'의 메시아적 속성을 구현하는 길인 것이다.
산타누 파트로 교수(인도 세넛 오브 세람포어 대학)는 "세속적, 자유민주주의적 인도의 달릿 그리스도인"(Dalit Christians in Secular, Liberal Democratic India)에서 인도 민중인 달릿과 기독교로의 개종 문제를 언급하면서 인도의 교회들이 억압적이고 차별적이며 계급지향적인 점을 지적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공동체라면 신분이나 계급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해방적이며 정의롭고 평등해야" 하는데, 인도의 교회들은 서구적 사고와 힌두적 사고의 영향 아래서 인도라는 지역적 특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힌두사회의 계급문화는 지지했던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인들이 서구중심적 사고를 탈피하는 것과 아울러 브라만적 전통으로부터 교육받은 힌두적 사고를 '탈식민화'하지 못하면 그리스도를 피억압 민중인 달릿의 해방자로 제시할 수가 없다.
파트로 교수는 모든 시민들이 억압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때 모든 국민과 종교의 공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종교, 인종, 카스트, 피부색, 종족, 지역, 문화, 언어, 성별에 기반한 여하한 차별들이 철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릿들의 투쟁은 자유와 평등과 정의 및 존엄성을 얻고자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투쟁에 대한 단순한 정치적 대변의 과정보다는 달릿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달릿들의 개종도 교회가 달릿들로 하여금 하나님 안에서 변화된 공동체와 유대를 갖는 과정으로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