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영장 만료 시한을 이틀 앞둔 23일(일) 오전 10시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 약 8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영장 집행을 하려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완강하게 맞섰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은 긴장감이 흘렀다. 백남기투쟁본부는 전날인 22일(토) 밤부터 SNS를 통해 경찰의 강제집행 움직임을 전하며, 시민들에게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와줄 것을 독려했다. 장례식장으로 달려온 시민들 중 몇몇은 쇠사슬로 서로의 몸을 묶으며 저항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씨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까지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제가 만나고 싶겠는가? 저희가 만나기만 해도 협의했다고 명분 쌓고 부검 강제 진행하려는 꼼수인 것 잘 알고 있다.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경찰은 "유족의 뜻을 존중해 오늘 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철수하겠다"고 답했다. 결국 경찰의 강제집행 시도는 3시간 20분만에 종료됐다. 그러나 영장 만료시한을 앞두고 경찰이 다시 강제집행을 시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편 22일(토) 밤 11시 방송된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편에서는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제작진은 고인이 물대포를 맞았던 상황을 재현해 실험을 실시했다.
제작진은 경찰이 고인에게 살수했을 때와 비슷한 14바(3000rpm)의 수압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1.5cm 두께의 나무판자, 철판, 1.2톤 벽돌이 모두 산산조각 났다. 이에 대해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지난 9월 12일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출석해 "주요 선진국 보다 수압이 낮다", "대개의 경우 살수는 위험을 동반하지 않는다"며 물대포의 위험성을 부인한 바 있었다. 그러나 제작진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다른 결과를 말해줬다. 시뮬레이션에 참여한 살수차 직원도 "맞으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직 의경 역시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물대포를) 맞아 보고서 저런 얘기를 하는 건가, 일반 성인 남성도 버틸 수 없다"고 증언했다.
이 방송은 즉각 큰 반향을 일으켰다. 23일 오전 이뤄진 경찰의 영장 강제집행 시도는 방송을 통해 경찰의 입지가 궁색해지자 국면전환을 노린 시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백남기투쟁본부는 "(방송을 통해) 물대포에 의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의 진실이 명백해지자 이러한 국면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력을 서둘러 투입하려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영장만료 시한인 25일까지 계속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