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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통일] 19. 한국의 기독인들, 어떻게 통일을 준비할 것인가?

정지웅 교수 (ACTS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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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정지웅 교수(ACTS대)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통일이 요원해 보여도 우리는 통일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준비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통일을 준비할 것인가?

1. 교회 본연의 모습 회복

한국전쟁은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정신적 환경을 새롭게 조성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 사람들은 한국전쟁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전 영역에 걸쳐 전통적인 관습과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런 흐름을 타고 시작된 1960년대의 경제개발은 한국 사회의 구조를 총체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962년부터 1982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8.3%였고, 1인당 GNP는 1962년의 82달러에서 1983년의 1,884달러로 25배나 급증했다. 이 산업화의 와중에 드러난 노동자의 인권문제와 경제적 착취, 그리고 정치권력의 부패에 대한 저항세력으로서 1970년대와 80년대에 기독교는 민주화운동의 산실 역할을 수행했다. 개신교가 지닌 이런 긍정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 성장배경에는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교회물량주의와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이 놓여 있었다. 또한 한 줄기는 권력과 결탁하거나 일반인들의 건전한 역사의식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 세상의 빛과 소금, 예언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여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현상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제 한국 교회는 교회의 본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성장주의와 기복신앙 강조, 총회장 선거 등에서 나타난 세속적 탐욕, 목회자들의 비리, 뒤처진 역사의식, 이 모든 요소들을 청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내고, 신학교에서의 교육이 보다 철저해져야 한다. 그리하여 교회가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여 지탄의 대상이 아니라 찬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교회가 먼저 바로 설 때 통일의 도구로 쓰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새터민 지원과 선교 그리고 연구

새터민들은 하나님께서 통일준비를 위해 우리에게 미리 보내신 선물이다. 따라서 교회는 먼저 새터민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교회는 그들이 남한 땅에서 뿌리내리고 살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기도로 지원해야만 한다. 특히 그들이 진정 삶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그들의 영혼의 구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그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해 가는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장차 통일이후를 준비하고 연구하는데 일반 학자들에게 모두 맡길 것이 아니라 장차 통일한국이 보다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사랑이 가득한,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기 위해 한국 기독교는 매진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설립된 다양한 기독교 NGO들의 역할이 기대된다.

3. 대북선교

지금은 남북관계가 핵문제로 꽁꽁 얼어붙었지만 북한은 2000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교류․협력 및 북한의 개방화 진전에 따라 남한 종교계 인사들의 방문을 허용하였으며, 이에 따라 남한의 경제계 및 문화계 인사들 못지않게 북한을 돕기 위한 기독교계 인사들의 방북이 잦았다. 물론 체제수호 차원에서 기독교 전파를 두려워하고 있는 북한당국은 우리 기독교계 인사들과의 접촉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나 봉수교회 및 칠곡교회와 같은 공식교회 인사들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지역의 경우, 아직은 중국에서와 같은 지하 선교가 용이하지 않다. 직접적인 선교는 아예 꿈꾸기 힘든 것이 사실이며, 몇몇 루트를 통해 성경과 전도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이 또한 매우 힘든 일이다. 우선 인도적 지원사업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기여하고 남북한에 가로놓여 있는 적대의식을 해소함으로써 증오와 불신을 사랑과 신뢰의 관계로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동포들의 굶주림을 외면하지 않고 정성껏 도울 때 민족복음화의 길은 반드시 열리고 말 것이다(정지웅, "분단 70년,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주여 70년이 찼나이다』[서울: 포앤북스, 2015], 208-10).

4. 통일준비로서의 사회변혁운동

21세기는 무한한 기회와 도전의 양면성을 갖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경제활동의 공간적 제약이 무너지고 정보사회의 출현에 따른 초고속 정보망이 전 세계를 단일 경제권으로 통합시키면서 무한한 시장개척의 가능성이 열리고 문화적 다원주의가 확산되면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삶의 지평이 열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보편적 가치가 확산되면서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수용해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으며, 불확실성과 경쟁의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남북간의 화해․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시되는 상황이지만, 남북간의 분단으로 인하여 야기되고 있는 각종 모순으로 인해 이제는 분단체제를 해체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해야 할 과제가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쟁의 내용에는 민족동질성의 회복과 한민족의 운명공동체 의식을 제고하는 내용이 담겨져야 한다. 따라서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을 완수하여야 하는 한민족은 제도적 통일과 더불어 이념과 인간성의 융합을 위한 새로운 과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의 폭력적, 비합리적 요소를 제거하고 탈산업사회의 새로운 문화규범을 수용하고 정착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변신의 노력이 필요하고 한국 기독교는 여기에 헌신해야 한다. 또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영역에서 불합리한 요소를 찾아내어 개혁해 가야 한다. 개혁 작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한국 기독교와 교회 자체 내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진정한 남한 내 개혁 작업은 통일 준비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 기독교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고 진정한 개혁세력이 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간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정지웅, 212-14).

5. 민주주의의 완성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를 통해서 권력을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다원주의 체제의 장점을 강화시켜야 한다. 국가기관이 대선에 관여하거나 기타 각종 사회문제에 민주주의가 오히려 위협받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은 우리가 가진 장점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것이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을 내부적으로 갉아먹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민주화를 이루어내는 일에도 동참해야 한다. 빈부격차를 줄이는 일에 교회가 앞서야 하고, 재벌 문제, 물질만능주의 등 사회의 경제적 모순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민주주의와 다원주의의 장점을 살려서 좋은 체제를 만드는 것이 바로 통일 준비다. 우리가 북한급변 사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과연 그럴 일이 생긴다면 북한주민들이 쉽게 남한 체제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이러한 문제의식에 바탕을 두고 한국이 좋은 사회가 되도록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자석이 철을 끌듯이 한국 사회가 좋은 사회가 되어서 북한 주민들을 자연스럽게 끌어야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통일준비라 할 수 있는 한국 사회를 훌륭하게 만드는 일에 한국 교회는 기여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경제 발전과 동시에 빈부격차도 줄여서 아름다운 연대가 이루어지는, 그래서 정의와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그런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한국 교회는 일조해야만 할 것이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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