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생명과학의 영생과 예수의 영생이 만났을 때

연세대 신대원, 의학 법학 신학자들 모여 '영원한 삶' 주제로 심포지엄 개최

과학자들은 진보를 상상하고 그것을 현실화시킨다. 오늘날 생명공학기술은 인간의 수명 연장을 넘어 '영원히 사는 것'을 상상한다. 생물학적 영원한 삶이 정말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인간 생명과 가장 밀접히 닿아있는 분야 의학, 법학, 신학의 입장과 해석은 무엇일까.

연세대 신과대학이 8일 "생명공학기술의 발전과 의학, 법학, 신학이 바라보는 영원한 삶"을 주제로 신촌 캠퍼스 신학관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1부는 김소윤 교수(연세대 의대)의 기조발표와 이에 대한 남형두 교수(연세대 법학)와 방연상 교수(연세대 신대원)의 논평으로 진행됐고, 2부는 김명희 사무총장(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박길준 석좌교수(연세대 법대), 한인철 교수(연세대 교목실장), 김왕배 교수(연세대 사회학) 및 1부 참가자들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생명 연장하는 유전자 조작기술은 이미 임상시험 직전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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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연세종교철학연구회 김준철 객원기자)
▲8일 연세대 신촌캠퍼스 신과대학에서 '생명공학기술의 발전과 의학, 법학, 신학이 바라보는 영원한 삶'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김소윤 교수(연세대 의과대학)가 "죽음을 극복하는 기술?: 텔로미어와 유전자 가위를 중심으로" 주제의 기조발표에서, 유전자 편집기술(Gene Editing)이 이미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제 그 기술을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적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유전자 편집기술은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가위를 사용해 특정 DNA를 자르고 붙이는 기술로 유전자 조작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어 윤리적 이슈와 결부되어 있다. 아울러 인간의 세포조직을 복제해 만드는 인공장기도 이미 인간에게 이식된 사례가 있으며 201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한다.

김 교수는 상용화가 이제 가깝게 느껴지는 생명공학기술 발전으로 인간이 만약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여 죽지 않을 수 있고 이것이 신의 허용이라면, 이같은 생물학적 영생이 기독교가 말하는 영생과 어떤 관계성이 있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신학계에 던지기도 했다.

자본과 정치가 '생명'을 권력화 할 가능성

논평한 방연상 교수(연세대 신대원)는 김 교수가 소개한 생명공학기술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의 네트워크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지적했다. 생명 연장의 기술 혜택이 먼저는 자본가들에게 주어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혜택으로부터 소외되는 계층이 생길 것이다. 방 교수는 이같은 구조에서 "윤리적 책임에 대한 자각이 전제될 때 의학기술이 하나님의 선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정치를 등에 업고 타자를 지배하고 억압하며 군림해온 권력이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건강, 행복, 복지'를 또 하나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이용할 가능성을 염려하면서, "죽지 않고 사는 삶을 욕망하도록 만드는 권력의 힘에 대해 저항하고, 때가 이르렀을 때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유전자 조작기술은 전체 인간의 일부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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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연세종교철학연구회 김준철 객원기자)
▲방연상 교수(연세대 신대원)가 심포지엄 2부순서에서 토론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명희 사무총장은 유전자 관련 기술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는 "인간이 알고 있는 염기서열은 전체에서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또 과학이 종종 진리로 착각되는데 그러나 과학은 어느 특정 지점과 순간에 관찰한 것에 바탕을 둘 뿐 전체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무조건적 낙관주의를 경계했다. 유전자 조작으로 전체를 컨트롤하려는 것은 지극히 지엽적인 것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또 그는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유전자에 의해 질병이 나타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또 후성유전자 연구에 따르면 태어난 후에 이 땅에서 어떻게 먹고, 생각하고, 사는 지가 염기서열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보고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인간의 순간은 거기서 종결되지 않고 그 다음 순간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기에 현 시대의 과학적 시도들이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들도 고민하고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물학적 영생과 기독교의 영생

참가자들은 신학자이든 비기독교인이든 인간이 육체로만 이루어진 존재는 아니기에 생물학적 영생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기독교가 말하는 영생의 의미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에 동의했다.

현재 비기독교인이라고 밝힌 김명희 사무총장은 "인간이 육신과 영혼을 가진 존재이기에, 세포와 장기의 영속으로 인한 육체 생명 연장은 전체 인간의 일부분일 뿐"이라며, "우리의 존재 가치를 생각할 때 삶과 생명에 의미가 더해진다"고 밝혔다. 남형두 박사(연세대 법학)는 "가치있는 삶이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관계성 속에서 발견 가능한 것"이라며 개인 생명 연장이 노화와 죽음에 맞딱뜨린 인간의 온전한 해결점이 될 수 없음을 설명했다.

방연상 교수(연세대 신대원)는 예수의 삶을 이야기하며 "그는 크로노스의 직선적 시간 속에서는 짧은 시간동안 계셨지만 그의 가르침은 우리 속에서 카이로스로 영원히 존재한다. 예수에게 있어 시간적 영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라고 기독교의 영생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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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연세종교철학연구회 김준철 객원기자)
▲심포지엄을 총괄 기획한 정재현 교수(연세대 신대원)가 본 심포지엄은 생명을 화두로 삼아 분과학문의 벽을 넘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배움을 청하는 자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남형두, 박길준 교수는 '생명공학기술 발전이 야기하는 법적 논쟁점들'을 중심으로, 교목실의 한인철 교수는 '기독교의 관점에서 바라본 영원한 삶'의 의미에 대해, 김왕배 교수는 생명과 죽음을 둘러싼 여러가지 조건들을 생각하면서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는 논의를 펼쳤다.

이 심포지엄은 연세대 신과대학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소장 정재현 교수, 연세대 신대원)가 주최하고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종교와사회센터, NRF 2016 연세대 학제간 융합연구팀에서 주관했다. 심포지움을 총괄 기획한 정재현 교수는 "생명공학기술의 가공할 발전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가지고 있는 의학분야와 격려와 제재를 고려하는 법학분야 사이에는 이미 활발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새로이 과제를 부여받고 있는 종교계와 신학분야가 동의할 수 있는 한계와 견제해야 할 사명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는 사명을 일깨워준 뜻있는 모임이었다"며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의제를 선정해 지속적으로 융복합적 학술대회를 진행할 뜻을 밝혔다.

이민애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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