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모호해진 종교와 과학…기독교는 어디에 서야하나

'하나님과 창조세계' 갈릴리복음 성서학당 다섯번째 마당

올해로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된 지 150주년을 맞았다. 그의 진화론은 지금까지도 인류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인류의 정신세계와 물질세계를 대표하는 종교와 과학의 영역에 계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느 보수교회의 성직자는 이 진화론과 관련, 얼마 전 모 TV 프로그램에 나와 “진화론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물질주의, 무신론을 신봉하는 것이니 기독교 신앙과 공존할 수 없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진화론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처럼 종교와 과학은 공존 불가능한 것일까? 1일 삭개오작은교회에서 열린 갈릴리복음 성서학당의 강사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NO”라 답했다.

‘창조신앙과 진화론의 올바른 관계에 대하여’란 주제로 열린 이날 강좌에서 김 교수는 “한국교회 보수적 기독교 지도자들의 대부분은 성경의 창조신앙과 진화론의 관계를 유신론이냐 무신론이냐라는 단순도식으로 비약시키며 종교와 과학을 동시에 모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종교와 과학이 만나는 유형 그리고 진화론이 말하려는 진실이 무엇인지 파고들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갈등적 관계로 보는 모델. 둘째는 독립적 관계로 보는 모델. 셋째는 상호보완적 대화모델 등이다.

▲ 1일 오후 7시 삭개오작은교회에서 열린 갈릴리복음 성서학당에서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갈등적 관계로 보는 모델

김 교수는 이 모델을 가장 잘못 설정된, 가장 불행한 관계모델이라고 했다. 종교와 과학은 어느 한가지가 진리라면 다른 한가지는 비진리라고 보는 입장이다. 주로 과학적 유물론을 신봉하는 과학자들 중에는 종교란 미신, 환상, 고대신화, 계몽이전 사람들의 어리석음이며 사회적 진보를 가로막는 집단으로 본다. 다른 한편, 교조적 종교인, 문자주의적 성경절대주의자, 광신적 종교인들 중에는 과학에 대한 무지와 함께, 과학을 무신론 및 반종교의 상징이라고 본다.

김 교수는 “위와 같은 극단적 갈등 대립관계는 서구 문명사에서 불행했던 과거 상처에 기인한 바 크다. 예를들면 갈릴레이에 대한 종교재판이 그렇다”면서 “극단적 독단론이 만나고 있으며 과학도 모르고 종교도 모르는 사람들의 배타주의 입장인 셈”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종교와 과학을 갈등적 관계로 보는 모델에서 드러난 몇몇 오류들을 지적하며 이 같은 비 종교적, 비 과학적 모델로부터 탈피할 것을 요청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과학은 모두, 혹은 반드시 유물론자일 필요가 없다. 유물론이란 과학이라기보다는 우주의 궁극적 실재가 물질이라고 믿는 철학적 신념이며 그런 의미에서 형이상학적 과학종교라는 것이다.

◈ 독립적 관계로 보는 모델

이 모델은 오늘날 건전한 지식인, 상식인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수용되는 입장이나 김 교수는 이 또한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와 과학을 독립적 관계로 보는 모델이 견지하고 있는 입장은 과학과 종교는 각각 관계하고 관심하는 영역이 다르고, 제기하는 질문과 문제의식이 다르고, 접근하는 방법론이 다르다는 것이다. 과학은 과학이고, 종교는 종교의 영역이 따로 있다는 말로 섣부른 간섭도 말고, 섣부른 관계를 가지려 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과학은 객관적이고 실험반복가능하고 검증 할 수 있는 물질계의 학문이라면 종교는 주체적이고 유일한 사건이며 인격적이고 내면적 가치와 정신적 의미세계를 다룬다. 때문에 과학적 방법론은 논리적 일관성과 실험의 적합성에 근거해 어떻게(How)에 관심을 갖고, 종교는 삶의 의미와 존재의 왜(Why)를 문제 삼으면서 인간 영혼의 ‘궁극적 관심’과 구원문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 자연과학에서 가치판단이나 의미추구 면에서 완적히 객관적일 수 없는 과학 연구영역이 점차로 확대 되고 있다는 점 ▲ 종교는 초자연계시나 인간의 실존적 내면세계의 영역에로 완전하게 피난해서 안주 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이 모델의 한계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뇌신경체계의 연구결과에서 보듯이 인간정신과 물리생화학적 기계와의 깊은 관련을 말해주고 있다”며 “제2의모델 곧 독립적 관계모델은 일상생활에선 유용하지만 깊이 들어가 볼수록, 실재(reality)는 동일한 하나인데 서로 쪼갤수 없는 것을 인위적으로 나눈다는 모순앞에 부딪힌다”고 했다.

◈ 상호보완적 관계로 보는 대화모델

김 교수는 이 모델이야말로 종교인들이 서야 할 입장이라고 했다. 이 모델의 기본적 태도는 제2모델(독립적 관계모델)을 존중하면서도 동일한 실재탐구와 동일한 생명세계에서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이 되도록 봉사하는 학문들인 만큼, 서로 학제간 대화와 협력, 상호존중과 경청, 협력과 조화로운 공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연과학이 철저하게 객관적 관찰, 실험 반복성, 논증가능성, 객관적 합리성, 수학적정합성 등을 생명으로 알고 그 한계 안에서 엄밀하게 과학 학문을 영위한다면, 과학이 대답하지 못하는 근원적 문제들이 많이 있다. 천문학은 우주의 빅뱅가설을 가장 타당한 이론으로 제시하며 진화론은 원시바다에서 가장 단순한 단백질 합성의 우연성을 전제로 하지만, 우주대자연의 출현, 생명의 기원, 자연의 수학적 질서와 정합성, 아름다움과 조화로움과 새로움의 창발 등은 과학이 아직 완전설명하지 못한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 이날 강의에서 진화를 인정한다는 김경재 교수는 진화이론에 관해선 종교인들의 수용 여부의 몫이라고 했다. 종교와 과학의 관계를 설정하는 여러 모델 중 상호보완적 모델을 설명하고 있는 김경재 교수 ⓒ김진한 기자

이처럼 과학적으로는 완전 설명이 불가능한 우주대자연의 법칙을 이해하는 데 종교적 신념은 어떤 면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성 이론을 제시한 물리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 세계의 합리적인 모습, 또는 이해가능성에 대한 확신은 종교적 예감과 유사하며 질서를 탐구하는 모든 과학적 연구의 밑바탕을 이룬다”고 했고, “종교가 없는 과학은 다리를 절고, 과학이 없는 종교는 눈이 먼 것이다”라고 했다.

이 같은 과학자의 종교의 영역에 대한 논평에 김 교수는 “하나님의 구원섭리 개입은 자연법칙을 파괴하거나 그 법칙과 원리들의 빈 틈새를 통해 예외적으로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에게는 기적이라고 보이는 사건들도 알고보면 더 고차적이고 다차원적인 창조법칙들과 질서를 통하여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상보적 대화 모델을 종교와 과학의 올바른 관계로 보는 종교인으로서 과학의 영역에 대한 논평을 했다.

이밖에도 김 교수는 진화사실과 진화이론의 구별이 중요하다고 봤다. 한국교회의 일부 보수적 기독교 지도자들이 이것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어서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진화를 인정했다. 그는 “진화는 우주진화이거나 생물진화이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직구조가 복잡하게 변화된다는 사실과 변화한다는 객관적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보통 종교적 신자들이 진화시실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생명체의 진화는 인간의 시간의식이 상상하기 어려운 오랜 세월에 걸쳐 ‘변화가 누적적이면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의 설명을 빌리자면, 진화론은 지구상의 생명출현부터 30억년이 지나오는 동안 생명의 종(種)이 다양해졌고, 그 각각 생명 종들의 유기적 구조가 복잡해져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을 왜, 어떻게, 어떤 이유로 이뤄졌는가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학설을 진화론(진화이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진화이론에는 라마르크학파의 용불용설(用不用設), 다윈의 자연선택설,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설, 리처드 도킨스의 맹목적인 이기적 유전자설 등 다양한 설이 있는데 이 설을 받아들이냐 마느냐는 종교인들 각자가 선택할 일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는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는 신앙적 진리를 말하려는 것이었다며 과학적 해석을 시도하려는 노력들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진한 기자

김 교수는 또 창세기 본문을 가지고, 과학적 해석을 시도하려는 노력들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는 신앙적 진리를 말하려는 종교적 언어이지, 과학교과서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이 창조신앙은 설화적 상징을 통해 다음의 중요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가) 우주만물의 질서, 아름다움, 창발성, 정신성, 영성 등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고 창조주의 뜻의 실현과정이다.

(나) 필연/우연, 창조/발생, 섭리인간주의원리/지구의 자기조직화원리 등등은 양자택일 사항이 아니고 동시적이다.


(다) 생물의 출현은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단계적으로 창조되었는데, 인간출현도 자연생물들의 창조선 상에 마지막 여섯째날에 피조되었다. 인간은 자연(흙)으로 지음 받은 자연의 아들 딸이지만, 인간의 독특한 책임과 영광이 있다.

(라) 생명의 각 종(種)들은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은 독자적 가치와 좋음이 있고, 우주는 살아있는 생명의 춤추는 역동성이지 죽은 기계가 아니다.

'하나님과 창조세계'를 주제로 한 김경재 교수의 갈릴리복음 성서학당 제1학기는 오는 8일 마지막 강의인 ‘유일신 신관의 참 뜻과 삼위일체 하나님의 고백의미’만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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