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송가위원회 총무에서 명예은퇴한 엄문용 장로는 얼마 전 있었던 정기총회에 대해 아쉬움 많았던 총회였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지수 기자 |
인터뷰에 앞서 약속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는데 첫 대답이 인상 깊다. “안녕하세요 엄문용 장로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것. 자동 응답 서비스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이렇게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의 엄 대표였기에 연합기관에서 그렇게 오래도록 활동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책들이 즐비하다. 올해 나이 72세. 그가 쓴 책들만 150권에 달한다. 그는 특히 어린이 사역에 애정을 갖고, 많은 책들을 직접 편찬했는데 그 중에는 반응이 좋아 3,4쇄 이상 찍어낸 책들도 많다. 대표실에도 책장 가득히 책들이 쌓여있었다.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은 엄 대표는 지난번 정기총회 얘기부터 꺼냈다. 서운한 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총무로 10여년 간 무급으로 섬겼는데 돌아오는 것은 핀잔이었다”며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비판도 건설적 비판이어야지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어선 안된다”고도 했다. 최근들어 찬송가위원회에 새 위원들이 교단으로 파송돼 먼저 온 자와 나중 온 자들간에 세력 다툼 비슷한 것이 있었는데 이게 얼마 전 열린 찬송가위원회 정기총회에서 폭발했었다.
엄 장로는 “이번 처럼 상대방을 공격하고 비판한 정기총회는 없었다”며 “얼굴 붉히면서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보는데 안타까움이 앞선다”고 했다. 열심히 했다. 잘했다고 금가락지를 끼워주지 못할 망정 되려 핀잔과 비난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이 못내 아쉬웠던 탓이다.
그는 특히 이번 정기총회시 돌발적으로 실행된 선거에 대한 불쾌감도 나타냈다. 당초 엄 장로는 교단 안배 차원에서 예장통합측 순번이니 만큼 통합측의 양운국 장로를 추천했지만, 판권을 소유하지 않은 다른 교단들이 일제히 일어나 새 후보를 내세워 선거전에 돌입하게 했다. 엄 장로는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양 장로가 받은 마음이 상처가 클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홍성식 총무)새로 뽑힌 총무가 교단의 중책도 맡고 있었던 분이니 만큼 잘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 찬송가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지난 30여 년을 잠시 회고하고 있는 엄문용 장로 ⓒ이지수 기자 |
엄 장로가 감리교단에서 찬송가위원회로 파송 받은지는 30년. 그는 그 전까지 주일학교 어린이 성가대 지휘자도 맡았고, 청-장년층 성가대 지휘자도 맡으며 찬송가와 인연을 이어갔다. 교단도 그런 엄 장로의 찬송가 사랑을 알아보고, 즉시 찬송가위원회로 파송한 것.
처음 파송 받을 당시 연합기관 사역을 처음해 본 엄 장로로서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내 집 처럼 섬기고, 내 가족 처럼 돌본다는 마음으로 회원들을 섬겼다. 이렇듯 때론 형처럼 때론 아우처럼 찬송가위원회의 회원들을 섬겨 온 엄 장로는 찬송가위원회의 실무 행정을 총괄하는 총무까지 맡게 되고, 여러번 연임하는 영광도 안았다.
엄 장로는 은퇴소감에서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앞으로 대한기독교교육협의회 사역에 더욱 몰두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또 찬송가위원회에 새로 파송된 후배들에겐 “찬송가를 만드는 사람들은 마음이 부드럽고 따뜻해야 한다”며 “정책을 처리할 때 지혜롭게 풀어가야 하는데 판단은 칼날 같아도 그 처리에 있어선 덕스럽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했다.
엄 장로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은 새찬송가 412장(내 영혼이 그윽히 깊은데서). 흥얼흥얼 거리며 자주 부르는 이 찬송에서 엄 장로는 “영혼 깊은 곳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