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소복이 쌓인 어느 날, 경남 함양 산들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노재화 목사를 만나기 위해 경남 함양 백전면으로 향했다. 노목사는 녹색대학과의 인연으로 이 마을과 연이 닿았다. 30대 후반 목회를 위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으로 혈혈단신 내려왔다.
노목사는 기독청년운동을 하면서 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같이 산다는 건 무엇일까?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질문 끝에 지난 2007년 산들교회 개척예배를 드렸다. 공부방, 의료봉사, 어머니 한글교실, 농촌봉사활동 등을 통해 9년째 지역마을을 섬기고 있다. 그는 말한다: "생명살림의 공동체를 꿈꿨습니다. 도시보다는 농촌이 생명살림의 공동체를 형성하기에 적합했습니다. 땅이 살아나야 생태계가 살고 생명을 살리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갖고 농촌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노목사는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기독교 전통의 영성 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도들과 함께 거룩한 독서(렉치오 디비나)와 관상기도, 떼제성가를 부르며 하나님께 예배한다. 그는 말한다: "자본과 성장, 부흥주의에 함몰된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것이 있습니다. 기독교 전통의 신앙 유산입니다. 거룩한 독서, 관상기도, 떼제 찬양 등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기독교 신앙인들이 다시 회복하고 누려야 할 아름다운 기독교 신앙의 문화입니다."
건물 없는 교회로 걸어온 지 올해로 10년 차가 되었다. 올 한해 산들교회가 꿈꾸는 하나님 나라의 여정을 물었다. "산들교회 공동체원들의 삶의 이력이 다양합니다. 다니던 교회에서 상처 받고 온 이들도 있고 전혀 교회를 다니지 않았던 이들도 있습니다. 예수를 만나고 잃어버린 신앙을 찾고자 하는 공동체 식구들의 영적 목마름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공동체 식구들이 먼저 영성훈련을 요청했습니다. 올 한해는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보다 깊은 영성훈련을 진행하려 합니다. 하나님과 좀 더 가까워지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봅니다. 올해는 독립된 예배당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노목사는 교인들과 함께, 지역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교회를 꿈꾼다. 교인들과 함께 진리를 밝혀가고 지역주민들에게 쉼을 줄 수 있는 너른 마당으로의 교회가 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노목사에게 목회를 물었다. "제가 생각하는 목회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살펴서 잘 듣고 지금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행하는 것입니다. 지난 목회 여정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목회는 내 의도와 욕심만으로 안 된다는 것입니다. 목회는 하나님의 일입니다. 하나님이 하셔야 합니다. 저는 그 일에 동참할 뿐입니다."
노목사는 종교와 인종, 세대와 성별이 다른 이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위하며 살아가는 모임을 진정한 공동체라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공동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마을이다. 노목사는 산업화를 겪으며 급격히 붕괴된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한 소망을 품고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 생명의 먹을거리 구입하고 농촌 교회도 돕는 생명의 망 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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